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컴퓨팅 기업들이 아웃소싱 사업 확대를 위해 대형 시스템 통합(SI)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대형 SI업체들이 그룹사를 대상으로 시스템 관리(SM)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내 아웃소싱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한국IBM이나 한국HP와 같은 외국 컴퓨팅기업들은 아웃소싱 분야에서만큼은 SI업체와 경쟁 관계에 있었다. 더욱이 상당수의 SI업체로부터 견제를 당해왔다. 이에 따라 다국적 컴퓨팅업체의 아웃소싱 사업 성과 역시 SI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기업이나 IT 관리 인프라나 재해복구, 콜센터와 같은 비핵심 분야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용한 만큼 지급하는 ‘유틸리티 컴퓨팅’ 기술이 아웃소싱의 핵심 기술로 부각되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바뀌고 있다. SI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아웃소싱을 직접 수행하기 어렵다면 SI업체들에 ‘유틸리티 컴퓨팅’에 기반을 둔 아웃소싱 솔루션을 제시해 접근하자는 전략이다.
◇그룹 내 IT 서비스 인프라를 정비해라=컴퓨팅업체들의 이런 전략은 SI기업의 요구 사항과 일치하면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SI업체 A사는 그룹 계열사에 제공하고 있는 스토리지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즉 계열사별로, 업무별로 부족한 스토리지 용량을 늘리다 보니 특정 업무의 스토리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 업무에 도입한 스토리지가 남아도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놀고 있는 스토리지를 필요로 하는 업무에 제공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룹 전체의 비용 절감이란 효과 측면에서 최고 경영진에서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업은 그룹 내부 사정으로 중단됐지만 다른 SI업체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특히 통합 이후 데이터 보안이나 통합된 인프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독립 법인이나 단위 업무별로 요금을 부과하는 방법 등이 관심을 끌었다.
◇한국IBM·한국HP·한국썬, SI업체 잡기 나섰다=아웃소싱과 관련해 SI사를 파트너사로 끌어 들이기 위한 전략에서 후발 주자인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적극적인 움직을 보이고 있다. 한국썬은 14일 지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국내 SI사의 CEO 및 CIO를 초청하는 조찬회를 개최, 최근 본사 차원에서 SI업체를 대상으로 발표한 ‘서브스크립션 가격 모델’을 소개했다.
이 모델은 하드웨어(컴퓨팅 파워)는 물론 서비스나 솔루션을 일정기간 구매하는, 즉 사용한 만큼 지급할 수 있도록 SI업체에 관련 솔루션 및 금융 지원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이 모델은 한국IBM이나 한국HP가 이미 앞서 발표한 유틸리티 모델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한국썬은 서브스크립션 모델에 선의 강점인 ‘자바 엔터프라이즈 시스템(JES)’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차별화 요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JES는 250종에 이르는 선의 소프트웨어(SW) 제품을 통합, 새로운 가격 체제 형태로 정비한 패키지로, 만약 SI업체가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채택할 경우 ‘자바 디렉터리 서버’처럼 대다수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SW도 유틸리티로 사용 방식을 바꿔 그만큼 기업의 고정자산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작년부터 5건의 크고 작은 아웃소싱 계약을 한 한국IBM도 최근 국내 데이터센터 및 유틸리티 컴퓨팅용 데이터센터(UMI관리센터)를 정비하면서 SI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UMI관리센터나 시스템의 전체 상황을 감시하는 ‘e비즈니스 엔터프라이즈 인프라관리(e-EIM)’ 솔루션,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원격에서 리모트 접속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e비즈니스 엔드유저서비스관리(e-ESM)’ 등 개별 모듈을 SI업체들이 도입해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HP 역시 지난해 국내 굴지의 SI업체가 인도의 유틸리티 데이터 센터(UDC)에 인력을 파견, 4개월 이상 UDC 인프라 도입에 대한 PoC(Proof of Concept) 작업을 수행한 경험을 확보했다. 한국HP는 이처럼 SI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해외 UDC를 직접 방문해 기술 구현을 확인케 하거나 프리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관련 비즈니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웃소싱 부문에 있어 다국적 컴퓨팅기업과 SI업체 간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SI기업들의 불안심리를 넘어서야 할 벽으로 지적하고 있다. 유틸리티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술은 어느 정도 발전해 구현 시기에 이르렀지만, 특정 컴퓨팅기업의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다국적 기업에 대한 종속이 심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