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맥` 클러스터]영남권-대구·경북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가 서로 다르지만 지역마다 특화된 산업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는 공감하고 있다.

 섬유와 기계, 안경산업으로 대변되던 대구는 향후 지역 총생산의 17%를 문화산업분야에서 만들어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경북은 디스플레이 산업단지인 구미에 연구혁신클러스터를 접목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첨단문화산업으로 옷 갈아입자=고풍적인 빨간 벽돌 건물이 유럽의 도시를 연상케 하는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 가을 취업철을 맞아 대학 도서관 앞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벤치에 앉아 짧지만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 계명대 도서관에는 이처럼 치열한 취업공부에 매달려 있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구지역에 첨단문화산업을 뿌리내리려고 불철주야 노력하는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 원장 박광진)이 자리잡고 있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은 소프트웨어지원센터와 문화산업지원센터 등 2개 센터로 나눠져 IT사업부와 CT사업부가 각각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은 현재 소프트웨어지원센터와 문화산업지원센터로 사용하고 있는 도서관과 구 계명문화대학건물을 기반으로 전 캠퍼스를 첨단문화산업의 중심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문화관광부로부터 이곳이 문화산업클러스터로 지정되던 지난 6월을 기점으로 대구시도 기존 주력산업인 섬유와 기계산업 등 제조업기반에서 대구를 첨단문화산업밸트(CCB(Cultural Cluster Belt)로 조성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곳이 첨단문화산업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은 KOG스튜디오와 민커뮤니케이션 등 굵직한 게임업체를 포함한 CT 기업들이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또 구미 휴대폰 생산기지와 관련 있는 모바일 기업들, 디자인 및 캐릭터 기업, 만화 및 애니메이션, 디지털 음악, E러닝 등 다양한 CT기업들이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번 문화산업클러스터 지정을 통해 정부가 지원하게 될 23억원의 예산에 지방비 23억원을 보태 올해 총 46억원으로 문화산업지원센터나 도서관 내에 게임아카데미를 개설할 예정이다.

 게임아카데미는 대구시가 오는 2015년까지 장기계획으로 추진하는 첨단문화산업 클러스터의 출발점이자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박광진 DIP 원장은 “문화산업에 첨단이라는 옷을 입히기 위해서는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게임분야는 게임아카데미의 프로젝트교육을 통해 기업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각하는 생산기지, 구미혁신클러스터=“정말 그렇게 되긴 되는 겁니까?” 구미공단 한 입주업체 간부가 되묻는다. 구미공단은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혁신 클러스터 육성 시범단지사업에 대해 상당히 고무돼 있다.

 약 240여개 기업이 매월 3조원 어치가 넘는 제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생산기지일 뿐인 구미공단에 대규모 연구인프라를 갖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최근 혁신클러스터에 대한 정부예산이 5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소문에 구미시가 애를 태우고 있기도 하다.

 경북도 관계자는 “구미는 혁신클러스터 가운데 디지털전자산업(TV/방송 및 디스플레이부문) 선도를 주요 혁신과제로 추진하도록 돼 있다”며 “최근에 개소한 구미전자기술연구소(GIET)와 연계, 구미공단과 제4공단(디지털전자정보단지)에 첨단 연구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미공단은 이미 LG필립스LCD, LG전자, 삼성코닝, LG마이크론 등 국내 대형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이 밀집해 디스플레이 메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로는 외국인전용단지에 아사히글라스와 도레이, 교신 등 디스플레이 관련 해외기업들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구미공단은 생산단지로서는 오히려 넘칠 정도이다.

 이에 따라 구미시는 첨단전자기기 기술개발, 전자산업 기술인력 양성, 구미클러스터 종합지원센터 등 총 12개 핵심과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구미시는 이번 혁신 클러스터를 통해 구미가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스웨덴의 시스타처럼 연구와 시설 인프라가 고루 갖춰진 기업도시로 불리길 바라고 있다.

 또 지역 경제계에서도 지난해 말 수출 200억달러를 달성한 구미공단이 이번 혁신 클러스터를 통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

 

◆주요업체

◇KOG스튜디오(대표 이종원 http://www.kogstudios.com)는 대구가 전략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첨단 문화산업 클러스터의 디지털콘텐츠 업체 가운데 맏형이다.

 이 회사는 대구에 있지만 객관적 기술력에서도 서울지역의 여느 중견 게임개발사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는 게임들 중에서 KOG스튜디오의 게임들이 유독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물리엔진이라는 첨단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는 게임포털 넷마블을 통한 액션대전게임 ‘그랜드 체이스’의 서비스가 시작됐고 올 초 유료화를 통해 연 4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온라인으로 오프로드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와이드랠리’를 넷마블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초대형 원 소스 멀티유저 온라인게임 ‘범퍼킹 재퍼 온라인’을 개발, 넥슨닷컴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KOG스튜디오는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말 30억원의 기관투자자금을 유치하고 미국시장을 겨냥한 소방액션게임을 개발중이다. 온라인게임뿐만 아니라 KOG스튜디오는 국내 최초로 X박스용 레이싱게임 ‘하드코어4X4’를 개발, 미국 엑스에스게임(XS-GAME)사와 해외유통계약을 체결, 발매를 앞두고 있고 소니의 PS2용 로봇게임도 조만간 선보인다.

