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서울 방향으로 경부 고속도로를 거쳐 중부 고속도로를 타고 약 40분. 왼편 차창 밖으로 ‘벤처 프라자’라는 대형 간판을 내건 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순간 ‘오창 인터체인지’를 알리는 이정표가 다가온다. 말끔히 잘 닦여진 도로를 타고 오창과학산업단지에 들어서니 차창 정면으로 우림 아트 분양사무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창 단지는 충북이 IT·BT·NT 등 다양한 첨단 산업의 중심 축으로 육성하고 있는 자족형 지방산업단지로 국내 기업과 연구소는 물론 외국 기업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부지 곳곳마다 아파트 및 연구소, 기업 건물을 신축하기 위한 타워 크레인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지입구로 들어서며 보았던 벤처프라자 건물 1층에는 ‘충청북도지식산업진흥원’이 위치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최근 충남 공주시 장기·연기군이 신행정수도 입지로 확정되면서 인근 오창 단지의 인기도 치솟아 진흥원도 함께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돈우 과장은 “지방산업단지 가운데서 유일하게 활성화되고 있는 곳이 오창단지”라고 설명한다.
충북도에서 첨단산업과장을 지내다 올 초 진흥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태수 부장 역시 “오창 주변 일대가 전국에서도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지역으로 알려지면서 반도체는 물론 첨단 산업군의 기업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지역으로 급부상했다”고 오창 단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지난해 인텔이 아시아 지역 R&D센터 부지로 최종 염두에 뒀던 곳도 오창 단지였다며 입지 확정 전 언론의 보도로 무산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진흥원은 IT·BT 등 첨단 벤처·중소기업을 육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오창·오송 단지 활성화의 전진기지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 부장은 “진흥원이 성장 단계의 기업들을 육성하는 포스트(Post)보육센터(BI) 기능을 하고 있다”며 “설립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15개의 기업이 입주하는 등 호응이 높다”고 설명했다.
벤처프라자에는 현재 디엘정보기술을 비롯해 이큐엔지니어링, 디지털 아이, 부원바이오텍 등 14개 기업들이 둥지를 틀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나노바이오연구센터도 얼마 전 벤처프라자 입주를 마치고 본격적인 나노 및 BT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장기적이고 넓은 안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오창단지에 거점을 두게 됐습니다.”
SI 및 교육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 디지털아이의 서기석 사장은 “당초 사업장은 청주에 있었지만 무엇보다 지리적으로 교통편이 좋은 오창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입주 배경을 설명했다.
서 사장은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향후 마켓플레이스가 커질 것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는 참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진흥원에서 경영과 마케팅, 해외 판로 확장 관련 사업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지만 정작 수혜 대상인 입주 기업마다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아 쉽게 나서질 못하고 있다고 입주 업체 분위기를 전했다. 그런가 하면 그는 아직까지 소프트웨어산업을 산업으로 간주하지 않는 충북도에 대한 불만도 제기한다.
그는 “도에서 실질적으로 소프트웨어 등 IT산업을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아 IT기업들이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올 초 40여개의 기업들이 참여하는 충북 IT 교류회가 결성돼 분기별 모임을 통해 IT산업의 현황을 제대로 알리고 목소리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벤처프라자에서 몇 블록 떨어진 네패스.
반도체 재료 업체로 한동안 이름을 떨쳤던 크린크리에이티브를 전신 기업으로 둔 네패스는 지난 2001년 오창단지에서 반도체 부품·소재 전문 업체로 새롭게 거듭났다.
“입주 당시만 해도 전기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리 많이 나아졌습니다.”
김 소장은 “사업 특성상 반도체 회사와 엔드 유저 사이에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을 고르다보니 오창에 둥지를 틀게 됐다”며 “초창기 어려움은 있었지만 당시 선택은 주효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그러나 충북에서 내세우고 있는 IT 클러스터 조성은 업체들의 입주가 아직까지 많지 않아 미흡한 단계라며 단지 조성에 따른 로드맵과 가이드라인 등 구체적인 도의 지원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 소장은 특히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 산업체들이 학교와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이 전무하다”며 “도에서 중간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입지와 교통편의 측면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고 있는 오창단지.
이제 막 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차원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만큼 반영하느냐에 따라 향후 조성될 클러스터의 모습도 확연히 달라질 전망이다.
오창=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주요업체
◇네패스
‘반도체 시장의 글로벌 리더를 꿈꾼다.’
반도체 부품 소재 전문 기업인 네패스(대표 이병구 http://www.nepes.co.kr)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 범핑 기술과 컬러 디벨로퍼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 관련 산업의 수입 의존도를 낮춘 기술 지향형 기업이다.
