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도로 광산인터체인지에서 광주과학기술원 방면으로 빠져나오면 곳곳에 공사 현장이 눈에 띈다.
광주과기원 정문에서 1㎞ 남짓 떨어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광통신부품연구센터와 광주디자인센터 신축 공사장에서는 건설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부지런히 오간다. 조금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앰코코리아 광주공장과 다음달 완공 예정인 한국광기술원, 광주테크노파크, 아파트형 공장인 광주하이테크센터, 중·소형 규모의 기업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 곳이 바로 광주 산업현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첨단과학산업단지(이하 첨단산단)다.
올해로 조성 10년째를 맞는 첨단산단은 광산업과 부품·소재 산업 등의 육성을 통해 생산도시를 조성하려는 광주시의 부푼 꿈이 깃든 곳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등을 모델로 한 전국 최초의 연구·생산·주거 복합단지이기도 하다.
지난 95년 7월 1단계로 242만9700㎡ 규모로 개발된 첨단산단은 현재 85%의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기·전자·반도체·광통신 등 기술집약적인 벤처기업들이 대부분인데다 생산 및 고용효과가 매년 20% 이상 증가하는 추세여서 이 곳에 거는 광주지역의 기대는 매우 크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첨단산단의 지난해 생산총액은 2조3928억원, 수출총액은 17억5880만달러로 광주지역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산단은 기존 산업단지와는 달리 연구와 생산시설이 한 데 어우러진 복합공간이다. 광주과기원을 비롯해 한국광기술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에서 일궈낸 연구성과를 벤처창업과 제품화 등 산업화로 연결하는 시스템 구축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난 95년 문을 연 광주과기원이 서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과 밀접한 정보통신·기전공학·신소재·환경공학·생명과학 등 5개 학과를 둔 이 곳에는 75명의 교수와 석박사 700여명이 실험실과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워가며 신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과기원은 지난해 교수 1인당 과학논문인용색인(SCI) 게재건수 5.4편, 연구비 5억6000만원으로 국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탁월한 연구력을 자랑하고 있다.
나정웅 광주과기원장은 “첨단학문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계 수준의 경쟁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산·학·연을 통해 첨단산단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첨단산단에는 지난 2000년 시작된 지역특화산업인 광산업 육성사업과 발맞춰 연구소와 기업체들이 대거 밀집해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160여개의 기업체 및 연구소, 유관기관이 몰려 있는 전국 유일한 광산업 집적화단지가 조성돼 있다.
오는 10월이면 국내 최대의 광기술 전문 연구소인 한국광기술원이 준공된다.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광주분원격인 광통신부품연구센터 연구소도 완공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미 지난 5월 광주 광산업 3대 연구소 중 하나인 광주과기원 부설 고등광기술연구소가 문을 열고 광전문 인력 교육과 극초단 광양자빔 연구시설 구축사업에 착수했다.
이러한 연구소 외에 유관기관으로 광산업 육성 민간추진주체인 한국광산업진흥회와 광주테크노파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광주지역본부도 기업체 지원과 연구개발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요즘 첨단산단 입주업체들은 경기침체와 매출감소, 운전자금 조달 등의 문제로 고전하고 있지만 서서히 경기 회복을 실감하며 재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중국에 커넥터 등 광통신 부품생산 현지 법인을 설립한 고려오트론 정석근 고문은 “공격적인 경영이야 말로 향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해외 시장개척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광케이블 생산업체 글로벌광통신 박인철 사장은 “대부분의 업체가 신제품 개발을 끝내고 해외 수출 계약을 추진하는 등 불황 타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광통신 시장경기가 회복되는 기미가 엿보이면서 모처럼 첨단산단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첨단산단을 혁신클러스터로 지정, 추가 사업비 지원이 확실해지면서 광산업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해 주고 있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광산업 집적화단지를 확대하기 위해 인근 부지 3만3000㎡를 매입해 2차 광산업집적화단지로 조성, 광통신부품과 발광다이오드(LED) 등 반도체 광원 중심으로 특화해 나갈 계획이다.
광산업 육성 주무부서인 광주시 전략산업과 정선수 과장은 “광산업 1단계 사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해 올해부터 5년간 추진되는 2단계 사업에서는 실질적인 업체 지원과 육성사업 위주로 추진할 방침”이라며 “머지않아 첨단산단이 광산업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클러스터로 자리잡아 국가 및 지역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etnews.co.kr
◆광주시의 돈되는 5대 전략산업
광주시는 △광산업 △첨단부품·소재 △디자인 △문화콘텐츠 △태양에너지 등 5대 산업을 핵심 전략산업으로 삼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른바 ‘돈버는 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며 연구개발(R&D) 사업과 투자 및 기업 유치를 위해 전방위 활동을 벌이고 있다.
◇광산업=국내 유일한 광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2010년 세계 5대 광 선진국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다. 시는 지난 4년간 광산업 육성 1단계 사업을 거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2008년까지 총 3800여억원을 투입해 △반도체 광원 △광통신부품 △광클러스터 정착 등 3개 분야 19개 사업을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첨단 부품·소재=영세업체 중심의 산업구조를 첨단 기술중심의 부품·소재 산업으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07년까지 1150억원을 투입해 생산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부품설계·초정밀가공·초정밀성형·건식표면처리 등 4대 핵심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디자인산업=2012년까지 3단계로 나눠 자동차·전자·광산업과 연계된 제품 및 부품 디자인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특히 첨단산단에 건립중인 디자인센터를 중심으로 업체를 지원하고 내년에 세계디자인비엔날레를 창설해 국내외 디자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문화콘텐츠산업=광주 문화수도 조성사업과 맞물려 게임·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남구 사직공원 일원과 전남도청 주변 21만4500㎡ 부지를 문화산단으로 지정했다. 또 영상특수효과(VFX) 등 문화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영상 전문인력을 양성해 세계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방침도 세워놓았다.
◇태양에너지=2006년까지 태양에너지의 시범도시(솔라시티)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시의 복안이다. 태양광 발전 및 태양열 온수 시스템, 실증연구단지 조성 등 3대 17개 세부사업에 1950여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조선대에 건립중인 태양에너지 실증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산·학·연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대체에너지 산업의 육성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
◆인터뷰-전영복 한국광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광산업 육성 민간추진기구인 한국광산업진흥회 전영복 상근부회장(64·사진)은 “광산업은 국민소득 2만달러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광산업체의 공동 마케팅과 기술 제휴 등을 통한 성장·발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국내 광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이제 갓 출발한 수준이라면서도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광주 광산업 클러스터에 입주해 있는 200개 업체의 총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했으며 향후 2∼3년내 100억원의 매출을 초과하는 중견기업도 20∼30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부회장은 “특히 지난 4년간의 광산업 육성 1단계 사업을 통해 첨단산단에 정부 출연연이 들어서고 고가 장비가 구축되면서 집적화가 이뤄졌다”며 “이러한 시설과 규모는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록 지난 2∼3년간 광통신부품의 시장 침체로 많은 업체가 시련을 겪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광산업 경기회복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며 “국내업체들이 잠재력있는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외시장 개척,국제 교류 협력, 신기술 연구개발 지원 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