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디지털]국내기업Ⅰ-KT그룹: KT

국내 최대의 기간통신사업자 KT(대표 이용경 http://www.kt.co.kr)가 변화를 주도하는 민영기업으로 색깔 바꾸기에 나섰다.

 최근 민영화 2주년을 맞아 2010년 미래를 대비한 KT그룹의 중장기 전략 ‘미래비전 2010’을 수립, 발표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차근차근 마련해가고 있는 것.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이 정체되면서 5500여명을 명예퇴직으로 떠나보내는 뼈아픈 경험을 해야했던 KT는 이제 새 각오로 재도약에 집중하고 있다.

 KT가 만든 새 캐치플레이즈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의미의 ‘u-KT’. 통신과 방송의 융합, 유선과 무선의 결합 등으로 촉발되기 시작한 신기술에 대응하고 새로운 컨버전스 시장을 위해 전략적 포지션을 정한 것이다. 또 음성통화량의 급감, 초고속인터넷 수요의 포화 등으로 고심을 거듭해오다 살아나갈 새 먹거리를 찾은 셈이다.

 KT가 생각하는 2010년 미래사회는 u-센싱, u-컴퓨팅, u-네트워킹 등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정보를 자유롭게 주고 받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상호 커뮤니케이션할 수도 있다. 이같은 u세상은 음성전화망(PSTN)에서부터 유·무선 초고속인터넷(메가패스·네스팟) 등 가입자망과 T1·E1 등 전용회선, 백본망에 이르기까지 KT의 첨단인프라를 바탕으로 차세대 광대역통합망(BcN)까지 결합해야만 가능할 것이라는 게 KT의 판단이다.

 이같은 변화에 부응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주력할 5가지 신성장 사업도 마련했다. 사업권 확보에 나선 휴대인터넷을 포함한 차세대 이동통신 △홈네트워킹 △IT서비스 △디지털콘텐츠 △미디어 등이다. 구체적으로 차세대 이동통신은 휴대인터넷과 WCDMA 차기 버전인 HSDPA 등이며 통신·방송 융합시대를 겨냥해 인터넷TV(IPTV)와 지상파DMB 등 통신·방송 융합시장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또 게임·교육 등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과 판권 유통, 시스템통합(SI)·네트워크통합(NI)·시스템운용(SM) 등 솔루션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광대역통합망(BcN) 환경을 바탕으로 전자태그(RFID)를 포함한 u센싱분야와 텔레매틱스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KT는 5대 신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각 분야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 지분 투자 및 제휴, 지적재산권 확보와 설비 투자 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10년까지 해마다 3조원씩 총 18조원의 투자를 단행한다. 매년 KT 2조2000억원과 KTH, KTF 등 자회사 8000억원 등 총 3조원을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신규 사업 투자는 매년 5000억원 이상을 유지할 방침이다. 특히 사업 초기 3년 동안 전체 신사업 투자의 76%를 집행해 시장 조기 활성화와 연관사업 투자 촉진을 유도할 예정이다.

 KT는 이를 통해 2010년에는 총 매출 27조원의 세계 10대 글로벌 통신사업자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음성전화·초고속인터넷 등 기존 핵심사업에서 12조원, △차세대이동통신 △홈네트워킹 △미디어 △IT서비스 △디지털콘텐츠 등 5대 신성장 사업에서 5조원 등 총 17조원과 계열사 매출 10조원 등이 계획돼 있다.

 하지만 지난 95년 향후 10년 비전으로 2005년 매출 30조원의 화려한 청사진을 내놨던 KT가 2004년 현재 계열사 매출을 다 합해도 17조원밖에 되지 않는다. KT가 신사업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정부의 규제 이슈를 제대로 돌파해 나가지 않는다면 또다시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투자에 부정적인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지난 1981년 전기통신사업의 효율적 경영을 위해 당시 체신부에서 분리돼 공사화, 2002년 공기업 민영화의 길을 걸으면서 변화를 거듭해온 KT, 정체된 시장활로를 뚫고 새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인터뷰-이용경사장

 “변화를 관리하고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들이 시급합니다. KT는 지금 부단히 변하고 있습니다.”

 이용경 사장(61)은 3만8000여 KT 임직원들 사이에서 ‘민영화 전도사’로 통한다. 지난 8월20일로 민영화 2주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KT가 공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안밖의 인사들에게는 이 사장의 최근 행보가 낯설기만하다.

 이 사장은 최근 직급 파괴, 발탁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부장급 인사대상자가 상무대우로 발탁했고 7년차 과장급이 부장을 달았다. 6시그마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다르게 눈에 띈 직원들이 대상이었다.

