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가 무역 장벽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 선진국으로 꼽히는 EU와 미국, 일본 등이 날로 강력한 환경정책을 마련하면서 우리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수출의존형 경제체제를 갖춘 우리로서는 환경경영을 일찌감치 준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환경규제는 결국 비용의 문제”라며 “소비자가격 3∼4% 정도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친환경 기술을 육성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의 EU 수출총액중 전기전자,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등 약 62%가 환경규제 적용대상에 해당된다.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 품목이 10개에서 4개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2005년 EU국가들이 시행할 계획인 전기전자제품폐기지침(WEEE)이 발효되면 국내 시장 가격의 3∼4% 정도를 재활용 비용으로 추가 부담해야 한다. 자동차 폐차지침(ELV)이 발효되면 한대당 200달러, 2006년 7월부터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이 발효되면 15%의 원가상승이 불가피해진다.
미국도 전자레인지, TV, 조명기기 등 제품별 환경규제안을 만들어 놓고 시행중이다. 미연방환경보호청(EPA)은 컴퓨터, 모니터, TV 등 각종 전기전자제품을 임의로 폐기하거나 매립하는 것을 금지하는 컴퓨터폐기물 대책법안(CHIP)을 제정하고 있으며 수입 컴퓨터에는 일정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한다. 일본도 가전 리사이클법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환경장벽에 대한 대비는 특정제도 시행전부터 이미 여러차례 현실화됐다.
소니는 지난 2001년 12월 네덜란드를 통해 플레이스테이션2(PS2) 제품 130만대와 부품 80만대를 수출하려다 케이블 부품의 카드뮴 과다검출로 통관이 거부되는 수모를 당했다. 결과는 1억6000만달러의 손실로 나타났다.
영국 다이손사는 98년 청소기의 카드뮴 비율 초과로 시장진출을 포기했고, 미국 컴팩은 99년 PC케이스에서 할로겐 난연제가 발견돼 5000만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을 파기당했다.
국내 기업도 지난 2001년 이미 환경규제로 수출애로를 경험한 사업자가 전자업체의 27%, 섬유업체의 46%에 달할 정도다. 기업들의 87%는 환경규제가 심각한 무역장벽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삼성전기, 현대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환경규제 대응에 철저히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사적인 환경안전경영위원회를 대표이사 주관으로 운영한다. 녹색구매제도를 시행해 협력업체의 환경규제 대응을 유도하고 있다.
LG전자도 전 제품에 무연납땜을 적용하며 EU가 요구하는 폐제품 회수 및 처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설계단계부터 환경디자인 개발을 적용하고 협력사로부터 부품을 납품받는 단계부터 유해물질을 검사, 관리하고 있다. 부품업체인 삼성전기도 친환경 서례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린구매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환경경영을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부품 소재를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이다.
대한상의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선진국 시장의 환경규제를 인식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전체의 15%에 머물렀고, 올해 들어서도 20∼30%에 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협력업체의 20%를 정리하면서 철저한 환경규제 대응체계를 만든 소니는 그린파트너제를 운영하면서 환경경영시스템, 운영관리, 공정관리 등 62개 항목 중 필수항목 17개 이상·총 80점 이상 통과해야 파트너로 선정한다.
이 같은 철저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대용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유해물질 규제인 RoHS나 WEEE 등을 2006년까지 맞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아직까지는 대응이 미비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판수 산자부 사무관은 “EU환경규제가 본격화되는 2007년이면 환경규제 대응력에 따라 대기업 협력업체 구도도 재편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EU는 우리나라를 환경규제 관련 특별관리 대상국으로 올려놓고 있어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 정부는 청정기술개발자금 운용, 지역별 친환경 순회교육, 유해물질관리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의 정책을 추진중이다.
