[기획]독도를 되찮은 모티즌의 힘

게임 제목 ‘독도를 지켜라’를 ‘섬을 지켜라’로 바꿔 서비스하면서 네티즌과 일반 시민의 거센 발발을 불러일으켰던 모바일 게임 ‘독도를 지켜라’가 원제목 그대로 서비스된다.

통일부의 ‘대일 굴욕외교’로까지 비화 되면서 게임업계는 물론 사회 문제로까지 확대되다 결국 ‘통일부의 해프닝’으로 처리된 이번 ‘독도를 지켜라’ 사태의 과정과 문제점, 그리고 북한 모바일 게임에 미친 영향 등을 살펴본다.

북한 삼천리무역총회사와 국내 북남교역(대표 박영복)이 인터넷을 통해 합작 개발한 ‘독도를 지켜라’는 원래 지난 3월1일 삼일절을 기해 LG텔레콤에서 서비스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북한 상품의 수입 및 통관의 주무 부처인 통일부로부터 관련 부처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비스 승인을 받지 못하다가 반년이 흐른 지난 8월 17일에야 겨우 서비스되기에 이른다.

서비스 지연은 둘째 치고 모바일 게임 마니아와 네티즌, 일반 시민까지 나서 거세게 발발한 이유는 게임 이름이 당초 ‘독도를 지켜라’에서 ‘섬을 지켜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독도’라는 명칭이 ‘섬’으로 바뀐 것을 두고 ‘일본을 의식한 굴욕적 처사’라는 요지의 비난성 글이 하루 수천 건씩 통일부 홈페이지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더 들어가면 일본의 반발을 두려워한 외교통상부의 압력에 통일부가 꼬리를 내렸다는 얘기다. 실제로 게임 이름뿐 아니라 게임 내용에 등장하는 총 50여개의 단어와 문장이 수정됐다.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일부 홈페이지에는 ‘명칭이 바뀐 정확한 이유를 알려달라’라는 냉정한 요구부터 ‘통일부는 친일부로 명칭을 바꾸라’, ‘통일부는 일본의 국토관리청’이라는 제하의 원색적인 비난글이 쏟아졌다.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부랴부랴 통일부는 ‘독도를 지켜라’라는 원 제목의 게임 서비스를 승인하기에 이르렀다.지난 3월 북남교역은 서비스 승인의 지연 이유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를 상대로 수차례 문의를 넣었다. 그러나 뚜렷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통일부는 처음부터 부처 간 협의 과정을 이유로 내세웠고 통상 2주 걸리는 승인 기간은 한 달을 넘겨 두 달째 접어든다.

통일부에서 게임상 사용된 단어 문제로 들고 나온 것은 승인 심사에 들어간 지 세달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것도 처음에는 ‘왜구’ 등 일본을 비하하는 단어와 ‘마지막 발악’, ‘쳐 부숴라’ 등 북한식 호전적(?)인 용어를 ‘마지막 공격’, ‘막아라’ 등으로 순화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통일부와 그 뒤에 있는 외교통상부가 원한 것은 제목 상의 ‘독도’를 ‘섬’으로 바꾸는 것이었고, 나아가 한일간 독도 영유권 문제를 게임상에서 지워내는 것이다. 북남교역이 이를 눈치채고 ‘섬을 지켜라’와 ‘독도를 지켜라’라는 두가지 제목의 게임으로 재승인을 내기까지에는 또 다시 2개월이 걸렸다.