 이 사장은 또 그동안 임직원 채용의 굳건한 틀이었던 공개 채용 방식을 탈피, 임원에서부터 직원들까지 경력직을 대거 채용했다. 사업부서를 맡지 않고 각 분야의 전문 경험을 살려 컨설팅하는 고문 역할이다. 마케팅, 대외협력, 재무 등 다양한 임원들이 전무·상무의 직함을 달고 KT로 출근한다. 부장·과장급 실무 부서에도 경력직들이 대거 들어왔다. 이 사장은 “전문 분야의 경험과 민간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전파하고 조직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중인 ‘추석 선물 안주기 운동’도 눈에 띈다. 매출 11조원대의 KT가 협력·거래업체들에 관행처럼 행했던 명절선물을 없앤데에 여론도 가지각각이다. 이 사장은 “대신 그 비용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사회공헌에 쓰겠다”며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KT의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민영 KT를 이끌어가는 이 사장의 어깨에는 주가 및 실적관리라는 또다른 책임이 주어져 있다. 가입자 성장세의 둔화에 따른 매출 정체와 정부의 비대칭규제에 대한 우려, 외국인 한도 소진에 따른 수급 불균형 등이 원인이 돼 민영화 당시인 2년전 보다 주가가 15∼20% 정도 떨어졌다. 최근 배당을 과감히 늘리고 해외 사채 발행 등 공격적 주가관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공기업 시절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향후 통신시장 변화에 따른 KT의 매출구조 전략도 바뀌었다. 일반 음성전화 매출이 주는 것에 대응해 원폰·네스팟 스윙·영상전화 등을 새 수익원으로 삼을 계획이다. 올해 예상되는 음성전화 매출은 약 6조4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4% 정도. 그러나 향후 인터넷전화(VoIP) 등이 가시화되는 것을 고려하면 연평균 5.3%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게 이사장의 생각이다. 시내전화 번호이동 시행으로 다소 영향이 있지만 올해는 전화매출의 1%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휴대인터넷·IPTV·지상파DMB 등을 통해 신규 사업부문의 매출을 현재 전체 15%에서 2009년에는 38%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사장은 요즘 해외시장에 부쩍 많은 신경을 쓴다. 최근 알제리·이란 등에 25만 회선의 초고속인터넷을 구축하기로 한 것은 KT 해외사업이 이뤄낸 가장 큰 성과다.

 이 사장은 “100년의 미래를 대비하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준비해 2010년 세계 10대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사업전략

 KT가 앞으로 주력할 사업은 브로드밴드 광대역화와 유·무선 통합 서비스, 그리고 홈엔 등 신개념 부가서비스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는 20Mbps급 VDSL을 50Mbps급으로 대폭 업그레이드중이다. 또 롱리치 VDSL을 저속 ADSL 사용자와 미 보급지역을 중심으로 제공해 커버리지를 넓힐 계획이다.

 특히 초고속인터넷의 가입자당매출(ARPU)을 확대하기 위해 ‘크린아이’(음란물 차단), ‘타임코디’(이용시간 제한), PC보안서비스 등 부가서비스 발굴에 집중하기로 했다. 또 신인증시스템을 도입해 가입자별 맞춤형 정보서비스도 발굴하기로 했다.

 CDMA 이동전화망과 연계해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네스팟’은 현재 1만2000여개의 네스팟존을 2만개로 늘려 호텔, 공항, 카페 등 공공시설 뿐만 아니라 네스팟 스트리트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무선초고속인터넷연맹(WBA) 회원사들과 연계한 글로벌 로밍 지역을 일본 이외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네스팟과 연계한 ‘네스팟 스윙폰’은 저렴한 요금과 빠른 속도, 그리고 이동통신의 넓은 커버리지 등의 장점이 결합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KT는 연말까지 30만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해외 진출은 올해 KT가 집중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중 하나다. 최근 이란과 알제리에 25만 회선 보급 계약을 완료했고 지난 7월에는 태국 푸켓 시범 구축도 따냈다.

 2.3GHz 휴대인터넷은 새로운 목표다. 고객들에게 이동성을 제공하지 않으면 서비스로서의 가치가 없어진 만큼 휴대인터넷 사업권 확보는 KT로서는 필수적이다. 이미 지난 3월 2.4GHz와 2.3GHz 대역의 연동시험을 마쳤고 현재는 구체적 서비스 모델을 개발중이다.

 이동성 보장을 위해 KT가 준비중인 또하나의 서비스는 원폰이다. 블루투스 칩세트를 내장한 휴대폰을 이용해 가정내에서는 유선 요금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이용하고, 집 밖에서는 기존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서비스다. 영업정지 등이 걸려 그동안 시범서비스 형태로만 제공했지만 이달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이외에도 지난 6월부터 상용화한 홈네트워킹 서비스인 ‘홈엔’과 정부 홈네트워크 시범사업을 통해 TV 기반의 주문형동영상(VOD) 서비스, 홈뷰어 서비스, 단문메시지(SMS) 및 생활정보 서비스, 위성방송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양방향 TV, T커머스, IP멀티캐스팅, 위성방송, 게임, 홈쇼핑 등 다양한 응용서비스와 함께 출입문, 가스, 전기, 수도 등에 대한 원격제어 및 검침 냉장고, 세탁기 등 정보가전 제어의 홈 오토메이션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