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교육이다](19)해외 사례-중국편(하)

"중국의 중심부인 북경·상해의 젊은이들은 인터넷 없이 단하루도 살수 없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닙니다. 500석이 넘는 인터넷 PC방이 한 자리도 남김없이 꽉 차있는 것을 보면 중국이 얼마나 인터넷 애호국(?)인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잇을 것입니다”

중국 어원대학 3학년에 재학중인 유학생 김중현(23)씨는 처음 중국에 와서 PC방을 보고 놀랐다. 경제적으로 부흥국가인만큼 인터넷 열풍이 불고 있지만 예상을 뛰어 넘은 열풍에 아연실색했다. 기껐해야 20∼30석의 한국 PC방을 생각했다가 중국의 PC방을 보고 흠칫 놀랐던 것이다.

“PC방 이용자중 80%이상이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나머지 20% 정도는 리포트를 작성한다든지 기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온라인게임은 중국 청소년 문화의 주류입니다. 온라인게임을 즐기면서 게임의 국적을 따지지는 않습니다. 그저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신세대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게임에 대한 역작용은 다소 있지만 전체 게임유저에 비하면 ‘새발의 피’정도라고나 할까요.”

그는 오히려 중국 정부와 청소년들의 생각이 한국의 정부와 학생들의 생각보다 유연하다고 강조한다. 굳이 문화라는 것을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스스로 규제하고 이용하는 습성이 몸에 배어있다고 말했다. 단 규제의 목적은 중국정부의 자국 게임산업의 ‘보호와 육성’이라는 이유 뿐이다.

상해 푸동신구에 회사를 두고 있는 NC-SINA의 배석현 총경리는 “중국 청소년들의 게임에 대한 몰입성은 오히려 한국 청소년 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게임에 대한 몰입성 자체가 사회문제화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아이템 거래의 경우 중국은 특이한 시장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이템거래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것에 비해 중국내 온랑린게임의 아이템 거래는 철저히 오프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 중국인의 관습 자체가 대면 현금거래를 선호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아이템 온라인거래는 전국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

즉, 상해는 상해시내를 중심으로 아이템거래가 이뤄지고, 북경은 북경을 중심으로 아이템거래시장이 별도로 있다. 따라서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아이템거래보다 눈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이 덜하다. 하지만 문제점은 상존한다. 오라인게임 아이템을 얻기위해 일부 청소년들의 탈선과 사기 등 범법행위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나, 기관이 나서 해결할만큼의 이슈화는 안된다.

아이템거래도 철저한 시장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다보니 문제가 된다면 지역적인 문제일 뿐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다는 특이점도 있다. 배 총경리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모든 것을 문화로 인식하려는 중국인들의 사고가 온라인게임을 더욱 발전시키고 저변을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상하이(上海)인터넷 PC방에서 만난 한 중국인 청소년 사우홍(小紅·17)양은 온라인게임의 역작용에 대해 묻자 “온라인게임은 축구, 농구, 바둑과 같은 취미활동의 하나 일뿐 더 이상의 의미는 없다”며 “최근에는 온라인게임을 취미로 갖는 친구들이 많아 나도 자연스레 게임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게임을 하면서 학업에 소홀하거나 친구관계에 문제가 생긴것은 전혀 없다며 오히려 기자의 질문을 의아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샨다가 서비스하는 한국산 게임 ‘미르의 전설’을 하다가 최근에는 친구들과 함께 중국게임인 ‘따화시요우(大活西游)’를 즐긴다고 덧붙였다.

중국 게임시장을 이야기하는 한국 게임전문가들 한결같이 중국에서 게임은 정부가 주도하고 유저들은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즐기는 단순한 오락이라고 말한다. 다만, 막연히 중국시장이 성장시장이고 규모 역시 대형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밝혔다.

중국 게임시장은 규모는 큰 반면 유저들의 단가(?)가 낮고 다양한 게임으로 유저들을 붙잡아 놓기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상황처럼 민감한 규제가 없는 것은 다행이지만 정부의 자국 게임산업 보호의 강력한 철조망을 뚫는 것도 시장진입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들어 한국의 규제를 빌미로 계속 한국산 게임에 대해 태클을 걸어오는 것은 앞으로 중국시장의 고비를 보여주는 전조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에선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고 합니다. 선정성, 폭력성, 사행성에 대해 한국이 규제의 칼날을 세운다면 중국은 자국 게임산업 보호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한국의 리니지가 18세 이용가를 받은 반면 중국에서는 전체가 이용할 수 있는 게임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물론 중국의 규제는 ‘이용가’와 ‘이용불가’로 양분되어 있어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문화적 포용성은 분명 한국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라고 NC-SINA의 배석현 총경리는 말했다.

중국 최대의 도시 상해나 북경 모두 비행기로 2시간 안팎의 거리이다. 가까우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게임시장과 문화의 벽을 넘어야하는 과제가 중국진출을 앞둔 게임업체에 주어졌다.

상하이(上海)=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인터뷰]배석현 NC-SINA 총경리

 “지난해 4월 급성 중증호흡기질환(사스·SAS)으로 온통 중국이 시끄러울 때도 귀국하지 않고 사업을 했습니다. 중국인들에게 협력자라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죠. 동료의식 없이는 중국사업을 하기 힘듭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NC-SINA 배석현 총경리는 중국에 들어온지 1년6개월남짓만에 가장 힘들었던 때를 지난해 초로 회상했다. 260여명 직원중에 한국직원은 단 6명. 언어도 통하지 않는 곳에 들어와 괴질로 알려진 사스와 부딪히며 중국사업을 진행한 것이 현재의 NC-SINA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게임내 커뮤니티가 무엇보다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강조한 그는 “‘리니지2’의 상용서비스를 앞두고 게임내 커뮤니티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최근 중국 게임유저들의 성향이 자국 게임으로 이동이 많아 이를 잡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미 중국의 게임제작기술이 크게 향상되긴 했지만 중요한 기술에 있어서는 아직 한국이 앞서고 있다는 그는 “그러나 일부 게임업체들이 소스코드까지 넘겨주는 사례가 빈발해 자칫하다간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의 중국시장 붕괴가 조기에 닥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3년 후면 중국의 게임제작기술이 한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 경우 중국시장에서 한국산 게임이 발붙일 틈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이미 많은 유저들이 자국 게임의 유저로 돌아섰고 강력한 커뮤니티도 형성하고 있어 신규 진입이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중앙정부의 한국게임에 대한 경계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대정부 조정역할이나 마케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인구가 1억명을 육박하는 상황이고 문화적 자산마저 풍부한 나라여서 중국시장 진출에 누구나 침을 흘리고 잇지만 실상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밝힌 배 총경리는 “게임개발로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온라인게임이 문화수출 상품으로 한 몫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발목을 잡는 규제보다는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중국 온라인게임시장에서의 한국 우위를 고수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