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면 100명의 직원이 10억원을 버는 것과 1명의 직원이 1억원을 버는 것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가수 보아는 지난 2년간 일본에서만 1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1인 기업’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배용준의 사진은 일본에서 한 장에 몇 만원씩에 거래되고 있다. 여기에 CF와 배용준을 겨냥한 여행 특수까지 감안한다면 배용준이라는 1인 기업의 가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들처럼 특출난 사람 말고도 우리 주변에서 ‘1인 사업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주변의 1인 기업은 보아나 배용준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 제조업체보다는 컨설팅이나 기획 업무, 서비스 제공 등에 집중되는 특징이 있다.
대기업에 근무하던 신동준 씨(36)는 1년 6개월 전 투자컨설팅회사 ‘BIBR in Labs’를 오픈했다. 회사에 다니며 증권정보사이트 등에서 재야 고수로 활동하다가 아예 부업을 주업으로 바꾼 경우다. 그의 사무실은 현재 여의도에 있지만 출근을 하는 사람은 오직 신 사장 단 한 명뿐이다. 그는 비상근 이사로 재야 투자 자문사를 두고 있지만 고객들에 대한 정보 제공과 자료 분석 등을 모두 혼자 도맡아 하고 있다.
신동준 사장은 증권방송 출연, 투자설명회 업무 등도 모두 혼자 처리한다. 그는 “세무 신고나 강연회 준비 등 부대 업무는 외주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며 “혼자여서 자료 생산과 분석을 하는 데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혼자 활동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신 사장은 또 “1인 기업의 경우 주변과 정보 교환을 많이 해서 아집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하며 주업무 이외에는 적절히 용역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36)는 ‘원 맨 홍보 대행사’를 운영중이다. 대기업 홍보실 출신인 A씨는 다른 홍보대행사 이사를 거쳐 두 달 전에 창업했다. 그는 “1인 기업의 장점은 일단 비용이 적게 들고 직원 관리나 회의 주재 등의 본사업 이외의 파생 업무가 없다는 것”이라며 “혼자 일을 하지만 책임이 큰 만큼 더 열심히 뛰게 된다”고 밝혔다.
그의 몸은 온통 IT기기들로 무장돼 있다. 휴대폰은 물론 무선랜이 장착된 노트북, PDA, 보이스리코더 등은 그가 혼자 사업을 할 수 있게 한 그의 비서이자 동업자인 셈이다. A씨는 “1인 기업이라는 것을 일부러 밖에 알리지는 않지만 더 꼼꼼히 일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후한 점수를 주는 클라이언트들이 적지 않다”며 “향후 사업이 커지면 직원을 뽑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1인 회사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호(SOHO)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1인 기업 형태다.
결혼 4년차 주부인 정은정 씨(30)는 지난 1월 20∼40대 여성 사이에서 취미로 퀼트가 유행하는 것에 착안해 국내외 퀼트원단, 부자재, 완성품 등을 도매와 소매값 중간 수준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사이트(http://www.quiltbase.com)를 열었다. 그는 틈새 시장을 공략한다는 취지로 ‘퀼트’로 특화된 아이템을 선정했다. 정씨는 “다른 사이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디자인의 원단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나만의 제품이라는 ‘희소성’을 확보한 것이 경쟁력”이라며 “결혼 전, 국내에서는 손꼽히는 큰 방직회사를 다녀 퀼트 원단의 국내 유통에서부터 수출입 경로까지 훤하게 꿰뚫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라면 컴퓨터 앞에 편안히 앉아서 들어오는 주문만 처리하면 된다는 것은 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그는 고객에게 가격뿐 아니라 품질로 보답하기 위해 아침 일찍 국내 원단의 메카인 동대문을 향하는 등 회사에 다니던 때보다 현재 사업에 더 열의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호의 경우에는 특히 독창적인 아이템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 사업체를 운영하지 않고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 다수도 이제는 거의 ‘1인 기업화’ 추세에 올라 있는 셈이다. 개인 성과를 따져 진급과 연봉을 책정하는 일은 이제 보편적인 일처럼 되어 버렸다. 개인 능력에 따라 이직을 하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신호주 코스닥증권시장 사장은 최근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1인 기업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신 사장은 “각 조직원은 1인 기업가이며 이제 회사는 충성의 대상이 아니라 최우수 고객으로 감동을 줘야 하는 대상”이라며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최상의 서비스를 회사에 공급하고 회사로부터 응분의 대우를 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신의 서비스 품질이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힘을 키우고 자신이 조직 안팎에 잘 팔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모든 사람은 ‘자신이 곧 기업’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