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능형 로봇 개발도 산업용과 지능형 양면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개발의 축은 산업자원부의 ‘지능형로봇 사업단(단장 이호길)’과 정보통신부가 이끄는 ‘지능형서비스로봇프로젝트(프로젝트매니저 이상록 박사)’로 나눠져 있다.
지능형 로봇사업단은 산업용 로봇에서 휴머노이드까지를 포괄하는 로봇 산업을 주된 타깃으로 삼고 있다. 반면 지능형서비스 로봇프로젝트는 새로운 개념의 로봇, 즉 유비쿼터스 로보틱 컴패니언(URC:Ubiquitous Robotic Companion)을 지향한다.
산업용 로봇은 공장에서 제조를 맡는 로봇을 일컬으며,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닮은 로봇을 지칭한다. URC는 기존 로봇 개념에 네트워크를 더했다. 로봇의 기능을 애초부터 만들어 출시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PC에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하듯 로봇에 필요한 기능을 네트워크를 통해 로봇에 내려받는다는 개념이 생길 정도로 발전된 개념이다.
◇지능형 로봇=지능형로봇사업단은 로봇을 개인용로봇, 서비스·필드로봇, 제조업용 로봇으로 나눠 2020년까지 전세계 시장이 1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표1 참조
지능형로봇사업단은 우리나라가 세계 6위 산업용 로봇 기반을 갖추고 있고 IT와 반도체기술 분야에서 경쟁우위에 있다고 판단한다. 반면 요소부품 기술이 취약하고 로봇 개발 인프라가 부족하며, 로봇을 산업으로 끌어올릴 자본력이 취약하다고 본다.
분야별로 첨단제조업용 로봇, 가정용 서비스로봇, 극한작업 필드 로봇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첨단제조용 지능형 로봇 시스템 개발, 가정용 로봇 플랫폼 및 스마트 로봇 기술 개발, 재난극복 및 인명구조 로봇기술개발 등 기술 과제를 선정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4개 연구소, 16개 기업, 20개 학교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부가가치 생산액 1500억원, 수출 5000만달러, 고용창출 1000명인 로봇산업을 2013년에 각각 8조원, 100억달러, 2만명까지 끌어올려 세계 3위 로봇 대국 자리를 꿰차겠다는 계획이다.
◇URC=지능형서비스로봇프로젝트에서 바라보는 URC가 어느 정도 잠재력을 갖췄는지 측정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현재로서는 말 그대로 ‘제로(0)’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URC 개념에서 보면 로봇은 움직이는 정보통신단말기다. 쉽게 얘기해 PC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URC는 네트워크를 통해 ‘방범 기능 소프트웨어’ ‘교육 기능 소프트웨어’ ‘길안내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해, 이를 인간을 위해 사용한다.
일본 총무성은 우리의 URC와 같은 개념인 네트워크 로봇을 내세웠다. 총무성은 2013년 네트워크로봇시장규모를 3.5조엔(약 35조원)으로 본다. 주목할 점은 하드웨어인 로봇 판매 시장은 3.5조 엔이지만 이에 파생되는 애플리케이션 기기 및 서비스 시장은 각각 4.3조엔, 12조엔에 이르리란 전망이다. 표 참조
지능형서비스로봇프로젝트 책임자인 오상록 박사는 “움직이는 하드웨어인 로봇과 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로 나눠, 로봇이 필요한 기능만 다운로드하도록 해 로봇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URC는 지능형 로봇의 산업화를 위한 대안적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일본이 내놓는 로봇들이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도 가격은 적정가격보다 훨씬 높아 산업화에 실패하고 있다는 자성에서 비롯된 발상이다.
‘언제 어디서나 나와 함께 하면서, 나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인 URC가 시장을 열어, 2007년까지 6300억원 시장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5대 로봇 핵심기술로 △환경을 인식해 움직이는 자율적인 내비게이션기술 △고속·고해상도의 영상인식기술 △자연스런 음성인식·대화기술 △내장형 컴포넌트기술 △인간과 유사한 자율보행기술로 보고 있다. 3대 로봇 네트워크기술로는 △소프트웨어 로봇기술 △실시간 네트워크 전송 기술 △네트워크를 통한 서버기반 서비스기술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오상록 PM은 “내년 하반기에 이 같은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etnews.co.kr
◆일본·미국·유럽동향
일본 혼다에서 제작한 로봇 아시모는 작년 도쿄의 다카시야마 백화점에 1년 계약 사원으로 취직해 매장과 행사 안내 등의 일을 했다.
