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2주년-성장의 조건22]사회·문화 분야-e스포츠

 지난 7월17일 온게임넷을 통해 중계된 SKY 프로리그 1라운드 결승전의 10대 남성 시청률은 2.56%였다. 반면 같은 날 공중파 KBS를 통해 중계된 프로야구 올스타전 경기의 10대 남성 시청률은 1.77%에 불과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게임리그에 대한 청소년의 관심도가 한국 스포츠의 꽃으로 통하는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쏠린 관심도를 배 이상 앞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10대 남성 스포츠 채널 선호도의 현주소다.

 ‘e스포츠’가 스포츠의 중심무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한때 프로스포츠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프로야구가 병역비리 사태로 술렁이고, 2002월드컵 때 반짝했던 프로축구 열기도 꺾여버린 틈을 타고 프로게임 리그의 인기도는 하늘을 찌를 기세다.

 ◇왜 이렇게 크는가=‘테란의 황제’ 임요환이 거느린 팬클럽 회원수는 현재 50만명에 이른다. 2004년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이효리와 보아가 각각 36만명과 45만명의 팬클럽 회원을 가진 것에 비하면 그 인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인기를 상품화에 발빠른 기업들이 놓칠 리가 없다. 올 들어 프로게임단을 창단하고 리그에 뛰어든 굵직한 기업만 3곳에 이른다.

 SK텔레콤이 ‘T1’을 출범시켰고, 팬택앤큐리텔도 ‘큐리어스’를 만들어 가세했다. 헥사트론도 ‘드림’을 띄워 e스포츠 전문기업으로의 성장 카드를 내놓았다. e스포츠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게임 스타의 인기 급신장과 기업들의 가세가 e스포츠의 급속한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분석한다.

 온게임넷 황형준 국장은 “국내에서 스타, 팬, 돈(기업)이라는 프로스포츠 3대 요소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곳은 e스포츠가 유일하다”며 “e스포츠는 1∼2년 내 국내 프로스포츠계를 주름잡는 명실상부한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우선 e스포츠를 국가차원에서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공인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문화관광부는 이를 위한 실마리 마련 차원에서 한국e스포츠협회를 부처 산하 사단법인으로 정식 등록시켰다.

 문화부 김정훈 사무관은 “프로야구에는 KBO가 있고 프로축구에는 대한축구협회가 있듯이 e스포츠에도 대회 운영과 각종 절차를 표준화하고 조정해 나갈 협회 역할이 중요하다”며 “한국e스포츠협회가 제 역할을 다하는 데 정책적 우선순위를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제도적 장치를 바탕으로 문화부, 교육부 등이 공조해 전국 중·고등학교에 공식적인 게임부를 창단하고 이를 아마추어 선수풀로 활용할 것이 요구된다. 나아가 국가 공인 프로게이머 선발기준을 만들고, 우수 인력 양성에 정부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스포츠가 ‘스타크래프트’라는 한 종목에 편중돼 있는 것도 선결돼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수년 전에 출시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전세계적으로 시들해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국산 게임의 e스포츠화를 포함한 종목 다변화는 국내외 e스포츠 저변을 넓히기 위한 또 하나의 중차대한 과제다.

 산업적 측면에선 e스포츠 전용 시설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현재 게임방송채널, 게임유통사 차원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게임대회 공간을 대형화·현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정부 또는 협회 공식인증을 받아 최소 1000석 이상의 좌석을 갖춘 공인 게임 경기장을 수도권에서부터 확대 건립해가야 한다”며 “지방 리그와 아마추어 리그가 활성화될 수 있는 것도 얼마나 인프라를 갖추느냐의 문제”라고 밝혔다.

 ◇e스포츠 산업의 미래=한국e스포츠협회는 앞으로 한국 정부가 2년마다 주최하는 ‘월드 e올림픽&페스티벌’을 국제공인 e스포츠행사로 벌여나갈 계획이다. 여기엔 국내 e스포츠의 대중적 토양 위에 세계대회의 싹을 틔우겠다는 전략적 비전이 담겨 있다.

 ‘월드 e올림픽&페스티벌’에는 이미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월드사이버게임스(WCG)를 비롯, 프랑스 주도의 ESWC, 미국주도의 CPL 등의 대회까지 포괄하거나 연계하는 방안까지 적극 추진되고 있다.

 온라인 리그 운영 솔루션도 e스포츠 자체의 경제효과만큼이나 큰 IT산업적 파급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 게임리그 운영의 노하우와 게임서비스 기술을 총결집해 e스포츠 관련 솔루션을 선도적으로 개발, 기술을 확보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e스포츠가 전세계적인 인기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게 되는 2010년께엔 관련 솔루션분야 시장규모가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e스포츠업계가 세계 기술 표준화에도 눈을 돌려야 할 필요성이 여기서 나온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