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8일 토요일 11시. 스카이라이프TV를 통해 메트릭스3를 시청중인 회사원 송모씨(40세)에게 다음주에 골프 치러 가자는 친구의 전화가 걸려 온다.
송씨는 바로 TV리모컨을 통해 스카이라이프가 제공하는 포털화면 스카이터치에 접속, 자신의 이름으로 골프장 부킹을 마친다. 송씨는 스카이라이프TV를 통해 기상청이 제공하는 이번주의 날씨를 체크한다. 일주일 후인 15일 오후 송씨는 도로교통 정보를 확인한 뒤 골프장으로 출발한다.
6년 후인 2010년 일요일 오후 3시. 주부 이모씨(33세)는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다 드라마 여주인공이 차고 있는 목걸이 브랜드와 가격·소재 등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주문한다.
또한 t커머스를 이용해 주문한 피자를 먹으면서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 남자 주인공의 나이·취미를 TV화면을 통해 확인한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키워드로 한 디지털 혁명이 안방에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특히 홈네트워크·셋톱박스·PVR 등 디지털 제품 생산기술의 발전은 통신과 방송의 기본 성격과 우리의 생활환경을 하루가 다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아날로그 전화기에서만 가능했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디지털 기술 발달에 힘입어 디지털TV에서도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공중파 방송사 및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경우 자신의 일정에 맞춰 의사를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따라 방송사들이 내보내는 정보를 받아 화면에 뿌리는 ‘바보상자’ 취급을 받아 왔던 TV도 이제 사용자의 생각을 대신 표현해 주는 첨단 정보통신기로 새로 태어나고 있다.
특히 ‘디지털방송의 꽃’으로 불리는 양방향TV서비스는 초광속도로 발전하는 DTV 및 인터넷 기술의 진화에 힘입어 주목받고 있다.
양방향서비스는 크게 전자프로그램가이드(EPG)·PPV(Pay Per View)·주문형비디오(VOD) 등 유료서비스를 비롯, 게임 증권 날씨정보와 같은 각종 데이터방송서비스 및 t커머스·t뱅킹 등 기존 프로그램에 연동된 개선된 서비스 등 다양하다.
이미 세계시장에서는 사실상의 표준을 획득하기 위해 타업종은 물론 경쟁상대와 활발한 제휴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MS는 일본의 게임기업체인 세가, 노무라 연구소 등과 합작해 차세대 미디어 개발을 위한 회사설립에 합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말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사와 일본 소프트뱅크사가 손을 잡았다. 머독은 양방향 디지털 전송기술을 결합, 시청자들이 TV를 보면서 대화할 수 있는 양방향 위성미디어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폐막된 아테네 올림픽 양궁경기 중계를 국내 KBS가 제작, 전 세계로 송출한 것은 한국의 방송 및 디지털 기술이 이제 세계시장에서도 승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좋은 사례였다.
양방향 방송의 등장은 그동안 수동적이던 시청자들을 능동적인 수용자로 변화시켜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일방향 TV서비스에 비해 시청자의 선택성과 이용시간 등의 통제력을 강화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양방향서비스는 유럽과 미국 지역의 디지털 위성방송에서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기 시작했으며, 케이블망의 업그레이드와 디지털 셋톱박스의 보급에 따라 케이블MSO의 VOD서비스를 중심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전 세계 양방향TV 서비스 사용자 규모는 지난 2001년 6200만이던 DTV사용자 가구 수가 오는 2005년 2억3700만가구로 확대되면서 연평균 6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양방향TV 사용가구 역시 2001년 1300만에서 2005년 1억4450만가구로 늘어나면서 전체 DTV 사용자 중 60%를 차지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양방향 멀티미디어 시장의 선점은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 및 전파를 통해 국경이 무너지는 위성방송 시대에서 한국의 디지털 기술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디지털 TV전송기술을 바탕으로 양방향 멀티미디어 서비스는 홈쇼핑·주문형 뉴스서비스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PC와 TV가 홈네트워크 총아 자리를 놓고 주도권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에게도 이제 기회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국내 가전·통신업체들이 PC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천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양방향 디지털 멀티미디어 시장 선점을 통해 시장을 유리하게 재편해 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양방향 멀티미디어의 핵심인 대화형TV는 초고속정보고속도로의 총아로서 향후 원격진료·원격교육·재택근무 등 여러가지 용도에서 활용할 수 있어 인류의 생활양식을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NBC와 인텔사에 의해 실시되고 있는 인터캐스트가 바로 이러한 양방향 서비스의 일종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 디지털TV 전송방식이 미국식으로 결정된 이후 기존 위성방송사업자는 물론 지상파 케이블TV사업자들이 디지털 방송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DVB-MHP 기반의 양방향 TV서비스인 스카이터치를 선보인 스카이라이프는 오는 10월 도미노피자·BBQ치킨 등을 TV로 주문할 수 있는 연동형배달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기술적 한계 및 법·제도의 제약으로 인해 양방향 TV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양방향 디지털 방송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콘텐츠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함께 기술표준 간 호환성 문제 해결 및 법·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상파 방송사인 KBS 역시 KT·삼성전자 등과 함께 130가구를 대상으로 IP기반의 지상파 양방향 데이터 방송을 개시, 현재 시범서비스를 실시중이다. 또 SK텔레콤과 함께 정통부 디지털홈네트워크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SBS 등 다른 지상파방송사들 역시 곧 IP 기반 데이터 방송을 선보일 예정이다.
