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맥` 클러스터]영남권-포항

 “앞으로는 철의 도시가 아닌 첨단과학도시로 불러주세요.”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 내려 포항으로 이어지는 국도를 따라 20여분쯤 달리다 보면 오른편 언덕 위에 포항공대가 자리잡고 있다. 포스코와 포항산업의 핵심 브레인으로서 국내 최우수 과학두뇌들이 모여 있는 포항공대는 포항지역 과학 인프라의 중심이다.

 포항공대 안팎에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포항가속기연구소 생명공학연구센터, 지능로봇연구소 등 무려 75개의 연구소가 빼곡히 들어차 있고 이곳에는 2000여명에 이르는 석박사가 밤낮 없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포항은 올초 우수한 과학 인프라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첨단부품소재 클러스터로 발전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해 ‘첨단과학도시 포항건설의 원년’을 선포한 시는 작년 6월 지역 전문가 24명으로 첨단과학도시추진협의회(회장 정장식 포항시장)를 발족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청내에 첨단과학과를 설치했다.

 ◇4대 첨단소재 중점 육성=포항시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첨단소재분야는 철강 신소재와 바이오/의료소재, 나노전자소재, 에너지소재 등 4개 분야다.

 철강 신소재분야는 이미 RIST와 포항공대에서 수많은 연구성과를 내고 있으며, 나노전자소재와 에너지소재 등도 대학 연구소를 통해 적지 않은 결과물을 도출했다. 특히 나노전자소재는 포항공대 나노기술연구센터(센터장 정윤하 교수)를 중심으로 최근 산자부의 나노기술집적센터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나노소재와 나노 공정 등을 주로 연구해 산업화를 지원할 나노기술집적센터에는 앞으로 5년간 총 12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 밖에 오는 2012년까지 550억원이 투입되는 지능로봇개발연구센터 건립계획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원삼 포항시 첨단과학과장(49)은 “4개 분야의 연구 인프라가 모두 갖춰져 있다”며 “4개 분야 해당 전담팀에서 집중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첨단소재 R&D 특구=이달 중순 포항테크노파크에서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윤석열 삼성SDI 중앙연구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첨단소재 R&D 특별지역추진 심포지엄이 열렸다. 지난해부터 착실한 준비과정을 거친 첨단소재 R&D 특구 마스터 플랜의 중심에는 서판길 포항공대 연구처장이 있다. 그는 이날 “포항에는 우리나라 신소재 산업의 10%가 집중돼 있고 탁월한 연구역량이 갖춰져 있어 대전의 종합 R&D 특구와 함께 소재분야의 R&D 특구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는 포항공대와 RIST, 방사광가속기가 위치한 지곡단지 180만평은 그야말로 R&D의 코어(Core)로 만들고 87만평에 이르는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는 과학생태단지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2011년까지 조성될 영일만 신항 배후단지(180만평)는 최근 현대중공업이 입주(30만평)함에 따라 조선관련 협력업체와 물류유통기업, 부품소재기업들이 밀집하는 기업형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오는 2006년 12월에 조성이 끝나는 포항시 대송면 일대 포항4공단(62만평)의 경우 현재 부품소재관련 16개 기업이 13만4000평에 해당하는 입주계약을 했다.

 포항은 이 같은 첨단소재분야의 R&D와 생산기지, 신항만 기업형 도시 등을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포항소재밸리(PAMV)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서판길 연구처장(52)은 “R&D 특구를 위해서는 시설(인프라), 인력, 정부의 의지 등 3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지난 10여년 전부터 자립형 도시로 발전해온 포항은 현재 자립형 지방화를 추구하는 정부의 첨단산업육성정책에도 가장 부합하기 때문에 정부가 특구지정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할 때”라고 말했다.

 ◇기대효과와 과제=포항시는 단기적으로 첨단소재 R&D 특구 특별법이 올해 제정되면 장기적으로는 포항이 ‘첨단소재 R&D 허브구축을 통한 글로벌 소재공급기지’로 탈바꿈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10년 안에 신규고용 10만명, 첨단소재 중핵기업 50개사, 연구인력 1만명 등 현 51만명의 포항인구가 8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 전문가들은 포항의 이미지를 첨단과학도시로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포항이 철강산업 도시라는 이미지를 깨고 10년 뒤 대덕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는 첨단과학도시가 될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etnews.co.kr

