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맥` 클러스터]충청권-대전(2)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없는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첨단 기술력을 앞세워 비상하고 있다.

벤처창업의 붐을 지나 성장기에 접어든 청년기의 모습으로 휴일도 반납한 채 제품의 연구개발(R&D)과 상용화, 마케팅을 위해 온몸을 불사르고 있다.

 최근의 경기 부진 탓으로 대덕밸리 기업들도 자금 부족 등 경영난을 겪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경영환경을 극복한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잘나가는 기업군’을 형성하며 대덕의 벤처리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더욱이 창업에서 자립기반을 다지기까지 부도위기와 존폐 기로에 서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도 최고경영자(CEO)의 탁월한 경영 판단과 직원들의 화합으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수십억∼수백억 원대의 매출을 일으키는 데 성공,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사례 1-애니솔루션

 통신망 종합 솔루션 제공업체인 애니솔루션(대표 장영복 http://www.anysol.com)은 대덕밸리에서 창업한 지 5년 만에 200억원대의 매출을 바라보는 견실한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선견지명을 가져 대덕밸리 인수합병(M&A)의 귀재로 평가받고 있는 장영복 대표의 ‘야심있는’ 프랙털 우주론에 입각한 경영철학이 숨겨져 있다.

 장 대표가 말하는 프랙털 우주론 경영론은 하나의 입자 속에 그와 닮은 무수한 입자가 존재하고 그 속에 또다시 그 같은 무수한 입자가 존재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프랙털 우주처럼 애니솔루션이란 입자에도 통신망 운용관련 업체들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독창적인 경영이론이다.

 이에 따라 애니솔루션은 지난해 ETRI출신의 통신망 장비관리기업 가우리정보통신을 인수합병하고 올해 인터넷콘텐츠 전문기업 엔코모닷컴의 지분을 인수했다.

 지난 2000년 KT창업기업으로 나서면서 통신망 운용 및 관리와 관련 있는 지역 유망기업을 발굴, 마케팅과 영업을 대행하는 한편 유력한 아이템은 M&A를 통해 공생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장 대표는 “애니솔루션은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두 업체는 고급 R&D인력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다”며 “창업 초기 60억원대이던 매출이 합병 이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사례 2-해빛정보

 지난 2002년 공장 전체가 화재로 완전히 잿더미가 된데다 지난해에는 가중되는 자금난으로 부도위기까지 내몰렸던 광통신 부품전문 제작업체 해빛정보(대표 박병선 http://www.havit.co.kr)가 ‘부활의 날갯짓’을 맘껏 펼치고 있다.

 벌써 올해 상반기에만 15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순위로만 대덕밸리에서 4위에 랭크되어 있다.

 해빛정보가 겪은 ‘한때의 불운’은 지난 2002년 이후 잠시 거쳐갔던 일일 뿐 이제 이 회사에 불운은 없다.

 당시 청주에 소재했던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하나밖에 없던 생산라인을 잃게 됐다. 지난해엔 또 대덕밸리로 공장을 이전하며 매달 3억원씩 적자를 기록하는 통에 직원들 월급마저 주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까지 치달은 적도 있다.

 김원진 차장은 “여기서 쓰러질 수 없다는 공감대가 직원 간에 형성되면서 경영진과 직원이 자연스레 한마음 한뜻으로 자신을 버리고 똘똘 뭉친 것이 오늘의 회사를 만들었다”며 “역경 극복의 비결을 나름대로 직원 간 화합에서 찾았다.

 현재 해빛정보는 △회절격자의 제조 △위상회절격자형 광저대역 필터 △유리덮개 일체형 고체촬영소자 △단일기판 직접광디스크 픽업장치 △홀로그램 위상회절격자형 광학필터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박병선 대표는 “시장에 불고 있는 카메라폰 ‘바람’을 정확하게 예측한 결과도 기업의 활로에 큰 보탬이 됐다”며 “중국에 건설중인 광픽업 부품생산 공장이 마무리되는 내년부터는 연간 500억∼800억원의 매출이 일 것”으로 내다봤다.

#사례 3-빛과전자

 대덕밸리의 9번째 코스닥 등록업체인 빛과 전자(대표 김홍만 http://www.lightron.co.kr)는 올해 상반기 매출만 249억원을 달성한 대덕 광통신업계의 ‘새별’이다.