C&M·BSI 등 케이블TV업체들도 올 하반기 서비스를 위해 미들웨어 도입 및 사업자 선정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데이터 방송시장 시장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MSO와 디지털미디어센터(DMC)를 중심으로 데이터 방송이 봇물을 이루면서 국내 양방향 데이터 방송 시장이 본격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업자들도 브로드밴드TV를 앞세워 ‘양방향TV’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방송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정보통신부의 홈네트워크 시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KT컨소시엄은 경기도 용인 현대홈타운 아파트에 KBS의 디지털 방송망과 KT의 초고속인터넷망(메가패스)을 결합한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 컨소시엄도 SBS와 양방향 TV 시범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현재 서울 방배동, 대전, 부산 지역 300여가구에 홈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일단 방배동부터 양방향 DTV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양방향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핵심 하드웨어인 셋톱박스 업체들과 가전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LG전자는 유럽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3세대 WCDMA 휴대폰 등 양방향 디지털 기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제품은 양방향 영상통화가 가능하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
◆해외서비스 사례
전세계적으로 양방향TV서비스는 영국의 B스카이B(BSkyB), 프랑스 카날플러스, 미국의 디렉TV·에코스타 등 디지털위성방송 사업자들이 선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브로드밴드 보급률이 낮은 유럽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은 독립형 서비스에서 상대적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프랑스의 경우 위성방송 사업자에 의해서 주도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가운데 연동형 경마서비스가 가장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미국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연동형 서비스의 다양화를 집중적으로 추진중이며, 일본은 독립형 서비스에 관련된 내용의 기존 채널들과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전략을 시행중이다.
국가별로는 시청자들이 경마·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베팅을 할 수 있는 영국 BSkyB의 양방향 서비스가 지금까지 성공한 모델로 거론되고 있다.
시청자가 단순히 정보를 제공받는 데서 한 발 나아가 경마·슬롯머신 게임을 하거나, 퀴즈쇼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BSkyB는 회사 전체 수익의 6% 이상을 양방향TV 서비스를 통해 거두고 있다. 도미노피자·카폰웨어하우스 등 BSkyB 오픈서비스를 통해 각종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상당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문화가 발달한 미국은 유럽에 비해 활발하지는 않으나 향후 양방향TV 산업의 급속한 성장이 기대되는 나라다. 현재 연동형 서비스 30개 채널을 운용중인 미국 디렉TV는 양방향 광고서비스를 비롯, 증권·쇼핑·날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비스티파이는 맥도널드 주문배달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프랑스 카날플러스도 영화와 스포츠 중심으로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을 산하 지상파케이블위성방송을 통해 이용하고 있다. 미국 독립영화제작사인 캐롤코 주식 17%를 매입해 픽션영화 장르의 유통을 담당하는 독일 UFA 및 SIE와 합작을 하기도 했다.
일본은 BS디지털위성방송사업자·CS위성사업자가 데이터방송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기술적으로는 유럽 방식의 MHP 기술이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DVB방식의 디지털 방송사뿐 아니라 각 디지털 방송방식의 플랫폼에서도 자바(JAVA)기반의 MHP를 표준기술로 인정, 개발중이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