범핑 기술은 LCD 모니터와 휴대폰 등 소형 전자 제품의 칩 패키지 크기를 작게 장착하는 반도체 가공 기술로 네패스는 해외 의존도가 전혀 없는 순수 국내 기술을 자랑한다.
이 회사는 특히 지난 5월 미국에서 솔더 범핑 기술에 대한 특허를 획득, IT 강국의 명예를 세계에 입증하는 개가를 올렸다.
솔더 범핑 기술은 기존 골드 범핑에 비해 원가율이 현저히 낮은 고부가 제품으로 네패스는 이를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삼고 있다.
이 회사는 또 국내 전자재료 분야에서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던 LCD용 컬러 디벨로퍼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 수입 대체 효과를 톡톡히 가져왔다.
네패스는 지난해 54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두배에 가까운 930억원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경상 이익도 지난해 46억원에서 올해 4배 가까이 많은 2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병구 사장은 “IT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반도체를 비롯해 전자소재 분야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술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며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 일류의 반도체 부품 소재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렉스진바이오텍
렉스진바이오텍(대표 권서형 http://www.rexgenebio.co.kr)은 지난 95년 현직 약사들을 중심으로 설립한 건강기능식품 연구개발 제조 기업이다.
이 회사는 창업 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 연구개발에 매진한 결과 지난 2002년 11월에는 벤처기업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2년 12월에는 ISO 9001 인증을 획득, 품질 관리의 우수성까지 인정받았다.
사업 분야는 건강기능식품 제조, 신약과 기능성 식품 연구개발을 위한 생명과학 연구 등 2개 부문으로 나뉘어진다.
주요 생산품은 무기질과 각종 비타민류 등을 주성분으로 한 건강보조식품과 필수 영양소 보충을 위한 특수 영양 식품, 기능성 건강 식품 등 100여종의 다양한 제품을 들 수 있다.
이 회사의 강점은 성균관대, 중앙대 등 외부 대학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신규 원료와 제품을 개발, 연구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최고의 약국 체인인 온누리건강과 하이리빙코리아, 종근당, 녹십자상아, 동아제약 및 CJ 등 기업들과 전략적으로 제휴해 이들의 다양한 마케팅 네트워크를 이용함으로써 매출을 안정적으로 증대시켜 왔다.
이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160억원에 달하며 국내 건강보조식품업체 가운데 5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인터뷰-정정순 충남도 경제통상국장
“오창과학산업지와 오송생명과학단지를 양대 축으로 바이오토피아 충북 건설에 역량을 모으겠습니다.”
정정순 충북 경제통상국장(47)은 IT·BT 등 양대 핵심 전략 산업을 발판으로 미래 첨단 산업 육성의지를 밝혔다.
도의 강력한 신산업 육성 의지를 반영하듯 충북은 최근 신산업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의 누리사업에서 충북대와 공동으로 IT·BT 과제를 잇따라 수주했는가 하면 유력한 후보였던 대전시를 제치고 IT 협동화센터 과제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충북 오창 단지에는 굴뚝산업이 없습니다. 초창기 단지 조성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없애고 오창은 이제 IT·BT 등 융합 산업의 거점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정 국장은 “전국 어느 지방산업단지에서도 이 곳과 같은 성과를 거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오창 단지를 국내 전자정보 및 반도체 등 IT 산업과 BT 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지난 8월 초 오창단지에서 국가 영장류 센터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영장류 관련 R&D 연구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도 생명연 영장류센터 옆에 둥지를 마련, 오는 10월 오창센터 착공식을 갖고 BT·NT 인프라 구축 사업에 본격 나서게 된다.
대기업인 LG화학의 오창 단지 입성도 단지 활성화를 위한 주요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국인기업전용단지도 최근 JSR, MTM, U-텍 등 해외 유명 업체의 잇따른 입주로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정 국장은 “오창 단지 조성이 끝나는 오는 2010년에는 5만3000여명을 수용하는 21세기 첨단과학기술도시로 변모할 것”이라며 “연간 3조1970억원의 산업생산과 연 3000억원의 소득 증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오창 단지 인근에 위치한 오송 단지에 대한 기대감도 남다르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중핵 기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오송 단지는 식약청을 비롯해 질병관리본부, 독성연구원 등 4대 국책 기관 이전이 확정됐으며 LG생명과학과 한국유나이티드 제약 등 160여개 업체들이 입주 희망 의사를 타진해 오고 있다.
충북은 오송과 대덕, 논산, 제천, 영동을 잇는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바이오 집적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정 국장은 “오송·오창 단지의 연구 기반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를 조성하고 산·학·연 네트워킹을 통해 BIT 등 융합 산업 육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주=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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