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세계 3대 AV·멀티미디어 전시회인 ‘IFA 2003’ 행사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경쟁사보다 1인치 더 큰 71인치 PDP TV를 전시한 LG전자 제품 앞에는 ‘세계 최대(World Largest)’란 안내문이 자랑스럽게 부착돼 있었고, 삼성전자는 자사 PDP 앞에 어쩔 수 없이 ‘세계 최초 70인치(World First 70)’란 용어를 붙여야 했다.
4개월 뒤인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전시회에서는 상황이 반전됐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밤을 새워 80인치 PDPTV를 개발·전시했고 LG전자는 76인치 제품을 출품했다. ‘세계 최대’란 수식어는 당연히 삼성전자 몫이었다.
PDPTV 사이즈를 둘러싼 업체 간 경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마쓰시타는 오는 10월, 상용제품으로는 세계 최대인 65인치 PDPTV를 일본에서 출시한다. 그동안 상용 제품 가운데 가장 큰 PDP 사이즈는 삼성SDI의 모듈을 이용한 삼성전자의 63인치 PDPTV였다. 하지만 마쓰시타가 그 아성을 뛰어 넘었다. 현재 소니는 NEC 모듈을 탑재한 61인치, LG전자는 자사의 모듈을 탑재해 60인치 PDPTV를 판매중이다.
이에 맞서 국내 PDPTV 및 모듈 업체들도 조만간 대형 PDP 상용 제품을 출시, 앞으로도 대형 사이즈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최근 71인치 PDP 모듈 및 TV개발을 마치고 상용 제품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71인치의 상용화는 이미 마무리했다”며 “시장 상황을 검토해 이르면 10월, 늦어도 연내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도 ‘세계 최대’란 타이틀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SDI는 3라인 가동을 계기로 연내에 80인치 PDP 모듈 양산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받아 내년 초 80인치 PDP TV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삼성 측은 “80인치의 경우 가정용으로는 사용되지 않겠지만 벽에 부착하는 형태의 광고 디스플레이로 쓰임새가 많다”며 “시장성은 충분하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PDP 라인에서 상용 생산할 수 있는 최대 PDP 모듈 사이즈는 84인치다. PDP 라인 사이즈로는 가장 큰 LG전자의 구미 3라인과 오는 10월부터 삼성SDI가 가동하는 천안 공장의 원판 유리가 1916×1140㎜로 42인치 4장, 84인치 1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가동예정인 LG전자의 구미 4라인과 삼성SDI의 4라인의 경우 42인치 기준으로 6면취를 할 예정이어서 최대 100인치까지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라인과 설비 등을 감안해 이론적으로 만들 수 있는 PDP 최대 사이즈는 100인치 정도”라며 “더 큰 사이즈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