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가 15일 온라인게임 ‘리니지’ 환경에서 유포되는 불법 자동프로그램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식으로 배포한 프로그램 이외의 모든 자동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게임 업데이트를 실시키로 한 것.
자동프로그램이란 사용자가 별도의 조작없이도 자동으로 게임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을 판매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말한다. 온라인 환경에서 난무하고 있는 ‘자동프로그램’ 문제는 비단 엔씨소프트만의 고민은 아니다. 많은 온라인게임 업체가 자동프로그램에 의한 이른바 ‘오토사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활개치는‘자동프로그램’=그동안 ‘리니지’ 등 자사 게임에는 불법프로그램 사용자가 없다고 주장해온 엔씨소프트 측은 “이제는 제한조치를 쓰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불법프로그램이 난무하고 있다”고 실토하고 나섰다. 실제로 ‘오토리니지’ ‘팜리니지’ 등을 이용하면 아이템 판매가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한번에 수십건씩의 매매를 처리할 수 있는 것. ‘겜탈’이라는 사이트에서는 아예 자동프로그램을 판매한다. 이 프로그램은 1대의 PC로 2대를 원격 조종할 수 있어 고레벨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웹젠의 ‘뮤’도 마찬가지다. 실제 ‘뮤’용으로 특별 제작된 오토마우스가 판매될 정도다. 이 마우스를 이용하면 게임 속 캐릭터가 저절로 사냥도 하고 아이템도 줍는다. 한 ‘뮤’ 게이머는 “오토마우스 이용자가 50%가 넘는다”면서 “직접 플레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뮤’를 ‘다마고치’ 게임이라 혹평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웹젠은 PK(Player Killing,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를 없애는 것)를 도입하는 등 ‘뮤’의 성인등급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PK가 게이머끼리의 대결이어서 PK 비중이 높아지면 자동프로그램이 설 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자동프로그램은 불법’=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자동프로그램은 게임균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자동프로그램은 게임은 하지 않으면서 캐릭터를 조종, 경험치를 높일 수 있어 게임 내 경제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 또 프로그램상으로 완벽하지 않아 치명적인 오류도 일으킨다. 최근에는 ‘오토리니지’ 등 각종 자동 프로그램의 허점을 이용한 사기 문제로 ‘리니지’ 게시판이 들끓기도 했다. 특히 전문적으로 아이템을 사고 파는 ‘장사꾼’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애용하면서 전체 게임 분위기도 삭막해지고 있다. 한 ‘리니지’이용자는 “요즘 예전의 ‘리니지’가 그립다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자동 프로그램을 이용한 편법 사용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게임문화도 중요=엔씨소프트는 이번에 자동프로그램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해피투게더’라는 캠페인도 동시에 진행한다. 정당한 게임플레이를 권장하기 위해서다. 레벨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정상적인 플레이가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가로막는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엔씨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업데이트를 통해 불법 프로그램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보다 지능화된 제2, 제3의 자동프로그램 출현을 막을 수 없다”며 “고객과 보다 깨끗한 게임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