◆포항 R&D의 핵심인 RIST와 PAL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PAL)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두 기관은 향후 △국제컨소시엄 빔 라인 및 제4세대 빔 라인 조성 △부품소재 실용화를 위한 전문연구 등을 통해 첨단소재산업 연구에 생명과 경쟁력을 불어넣을 핵심으로 꼽힌다. 또 이를 통해 향후 첨단소재밸리(PAMV)를 포항에 안착시키는 견인역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품 및 신소재 연구의 중심=민간연구기관인 RIST(원장 홍상복 http://www.rist.re.kr)는 지난 87년 창립 이후 철강과 소재, 자동차 및 환경에너지 등 종합 연구분야에서 총 7200여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했으며 7000여건의 산업재산권을 출원했다. 또 해외 17개 연구기관을 비롯한 40여개의 국내외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박사 연구원 115명을 포함, 166명의 연구인력이 연구활동을 펴고 있는 RIST는 현재 부품신소재연구센터와 설비자동화연구센터, 환경에너지연구센터, 강구조연구소 등 4개의 연구소와 4개의 전문연구센터 및 연구지원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그외 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국가지정연구실사업에 용사코팅연구실과 탄소재료연구실, 강교량연구실이 각각 선정돼 관련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홍상복 RIST 원장(60)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부품소재의 실용화, 산업설비의 자동화, 환경에너지개발, 철강 신수요 창출 등 4대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며 “포스코 중심의 연구자원을 국내 산업체와 정부에 고르게 배분, 국내 최고 수준의 민간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4세대 가속기로 새롭게 도약=올해 말로 준공 10년째를 맞는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소장 고인수 http://pls.postech.ac.kr)는 건설 당시 빔 라인 2기에서 현재는 총 23기로 늘어나 규모 면에서도 급성장했으며, 올 하반기에는 고성능 빔 라인 6기가 새로 가동될 전망이다.

 이 같은 방사광가속기 가동 기술을 바탕으로 이제 연구소는 선형가속기인 4세대 방사광가속기 건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원형가속기인 3세대 가속기에 비해 빛의 밝기가 100억배나 더 밝은 4세대 가속기는 미래과학기술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전망이다.

 현재 독일과 일본, 미국 등에서 4세대 가속기 건설을 추진중이긴 하지만 실제로 4세대 가속기를 가동중인 곳은 없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4세대 가속기에 대한 기초연구를 시작했으며, 이를 국내외 학회에 수차례 발표했다.

 전자소자나 컴퓨터 칩, 액정디스플레이 등 첨단소자들의 크기는 나노재료 수준으로 점차 작아지고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4세대 가속기는 이 같은 나노 재료가 어떻게 시공간 상에서 변화하는지 더 잘 이해함으로써 더욱 우수한 성능의 나노재료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총 480억원이 투입될 4세대 방사광가속기에 대한 설계를 내년부터 시작해 오는 2007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는 2010년에는 시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인수 소장(51)은 “준공 10년째 접어들면서 연구소가 제 4세대 가속기 건설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4세대 가속기를 반드시 건설해 우리나라의 가속기 설계기술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동시에 첨단 기술에 대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

 

◆인터뷰-정장식 포항시장

 “포항은 이제 철강산업도시에서 첨단과학도시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최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대규모 국책사업인 나노기술집적센터와 포항지능로봇연구소를 유치하게 됐습니다.”

 정장식 포항시장(54)은 “지식기반 및 과학기술로 빠르게 변모하는 포항이 향후 2010년에는 국민소득 2만달러를 선도하는 인구 80만명의 첨단과학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첨단소재밸리(PAMV) 육성과 관련해 정 시장은 “정부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소재산업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고 포항이 지닌 우수한 과학 인프라를 눈여겨 보고 있다”며 “첨단소재 R&D 핵심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재분야는 모든 산업의 전방위 산업으로서 그 파급효과가 엄청납니다. 날로 심화되는 소재 분야의 해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포항시는 나노전자와 바이오, 철강, 에너지 분야의 소재 개발에 연구개발력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정 시장은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R&D 특구에 포항이 반드시 지정되어야 한다”며 “이는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을 한단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대덕에 한정된 R&D 특구를 지정하는 대덕연구개발특구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 상정하기 위해 입법예고했는데 이는 국가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전은 종합 R&D 특구로 가되 포항은 첨단소재분야에 특화된 특구지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는 또 시민들의 과학마인드와 관련해 “첨단과학도시 포항 건설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과학마인드가 중요하다”며 “국제물리올림피아드와 국제청소년과학캠프, 여름방학 과학콘서트 등은 시민들의 과학에 대한 마인드를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시민 과학마인드 확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내년부터는 행정은 물론, 교통, 정보통신 등 일반 시민과 직결되는 분야에서도 우리 실정에 맞는 과학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첨단과학도시로서의 면모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