결국 제목을 바꾸고 일본을 비하하는 단어를 교체한 ‘섬을 지켜라’가 승인을 받았고 지난 18일부터 LGT를 통해 서비스에 들어갔다. 북남교역측 모바일 콘텐츠 담당자는 “(통일부에서) 만약 그래픽까지 바꿀 수 있었다면 바꾸라고 했을 것”이라며 “솔직히 서비스 시기나 매출에 신경쓰기 이전에 남북 콘텐츠 교류 당사자로서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조치였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 삼천리무역총회사의 반발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교류 당사자인 북남교역측에 따르면 “독도에 관한 일본의 망언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남북 기업이 공동으로 게임을 개발해 이 문제를 국민에게 환기시키자는 게임의 본래 개발 취지를 무색케 하고 걸레를 만들어 버린 상황에서 더 이상 게임 공동 개발은 필요가 없다는 식의 말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북한 삼천리무역총회사는 명칭 변경 부분을 끝내 수용을 하지 않았고 ‘섬을 지켜라’는 판매 서비스 권한을 갖고 있는 북남교역의 단독 의지로 서비스되기에 이른다.첫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 북남교역 박영복 사장은 “2만 달러를 주고 들여온 게임이다. 약 5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했다. 하지만 6개월 동안 김 다 빠진 것처럼 맥빠진 가운데 서비스에 들어가고 말았다. 특히 독도 관련 일본의 망언에 대응하기 위해 남북 합작으로 개발한 게임이라는 큰 의미가 사라져 아쉬울 뿐이다”고 말했다.

이번 ‘독도를 지켜라’ 사태는 우리 역사와 외교에 대해 정부가 가진 짧은 소견과 능력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다. 한 모바일 게임 마니아는 “독도 지키기 같은 게임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유도해도 모자를 판인데 되려 억제하려는 의도를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 초 ‘독도를 지켜라’가 통일부 심의에 들어갈 당시 통일부 수장은 정세현 장관이다. 지난 7월 개혁성향으로 알려진 정동영 장관이 31대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독도를 지켜라’는 원명 그대로 승인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예상 밖이었고 ‘섬을 지켜라’에 대해 정 장관과 통일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크게 일자 통일부는 ‘승인 신청한 두 가지 제목의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한 것 뿐’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또 한편에서는 이 게임이 북한에서 제작한 게임이다 보니 통일부 내에서도 보수 성향의 관료들이 유난히 색안경을 끼고 보았고, 그 이면에는 ‘북한이 독도 문제에 적극적인데 우리 정부는 뭐하고 있느냐’는 따가운 여론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고구려 력사 바로 알기’라는 또 하나의 남북합작 게임이 통일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독도 문제처럼 현재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한중간 외교 마찰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응한 남북 합작 모바일 게임’이라는 점에서 이슈가 되기에 충분하다.

‘독도를 지켜라’로 이미 뜨거운 맛(?)을 본 승인 심의 당사자 통일부에서 또다시 게임 내용이나 단어를 문제삼는 일은 못할 것으로 예상정되지만 이 게임이 서비스 된 후 한중 외교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고구려 력사 바로 알기’는 제목 그대로 고구려 시대의 역사를 퀴즈처럼 풀어가는 게임이다. 고구려 시대 3명의 왕이 등장하고, 이 왕에 연관된 역사적 사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풍선 속에 담겨있다. 연관된 단어를 쏘아 맞춰 점수를 올리는 방식이다.

북남교역과 LG텔레콤은 ‘독도를 지켜라’가 재조명되면서 서비스 중인 북한산 모바일 게임에 거는 기대를 높였다. 화제 수준을 넘어 한국 사회의 정치 외교적 이슈로까지 등장한 상황과 맞물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현재 북한 모바일 게임으로는 ‘독도를 지켜라’와 ‘비치발리볼’, ‘예성강장기’ 3종이 모두 LGT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LGT에서 해당 장르별 다운로드 중위권에 머물러 있던 ‘예성강 장기’와 ‘비치발라볼’은 이번 이슈의 영향으로 다운로드 건수에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비치발리볼’의 경우 약 석달 동안 인기 순위 6위에 머물러 있었으나 최근 스포츠 장르 2위까지 올랐고 보드아케이드 장르에서 ‘예성강장기’의 인기도 급상승세다. 북한 모바일 게임의 중간 배급사인 가바플러스 허규도 부장은 “장기라는 종목이 모바일 게임에서는 비인기 장르지만 예성강 장기의 경우 게임이 지닌 인공지능이 우수해 국내 장기 게임과 비교하면 더 뛰어나다”고 평했다.

북남교역은 앞서 나온 ‘고구려 력사 바로 알기’ 외에도 역사 속 해전을 다룬 ‘해상전’과 아케이드 게임인 ‘숮불고기’, ‘용감한 닌자’ 등 총 6편의 북한산 게임을 들여왔고 조만간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