유럽 아이로봇의 룸바.
톰 리지 미 국토안보부 장관(앞줄 왼쪽)이 지난 7월 톰 메니노 보스턴 시장과 함께 매사추세츠 경찰이 보유한 폭탄 제거 로봇의 시범을 관람하고 있다.
◇일본=일본은 현재 존재하는 로봇시장인 산업용로봇분야의 세계 1위 생산국이다. 전세계 수요의 60%를 공급한다. 최근에 일본 정부는 ‘메이드 인 재팬 6대 성장산업’으로 로봇을 선정해 정책적인 지원에 나섰다. 기술 개발의 초점은 엔터테인먼트 로봇에 맞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니, 혼다, NEC, 도시바 등 민간기업이 전면에 서 있다. 오는 2010년 홈서비스로봇을 개발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세계 표준을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소니의 아이보와 큐리오, 혼다의 아시모 등 이미 구체적인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시제품 개발이 완료된 로봇만 100종이 넘는다.
단지 일본의 경우 로봇을 만드는 종합기술은 강하지만, 이를 지탱하는 요소기술은 미국에 밀리는 약점이 있다.
◇미국=인공지능, 우주용 및 군사용 휴머노이드로봇, 의료·재활 서비스로봇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군사용의 경우 압도적인 개발 기술력을 입증해 보여주고 있다. 미국 정부는 ARMA(US Army Robert Morris Acquisition)센터를 통해 향후 8년간 총 66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 미래 전투 시스템에 활용 가능한 무인차량로봇을 개발중이다. 전문가들은 우주용·군사용 로봇에 쓰인 요소기술이 산업에 적용될 경우 일본을 앞설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전체적인 개발 초점은 일본에서 추구하는 엔터테인먼트형 종합로봇보다는 기능 중심의 로봇에 맞춰져 있다.
지난 2002년 출시된 아이로봇사의 청소로봇 ‘룸바’, MIT의 지능형로봇인 ‘코그’ 등에서 이런 미국의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유럽=대규모 산·학·연 합동연구 프로젝트인 유레카를 통해 로봇 연구가 한창이다. 독일의 ‘KUKA’ ‘REIS’, 스웨덴의 ‘ABB’ 등에서 진행해 온 산업용로봇 기반을 바탕으로 첨단 제조업용 로봇의 주도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일렉트로룩스가 청소로봇을 출시한 바 있으며, 최근엔 휴머노이드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뚜렷한 강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SF를 현실로"
‘에이. 아이. (A.I:Artificial Intelligence)’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인간을 사랑하는 인공지능로봇 ‘데이비드’를 매개로 우리에게 ‘인간애’를 설파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스필버그 감독의 상상력 속을 들여다 보는 관객은 데이비드를 인간으로 느끼며 눈물을 흘렸을 터다. 그리고 영화관을 나오며 다시 ‘인간세상’으로 복귀한다.
로봇은 그러나 이미 우리 가까운 곳에 와있다. 일본이 주도하는 휴머노이드가 그렇다. 혼다가 지난 2000년 내놓은 ‘아시모’는 사람과 말을 나누며 혼자 걸어다니기도 한다. 백화점에서 손님 안내를 맡기도 하고, CF 촬영 모델로 활동하기도 한다. 또 소니는 일반인을 상대로 ‘큐리오’라는 두발로 걷는 로봇을 판매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로봇 산업은 향후 IT, BT에 버금가는 시장을 형성할 잠재력이 있다. 또한 로봇산업을 지능화와 시스템화기술로서 타분야에 미치는 기술적 파급효과가 크다. 기존 요소기술들은 모두 흡수해 한 대의 로봇을 만드는 종합기술이기도 하다. 부품·소재기술부터, 소프트웨어기술, 문화콘텐츠기술까지 모두 로봇에 소급된다.
차세대성장동력 중 하나에 ‘지능형로봇’이 올라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는 ‘에이. 아이.’의 세상에 다가가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표1 참조
정통부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을 ‘인간과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명령 및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하며,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에이. 아이.’는 영화관 속이 아닌 현실에서 우리 기업들이 도전하고 개척해야 할 새로운 거대 황금시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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