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국 부사장이 삼성전자에서 인텔로 간다’
이달 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한 인물을 지명한 기사를 썼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마케팅 총책인 김병국 부사장은 영화 ‘매트릭스2’에 삼성전자의 ‘매트릭스 휴대폰’을 등장시켜 브랜드 효과를 일궈낸 주인공으로 외국 유명 주간지에 소개됐던 인물이다. 삼성전자의 브랜드를 일궈낸 인물의 이적이 그만큼 중요함을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한 셈이다.
브랜드 전문가들은 ‘미래에는 상표를 먹고 산다’고 입을 모은다.
한 가지 제품군에도 전세계 기업들로부터 수백, 수천개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일일이 성능·가격·질을 비교, 구매하는 대신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찾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브랜드파워=매출’ 시대이자 ‘브랜드파워=영업이익률’인 셈이다.
이를 입증하는 단적인 사례가 휴대폰 시장에서의 ‘삼성전자 대 노키아’다.
노키아는 80년대 후반 모토로라를 제치고 휴대폰 신화를 일궈내며 세계 1위를 꿰찬 업체다. 20여개의 그룹 내 사업을 모두 통폐합해 휴대폰에 집중, 육성하고 브랜드파워 집중에 나선 요르마 올릴라의 결정은 옳았다. 이후 노키아의 브랜드 가치는 2000년 385억달러.
그러나 어느새 시장점유율 중심으로 물량공세에 나서면서 ‘노키아’라는 브랜드는 ‘저가휴대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브랜드 값어치도 매년 급감했다. 표 참조
반면 삼성전자는 99년 글로벌 마케팅 부서를 신설하는 등 전략적 브랜드 육성 정책을 강화, 지속적인 브랜드 파워 성장을 이뤄냈다. 2000년 52억달러에서 2004년 125억달러에 이르며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가 됐다.
브랜드 파워 성장은 매출로 이어졌다. 노키아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4.6%에서 올 1분기 28.9%로 급감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저가 브랜드 노키아’가 살아남기 위해 휴대폰 평균 판매가격을 21% 낮추며 1위 수성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영업이익률을 포기해야 하는 자충수임을 알고도 둬야 하는 셈이다.
소비자의 뇌리에 한번 심어진 ‘세련되고 젊은 명품 휴대폰=삼성전자’ 대 ‘탄탄하고 심플하면서 값싼 휴대폰=노키아’는 뒤집을 수 없는 현상이 된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자산이자 노키아의 짐이다.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의 얀 리더만 조사책임자는 “삼성전자 휴대폰은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으며, 특히 삼성전자의 디지털 테크놀로지 리더 이미지를 몇몇 간판 제품과 연계해 효율을 극대화했다”고 평가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삼성전자 브랜드 전략
‘125억달러짜리 삼성전자 브랜드를 만든 전략은 무엇인가.’
전세계 브랜드 전략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은 다름아닌 삼성전자다. 그도 그럴것이 2000년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브랜드 가치 성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브랜드 신화는 1996년 이건희 회장의 ‘기업 무형자산의 핵심으로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전략을 구상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 무엇보다 CEO의 관심이 브랜드 성장의 밑거름인 셈이다. 이어 삼성전자는 98년부터 브랜드 가치 평가를 매년 실시하기 시작했다. 사업부별, 지역별, 제품별 브랜드 가치 평가를 실시해 이를 분석해 다음해 전략 수립시 반영한다.
CI는 93년 확정후 지난해 약간의 조정 작업을 거쳐 현재에 이른다. 이는 소니, 나이키, 코카콜라 등 브랜드 리딩업체에서도 나타나는 모습으로, 기본 ‘아이덴티티’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시대 흐름에 맞추는 작업을 병행한다.
특히 ‘고객 접점’ 브랜드 관리 전략이 주목된다. 99년 글로벌브랜드 전략 수립과 함께 전사의 전분야에 걸쳐 고객 접점 최일선인 안내 및 AS센터에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전략적으로 구축·관리했다. 새로운 고객을 지속적으로 찾는 것보다 삼성전자를 알고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기존 고객의 충성도 높이기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98년에는 브랜드 관련 전담 조직인 ‘브랜드전략그룹’이 글로벌마케팅실 산하에 설치됐다.
전담조직에선 브랜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아키텍처 매니지먼트,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사내 브랜드 교육 등을 담당한다. 특히 브랜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정립을 위해 사업부 및 지역별 브랜드 담당자들과 협조해 마스터브랜드인 ‘삼성’의 위상강화를 노리는 역할이다.
또한 사업부별, 8개 지역총괄별로 브랜드전략 전담요원이 파견 배치돼 있다. 본사, 지역, 사업부의 브랜드 관리 담당자들은 정기적인 워크숍을 통해 상호의 전략이 일관된 ‘아이덴티티’ 수립으로 이어지도록 협력한다.
브랜드는 본래 ‘앵글로색슨족이 달군 인두로 가축에 낙인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삼성전자는 전세계에 삼성이란 이름을 새겨놓는 데 성공한 셈이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전자·노키아 5년간 브랜드가치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