 이종원 사장은 “최근 일본과 중국, 대만 등에서 온라인 레이싱 게임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2월께 일본에서 서비스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문화산업을 이끌어 나갈 글로벌게임업체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

◇디보스

 LCD TV 전문제조업체인 디보스(대표 심봉천 http://www.diboss.com)는 주력제품인 LCD TV의 국내외 판매를 통해 월 1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구미를 대표하는 디스플레이 분야 중견기업이다.

 설립 만 4년째인 이 업체는 지난 2001년 5월 자사의 TV회로용 소프트웨어 마이컴이 온라인을 통해 거래되고, 이 실적이 한국무역협회의 정식 수출실적으로 인정되면서 국내 IT업계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10.4인치 LCD TV & 모니터 개발을 시작으로 20.1인치, 17인치 와이드, 30인치 와이드 LCD TV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 4월 세비텍이라는 회사명을 제품명인 ‘디보스(D.BOSS)’로 바꾼 후 특히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NEC와 카시오, 마란쯔 등 해외 대형 TV 브랜드에 ODM으로 제품을 공급해 온 디보스는 최근 마란쯔에 30인치 LCD TV 공급 계약을 맺었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최초로 동영상 떨림을 방지하는 ‘미세(MISE:Moving Image Shaking End)’ 엔진을 개발, 40인치 이상 LCD TV에 적용해오고 있다.

 심봉천 사장은 “디보스는 정통부 우정사업본부에서 실시하는 IT839적금에서 구입할 수 있는 디지털 TV 중 하나이며 우체국뿐만 아니라 LG e숍, d&shop 등 유명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

◆인터뷰-이의근 경북도지사

 “구미디스플레이 혁신 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되는 오는 2008년이면 구미국가산업단지에는 디스플레이, 모바일 관련 중소벤처부품기업 1000여 개가 입주, 현재의 2배에 이르는 70조원의 생산규모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의근 경북도지사(66)는 지난 6월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정부의 디스플레이/TV 분야 혁신클러스터로 지정됨에 따라 향후 기대효과를 이같은 수치로 설명하면서 “구미가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또 “그동안 생산기지에 머물러 왔던 구미공단이 혁신 클러스터 구축에 따른 연구기능을 강화하게 됨에 따라 산·학·연·관이 연계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그동안 조립·제조 위주였던 산업기반이 지식기반으로 체질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미 전자부품연구원(KETI)이 최근 구미공단 내 테크노비즈니스 지원센터에 구미전자기술연구소(GIET)를 개소해 혁신클러스터 사업과 연계한 구미공단 생산품의 고부가가치화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오키와 아사히글라스, 도레이 등 일본의 굵직한 디스플레이 부품기업과 해외 자동차 및 첨단 IT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몰려오고 있습니다. 해외기업들이 구미를 디스플레이의 메카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입니다.”

 이 지사는 “앞으로 구미 디지털 전자산업단지 혁신 클러스터 사업이 내실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각계 전문가 심포지엄 개최 및 네트워크 구축 등 모든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

◆인터뷰-조해녕 대구시장

 “대구는 연간 1만명의 CT관련 우수인력이 배출되고 있고 세계적 기술을 가진 게임업체와 전국 1위의 교육콘텐츠기업을 보유하는 등 문화산업도시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도시입니다.”

 조해녕 대구시장(60)은 대구가 왜 문화산업 중심도시가 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면서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한 50여 CT기업들이 지난해 52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매년 25%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현재 원 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 특성을 살려 종합적으로는 문화산업중심도시를 지향하고, 개별 촉발사업으로는 게임과 모바일콘텐츠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입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문화소비 기반형 육성모델이 필요합니다.”

 조 시장은 이같은 퓨전형 문화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으로 타 도시보다 높은 문화소비력, 우수한 IT기반기술 및 인력, 풍부한 전통 문화콘텐츠 등을 꼽았다.

 “앞으로 대구시의 모든 행정적 지원을 쏟아 계명대 중심의 게임·모바일 콘텐츠 잠재력을 살려가면서 첨단문화산업 중심지의 면모를 갖춰 나갈 것입니다.”

 조 시장은 “향후 10년 뒤 대구의 CT산업 생산액 비중은 현재의 10배인 17%에 이를 전망”이라며, “이를 통해 지역경제활성화와 지역혁신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동시에 정부의 세계 5대 문화산업 강국건설에도 부합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