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없이 다른 사업자의 전화망으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별정통신사업제도에 대한 관리가 허술한 틈을 타고 변칙적인 통신사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별정사업자인 E사는 주파수를 할당받아 제공하는 무선통신사업 허가를 받지 못했으면서도 허가받은 사업자만이 설치하는 주파수공용통신(TRS) 무선통신 기지국 투자를 명목으로 투자자를 모집, 논란을 빚었다.
E사는 개인투자자들이 기지국에 2억원씩을 투자하면 향후 8년 동안 모두 3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해 50여명의 투자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무선통신 허가가 없어 이를 통한 사업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이 회사는 뒤늦게 라이선스를 확보하려고 지역 TRS사업권을 가진 P사의 대주주 지분 40%를 인수키로 했으나 대주주 자격을 확보했을 뿐 라이선스 양수도 계약을 한 게 아니다. 사업권을 확보하더라도 지역에 국한돼 서울 수도권 지역·기타 전국 지역의 기지국 설치는 할 수 없는데도 마치 전국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처럼 소개했다.
E사는 사업 추진과정에서 전국망·서울 수도권망 사업자인 KT파워텔, 티온텔레콤(옛 서울TRS)과 제휴를 맺고 공동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홍보했으나 두 회사는 제휴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 밖에도 가입시 비싼 값의 단말기를 판매한 뒤 조건없이 무료통화를 제공하거나, 네트워크 마케팅 조직을 이용해 비싼 값의 선불통화료를 미리 당겨 받은 다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보호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사업자도 여럿이다.
자사 인터넷전화 가입자들이 국제전화를 걸 때 ‘005’나 ‘004’를 누르도록 해 번호를 부여받는 국제전화 기간통신사업자와 같은 지위를 가장하는 편법도 등장했다.
정통부와 체신청 관계자는 “E사 등의 사례가 법을 위반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조만간 통신위 조사를 계획중이며 사업자들의 보증보험 납입 실태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권한만 갖고 있어 통신사업자가 아니면서도 통신사업을 하는 것처럼 꾸민 사업자의 경우 적발이 애매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사 측은 “네트워크 마케팅 회원들이 사실과 다른 소문을 내는 등 여러 오해의 소지가 많았다”며 “사업을 위한 라이선스 확보도 마무리되지 않아 이미 투자한 몇몇 투자자에게 환불을 해주고 투자모집을 중단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