 빛과전자는 올해 초 국내 광통신 시장이 끝간 데 모르게 피폐해진 상황에서 수출로 활로를 뚫고 코스닥 등록까지 일궈내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매출의 90%가 국내가 아닌, 일본에서 일어난다. 지난해부터는 미국시장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주력 품목은 가입자계 광통신 송수신 모듈과 CATV 및 이동통신용 광부품이다. 창업 초기에는 아날로그 핀 포토다이오드도 생산해 국내에 공급했다.

 ETRI 출신인 김홍만 대표가 회사를 코스닥까지 진입시키게 된 데는 나름대로 한눈 팔지 않고 모든 일을 직원과 논의해 결정하는 체계화된 경영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다. 여기에 ETRI에 재직할 때도 16년간이나 광통신 연구만을 고집할 정도로 한 번 정해지면 끝까지 밀고나가는 ‘탱크’ 같은 추진력이 오늘의 빛과전자를 만들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김 대표는 “코스닥 등록은 회사가 양질의 발전을 하기 위한 수단이지 결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매출 창출에 주력한 결과 창업 1년차 몇 달간 월 수십만원의 적자를 낸 것을 제외하고는 매달 흑자경영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례 4-이머시스

 대덕밸리의 3D입체 음향 저작 전문기업 이머시스(대표 김풍민 http://www.emersys.co.kr)는 ‘작지만 강한 기업’을 지향한다. 올해 매출 목표는 40억원대지만 기술력만은 세계적인 음향 다국적기업인 돌비사가 협력업체로 지정해 놓을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이머시스의 장점은 ETRI 가상현실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창업한 김풍민 대표의 기술력을 겸비한 넓은 오지랖에 있다. 사람을 끌어안고 사귀는 친화력만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일본 진출 물꼬를 트고 대전시와 일본 삿포로시가 협력 협약을 맺는 가교 역할도 김 대표가 직접 했다. 이 같은 오지랖이 발판이 되어 지난 13일 일본을 방문, 음향전문 마케팅기업과 일본 시장 진출을 논의하고 돌아왔다.

 주력 제품은 3D입체 음향을 소프트웨어만으로 손쉽게 짜깁기 할 수 있는 디지털 음향 콘텐츠 저작도구 ‘메이븐’ 시리즈다.

 최근에는 휴대폰의 3차원 음향 시장에 진출, 대기업에 납품하는 등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 기술은 휴대폰의 2개의 스피커만으로도 음악을 5.1채널로 듣는 것처럼 환상적인 3차원 음향을 구현할 수 있어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구애’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경기불황이 한창이던 2년 전 회사의 몸집이 커지며 자금압박을 받아 일부 사업분야를 정리하는 뼈를 깎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며 “마케팅과 자금, 기술 등 3박자가 맞아줘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벤처 성공비결을 귀띔한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인터뷰-백종태 대덕밸리벤처연합회장

 “대덕 R&D특구를 조성하고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현재 2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연간 3000억원 정도는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지만 부족하나마 일단 벤처의 활로를 트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백종태 대덕밸리벤처연합회장(CIJ 대표·49)의 정부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자 당면한 현안에 대한 추진 경과다.

 백 회장은 “경기하강 여파로 기술력 있는 대덕밸리 기업들의 자금줄이 바닥난 상황”이라며 “상용제품까지 만들어 놨지만 마케팅 비용이 없어 줄도산할 판”이라고 벤처기업들의 속내를 털어놨다.

 “대덕밸리 벤처들은 지금 세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마켓의 활성화와 펀드를 통한 자금지원, 규모의 경제 실현이 현안입니다.”

 그는 마켓 장벽을 뚫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벤처 적합형 온오프라인의 종합상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종합상사를 통해 성장했다면 현재는 접근성이 좋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오프라인을 붙여 세계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백 회장은 벤처 자금난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소위 ‘큰손’들에 의해 부동산이나 해외 투자로 빠져나가는 자금 줄을 투자로 전환하는 정부의 획기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이들에게 투자 자금을 보장하거나 환금성을 확보해 주는 법안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금융기관의 횡포도 벤처기업을 멍들게 하는 한 요소입니다. 금융기관이 고리대금업자는 아니지 않습니까.”

 최근 금융기관의 횡포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백 회장은 “이번 국감에서 금융기관이 부당하게 처우한 사례를 수집, 협회 차원의 공식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회장은 “대덕밸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출연연의 첨단기술을 상업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며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 여부는 바로 특구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을 만큼 대덕R&D특구는 보석인 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