대기업, 학계와 공동으로 환경친화적 공급망 구축사업도 실시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환경경영을 회사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분야로 보고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사고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친환경 기업이라는 기본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매출을 올릴 길이 막히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자들의 투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환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환경경영의 키워드로 지속가능 경영, 유럽 일본 중심의 전자 자동차 유해물질 규제, 책임재활용제도(EPR) 입법,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꼽고 “기업이 환경경영에 철저히 대응하는 것은 이미 경영의 기초사항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기고
환경규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대응
-박재인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상근부회장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와 같은 환경규제가 전세계 시장에 확산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우리 전자·전기산업계도 그동안 나름대로 어느 정도의 준비와 대응은 해왔다고 보여지나 아직도 중소기업이나 부품 소재 또는 유통, 판매 등 생산관련업계는 어려운 경영여건 등으로 정보와 준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생산자가 오염의 책임을 지는 재활용제도는 생산자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공정을 통해 환경부하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국내외적으로 강화되는 환경규제가 오히려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생산물책임재활용은 기존의 폐기물처리체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생산자 등은 여기에 폐제품의 회수 재활용을 통해 자원순환형 사회를 선도해 환경도 보전하고 고갈자원도 극복해 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생산자란 제품을 생산하는자는 물론이고 수입자, 판매자, 유통자, 이용자, 부품소재 및 소프트웨어 공급자까지 어떠한 형태로든 간에 생산·공급에 관여한 모든 자를 대표해 지칭하는 것이다. 환경오염의 원인이 분산되어 있는 만큼 그 책임도 적정하게 분담되어야지 그렇지 않고 책임이 누구에게 집중되면 환경보전의 당초 목적은커녕 오히려 그 분야의 경쟁력만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제 국내외기업 특히 우리 전자·전기 산업계 간에는 제품 개발에서 폐기단계까지 전 공정을 통해 환경부하의 최소화 즉, 보다 친환경적이고 자원절약적인 환경경영을 철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부품 소재 등 사용 자재가 친환경적이면서 재자원화가 용이토록 해야 하고 둘째, 제품 개발 생산 단계에서부터 역시 친환경적이고 자원 절약적이며 리사이클링 즉, 폐제품의 해체·선별 등에서 재자원화가 용이하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또한 폐제품을 회수 재활용하는데 있어 친환경적이고 또 효율적으로 재자원화가 최대화되도록 인프라를 구축 운용해야 한다.
parkjeain@hanmail.net
◆해외우수사례-도요타 자동차의 환경경영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환경경영을 기업의 키워드로 잡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 표준을 선도해 이를 기업 이미지 제고로까지 연결시킨 성공사례로 꼽힌다. 친환경 기술에 매진해 ‘성장이 둔화된 공해산업인 자동차업체’에서 ‘세계최고의 기술력 보유기업인 동시에 환경배려기업’이라는 이미지구축에 성공했다.
도요타는 낭비요인을 제거해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가이젠(改善)’정신으로 환경경영을 추진했다. 21세기형 자동차로 전기동력과 기존의 가솔린엔진을 함께 단 하이브리드카를 선정하고 ‘신형 프리우스’ 자동차 개발을 통해 차세대 동력원의 업체표준을 장악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원조 프리우스’의 판매량이 극히 저조함에도 추진을 늦추지 않았다. 이에 자동차 보급으로 환경문제가 대두된 중국에 프리우스를 보급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 덧붙여졌다. 환경과 에너지측면을 고려한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02년 연구개발 총액 5812억엔 중 1304억엔을 환경기술 관련투자에 쏟아부었다. 이로써 가장 뛰어난 하이브리드카 기술을 확보, 세계 표준을 선도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환경투자에 따른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과 에너지 절감 등으로 연간 43억엔의 경제효과를 얻어냈으나 이미지향상과 고객효과 등을 감안하면 막대한 효과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도요타의 전략은 기존 자동차 업체의 공해 이미지를 벗어나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자동차 업체로서 일본내 환경브랜드 조사에서 1위를 차지, 사회공헌 이미지와 함께 높은 투자등급까지 확보했다.
도요타 자동차는 2020년까지 매출액 5조엔의 환경관련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목표를 수립, 적극적으로 환경사업 진입 의지까지 밝혔다.
옥수수를 대체할 사료용 고구마 생산과 고구마를 원료로 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사업을 전개했다. 또 호주에 식목사업을 전개, 중국의 제지수요 급증과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에 대비하는 전략을 택했다.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부분의 기업은 환경관련 투자금액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투자시기는 최대한 늦추려고 하고 있으나 도요타는 오히려 생산현장에서 낭비요인을 제거하는 ‘가이젠’ 정신을 환경분야에 적용해 비용절감을 도모했다”며 “환경규제가 급속히 강화할 것을 고려할 때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자사에 필요한 환경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비용절감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