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은 사실상 한국 IT산업 발전의 한 축을 지탱해 왔다. 특히 부품분야 다국적기업들은 국내 세트산업 발전에 꼭 필요한 다양한 부품을 국내에 조달하며 국내 산업과 동반 성장을 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다국적기업은 이미 ‘우리를 외국기업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당당한 요구(?)와 함께 실제 한국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TI코리아다. 손영석 사장이 이끄는 TI코리아는 지난해 외국계 반도체 국내 법인 공식 매출로는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부품,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다국적기업의 역할은 사실상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비메모리업계에 각성제 역할을 해 줬으며, 실제 국내 비메모리산업 발전에 의도적이건, 필요에 의해서건 직간접적인 지원 및 자극을 주고 있다. TI코리아 손영석 사장은 “한국 벤처 반도체설계업체들과의 협력은 TI를 위해서도, 한국 비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TI는 다방면 기술 벤처와의 협력을 모색해 한국 벤처와의 파트너십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9년 삼성전자의 부천 전력용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된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도 국내 최대 규모의 전력용 반도체 전문회사를 표방하며 국내 세트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외국계 기업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연구개발·생산·판매 등을 모두 한국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지난 2000년부터 부천공장에 첨단 신규 라인을 추가 건설하고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지속적으로 한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퀄컴은 한국과의 성공적인 파트너십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이자 한국 이동통신산업 발전의 동반자다. 물론 최근에는 우리에게 수출시장 확대라는 기회와 함께 단말기 제조시장에서의 글로벌 경쟁 조장이라는 측면을 제공하고 있으나, 한국 이동통신산업의 한 획을 그은 한국과의 파트너십은 21세기 최고의 글로벌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인텔 역시 과거 CPU 공급이라는 단순한 한국 PC산업과의 관계에서 한 단계 발전해 ‘유비쿼터스시대를 여는 동반자’로서 한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다. 그 중심에 인텔코리아가 서 있다. 김명찬 인텔코리아 사장은 “인텔은 세계 첨단기술의 경연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국시장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LG전자·KTF·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업체들과 각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역동적인 시장으로 손꼽히는 한국 IT시장의 잠재력과 인텔의 기술력은 세계 유비쿼터스 환경 구축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최근 외국기업협회 정기사장단회의에 참석해 다국적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한국법인 CEO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다국적기업은 한국경제의 개방화와 선진화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오고 있으며 그 중심에 한국법인 CEO들이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생각이다.
최근 반도체·LCD분야를 중심으로 다국적·외국계 부품·소재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미 진출해 있는 다국적기업들과 현재 진출을 서두르는 외국계기업들이 우리 세트산업은 물론 부품·장비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