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지역에서는 문화콘텐츠 산업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과거 지역 경제를 주도했던 신발·목재 등의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이를 대체할 성장산업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자연스레 생긴 현상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인 문화산업, 특히 게임·영상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문화관광부의 문화산업클러스터 지정을 계기로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이유는 무엇보다 부산 동남권의 중추 도시인 데다 800만명에 달하는 인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여기에다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풍부한 문화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부산은 또 콘텐츠 분야 기업 수와 종사자 수가 다른 지역을 월등히 앞선다. 영상콘텐츠 분야 60여 개, 온라인·모바일·콘솔·아케이드 등 게임 분야 30여 개 등 340개에 가까운 문화콘텐츠업체들이 부산권에 포진해 있다.
또 CT 특성화 대학인 경성대를 비롯해 동명정보대·동서대 등을 중심으로 IT관련 인력이 연 1만명씩 배출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해운대 센텀시티에서부터 대연동에 이르는 ‘소프트타운 지구’는 이미 산·학·관·연의 인적·물적 네트워크가 제대로 형성돼 있다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도 이 분야의 투자를 늘려 ‘21세기 아시아 영상문화콘텐츠 산업 중심도시’로 거듭난다는 야심찬 비전을 밝히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최근 CT와 IT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다양화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영화·영상 △멀티미디어플랫폼 △가상현실(VR) 등 세 가지 분야를 기반으로 기술개발과 산업육성 및 활성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기본이 되는 △영상센터 건립 △후반작업기지 조성 △문화콘텐츠 콤플렉스 건립 등을 통해 △집적화 △창업보육 △R&D 및 상품화 △인력양성 △산·학·관 협력 등을 주력하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산·개발·정보교환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문화, 관광·소비를 연계해 글로벌 마켓 공략을 지향해 나갈 방침이다.
부산시는 무엇보다 영상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적인 행사로 자리잡고 있는 등 부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육성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부산시는 국·시비 및 민자를 유치해 영화·비디오·애니메이션·디지털 영상 등 영상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센텀시티 문화테마파크 등 적절한 부지(2000평)를 선정한 뒤 국·시비 460억원을 투입해 지상 6층 지하 1층(연건평 5600평 규모)의 부산영상센터를 내년에 건립할 예정이다. 또 디지털미디어존(DMZ) 등에 2000평 정도의 부지를 확보한 후 400억원을 들여 영화후반작업 기지로 조성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동부산 역사문화촌 내 7만여 평에 338억원을 들인 국내 제2의 영화촬영소 육성 일정도 밝혔다.
현재에도 관련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 및 활성화와 함께 영화스튜디오, 영상벤처센터, 시네마테크 등 인프라가 꾸준히 확충되고 있다. 특히 지방산업단지인 센텀시티와 수영만 요트경기장, 기장군 영화촬영지구가 연계된 부산문화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다. 각각 4만3459평(14만3700㎡) 및 7만483평(23만3000㎡)에 달하는 수영만 요트경기장과 기장군 일대는 부산의 문화산업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 2000년에 기장군 대변항에서 영화 ‘친구’가, 용궁사에서 공포·스릴러 영화 ‘폰’이, 장안파출소에서는 ‘페이스’가 촬영됐다. 올해에는 추석 개봉예정인 ‘우리 형’이 일광해수욕장 인근에서 촬영됐다.
또 영상분야에 부산 출신 인사들이 적잖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부산은 일본·중국 진출의 교두보로서 활용가치가 다른 어떤 지역에 비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장점을 살려 나가기 위해 부산시는 오는 2006년까지 기본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연관기업, 협회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주요 업종들을 부산으로 유치하기로 했다.
이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은 클러스터 입주기업들의 비즈니스 지원체계를 갖추고 동종 업종 간 교류를 통한 콘텐츠의 생산에 착수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핵심기술 습득 및 적용을 위한 인력양성도 진행된다.
확대재생산 단계인 2010년 이후에는 이업종 간 협업을 통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IT와 문화상품을 결합한 CT의 상용화 및 국제적인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이 때가 되면 부산에서도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수준의 CT산업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부산의 문화콘텐츠 생산 규모가 지역내 총생산(GRDP)의 5%에 달하고 관련업체 수는 현재 340개에서 10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수출액도 현재의 435만달러에서 2000만달러로 4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부산=허의원기자@전자신문, ewheo
◆주요업체
◇세안아이티
세안아이티(대표 김종기 http://www.1001i.com)는 ‘세상을 편안하게 하는 기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멀티미디어 시스템통합(SI), 게임, 의료기기 분야에서 분전하고 있다. 지난 1987년 3월 창업 이후 2001년 3월 세안아이티로 회사명을 변경하면서 멀티미디어SI 분야에서 온라인게임 분야로 사업범위를 넓혔다.
