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다. 그래서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인재 양성은 국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무엇으로 할 수 있을까.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e러닝’이다. 한국인의 지능지수(IQ)가 세계적이라고 하지만 두뇌생산성에서 보자면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로컬 지식 중심의 주입식 교육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로컬과 동시에 이제 글로벌 지식 중심의 창의력 교육과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통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e러닝은 지식 경제의 견인차=안병영 교육부총리는 EBS 수능 방송에 대해 “인터넷 강의는 단순히 과외비를 줄이자는 목적 외에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21세기형 인재 양성으로 우리 교육이 전환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안 부총리의 말은 방송·인터넷 매체를 통해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됐음의 선언이나 다름없다.
e러닝은 국가 인적자원 개발의 핵심전략이 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e러닝산업발전법’을 제정한 데 이어 교육인적자원부도 인적자원 개발을 위해 e러닝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정말로 고민스런 부분 중 하나로 산업경제적 측면의 ‘e러닝’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경제의 위기설이 나돌고 있고 청년 실업자가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e러닝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e러닝 전략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인터넷 다음으로 디지털 경제를 뒤흔들 키워드가 바로 ‘e러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e러닝 국제표준격인 스콤(SCORM:Sharable Contents Object Reference Model)을 만든 미국의 ADL(Advanced Distributed Learning)이 내세우는 비전은 ‘개인의 요구에 맞춰 언제 어디서나 저비용으로 고품질의 교육과 훈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가정·학교·사무실·작업현장 그리고 이동중에도 웹기반 학습은 물론 분산 시뮬레이션, 디지털 비디오 게임, 디지털 도서관, 임베디드 훈련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와 디바이스를 통해 e러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디지털 지식환경의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의 e러닝 산업이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 솔루션, 서비스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에 비추어 볼 때 더없이 명쾌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e러닝 전략은=차세대e러닝연구소 이용달 소장은 e러닝의 전략적 비전으로 지식기반산업화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서 ‘온디맨드 e러닝 서비스’, 인적자원 개발의 최적 수단으로서 ‘교육용 게임과 시뮬레이션’, 디지털 라이프 시대의 뉴미디어로서 ‘유비쿼터스 교육 미디어’를 들었다.
이 소장은 “e러닝이 기업활동 전반에서 맞춤지식을 제공함에 따라 비용 대비 효과적인 경쟁력 확보뿐 아니라 그 자체로 제품의 가치창출 수단이 된다”며 “이는 모든 산업의 프로세스 전체를 지식 집약하는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e러닝 서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콘텐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유무선과 방송, 통신 시장이 차세대 e러닝 산업 분야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디지털정책학회 노규성 회장은 좀 더 현실적인 추진 방안으로 △정부의 발빠른 정책 시행 △조속한 시장 창출 △e러닝 무료 금지 등을 꼽았다. 그는 “정부가 e러닝 인력양성, 기술개발, 자금지원 등 e러닝산업이 수지기반을 확충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데 필요한 정책 프로그램이 e러닝 산업발전법에 포함되지만 문제는 정부의 정책 시행이 더딘 데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그는 산업 육성의지를 조속히 실행에 옮기고 간접적으로 시장이 창출되도록 나서는 정책적 대안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유비무환의 정신으로=기업 교육 전문 e러닝 업체인 크레듀의 김영순 사장은 “우리에겐 원 재료(raw material)가 부족해 아쉽다”고 했다. 강의교재를 만들려고 해도 외국의 원서나 저명한 학자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소리다. 우리나라 e러닝 산업 발전에 한계이자 장애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처럼 외국의 대학들이 이미 e러닝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해 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70∼80개 미국 대학의 에이전시 역할을 하고 있는 유학 알선 업체 디러닝 김원영 회장은 “미국 대학들은 오프라인 교육과 똑같이 인정받는 온라인 교육 과정을 100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크레듀 김영순 사장은 “지식 산업도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우리의 자녀를 외국인의 교육 시설에서 외국 교사가 가르치는 일이 현실이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