이듬해 7월 코스닥에 등록한 이 회사는 멀티미디어SI 분야에서 2D·3D애니메이션 제작, 영상음향 편집 및 스튜디오 설계 등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술력 측면에서는 수도권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해외 우수기술 응용능력도 뛰어나 세계적인 3D 컴퓨터그래픽 툴인 뉴텍의 ‘라이트웨이브(Light Wave)’, 디지털 편집장비인 ‘비디오 토스터(Video Toaster)’, 로봇공학 알고리듬 기술을 도입한 3D 애니메이션 툴인 세가의 ‘애니매니엄(Animanium)’ 등의 국내 독점공급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세안아이티를 각인시킨 게임은 1인칭 액션게임 ‘에폭온라인(Epoch Online)’. 대만을 비롯한 일본과 동남아시아 6개국으로 수출하는 등 사업다각화에 성공했다. 이어 나온 ‘에폭온라인2’ 격인 ‘아이언 워(Iron War)’는 말레이시아로 수출됐다. 아울러 일본 테라를 통해 테라의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중국과 동남아, 미주 지역으로 이 게임의 공급을 넓힐 계획이다. 최근에는 게임 개발뿐 아니라 퍼블리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엑스
3D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지엑스(대표 정재민 http://www.jiex.co.kr)는 업력은 짧지만 웬만한 부산 게임·영상업계의 프로젝트에서는 꼭 발을 담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특히 ‘오즈의 마법사’ 주제가를 차용한 애니메이션 ‘오버 더 램보우(Over the Lambow)’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오버 더 램보우’는 3D 애니메이션이 갖는 금속 질감을 배제한 작품으로 모방성·선정성은 물론 폭력적 요소를 완전히 탈피한 자연친화적 애니메이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목장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동물에 대한 어린이들의 이해를 높이는 취지로 2∼12세의 아동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초록색 배경의 목장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웃음이 나와 어린이나 어른할 것 없이 즐길 수 있는 강점을 갖는다.
정 사장은 “이 작품을 원소스멀티유스(OSMU)를 만족시키는 콘텐츠로 확대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바일게임, 에듀테인먼트용 콘텐츠로는 물론 국내외 지상파·케이블 방송을 통한 동시다발적 노출을 검토하고 있다. 나아가 캐릭터 상품 개발을 통한 오프라인 마케팅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선명(HD) 5.1채널급으로 제작했으며 시리즈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오버 더 램보우’는 이달부터 3개월간 일본의 건설업체 LB홈의 조립식 주택용 TV CF로 사용된다. 지엑스는 일본 진출을 계기로 캐릭터들을 집중적으로 홍보해 유럽·미주 시장 수출에도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인터뷰-유왕윤 부산게임영상협회장
“21세기 아시아 문화콘텐츠산업 중심 도시로 도약을 꿈꾸고 있는 부산 게임·영상산업의 ‘엔진’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협회가 지역 게임·영상업체 발전의 중추역을 담당할 것이라는 부산게임영상협회 유왕윤 회장(36)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다.
부산에서도 게임과 영상산업의 고부가창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협회가 앞장서서 게임·영상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협회는 바쁜 행보를 걸어왔다”며 ‘부산디지털콘텐츠페스티벌’ 공동 주관을 비롯해 ‘대구 디지털엔터테인먼트산업전’ ‘부산 ITU텔레콤아시아 2004’ 참가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들 행사를 통해 부산지역 게임·영상업체들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업체들의 개발의욕을 고취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협회는 조만간 열리는 도쿄게임쇼와 ‘2004대한민국게임대전’ 등의 행사에서 부산지역 업체들이 소외당하지 않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와 함께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게임·영상 관련단체와 교류협력을 추진해 부산지역의 게임·영상업체들의 해외진출을 돕는 등 국제 교류를 통한 실질적인 도움을 회원사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유 회장은 특히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면서 “협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지역 게임업체 드림미디어의 대표이기도 한 유 회장은 “부산이 게임·영상산업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실제 실적을 거두는 업체는 아직 안 나타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자인하고 “부산지역이 게임·영상산업 분야 토양이 다져져 있는 만큼 조만간 ‘대박’업체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부산=허의원기자@전자신문, ewh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