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년된 팬택계열(팬택·팬택&큐리텔)은 창사 13년만에 휴대폰 생산대수 연간 2000만대, 매출액 3조3000억원, 세계 6위의 글로벌 메이저 휴대폰기업으로 성장했다.
팬택계열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34개국의 이동통신사업자와 경쟁제조업체들로부터 제품 기술력 및 생산능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집중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세계 정보기술(IT) 선도 그리고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강화 등을 통해 내년에는 연간 3000만대 생산, 매출 4조5000억원의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톱 5 휴대폰 기업 도약을 목표로 했다.
특히 팬택계열은 전세계에 IT강국의 위상을 높이며 ‘기술-제조-수출’로 경제력을 높이고 있다. 매출의 90%이상을 북미·중국·중남미 등 해외로 수출한다. 팬택계열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국내 주요 휴대폰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집중적인 R&D투자와 막강한 엘리트 경영진 덕분이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R&D 투자 규모를 보자. 2004년 3200억원, 2005년 4300억원 등 매출액 대비 10%이상을 R&D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신입사원의 70% 이상을 R&D 인력으로 뽑고 있다. 현재 1,500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연구인력을 17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체 직원의 45%가 R&D 연구인력에 해당된다.
팬택계열을 움직이는 최고경영자(CEO) 3인방도 자랑거리다. 팬택계열 박정대 총괄사장은 팬택과 팬택&큐리텔로 나뉘어 있는 계열사를 한덩어리로 묶어 사업을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포용하는 경영시너지의 창출자이며 기업문화 추진의 중심인물이다.
팬택&큐리텔 송문섭 사장은 미국 스탠포드대 공학박사 출신으로 미국 통신표준 제정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국제적 감각을 지닌 글로벌 경영인이다. 1년중 5개월 이상을 미국, 일본, 인도 등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글로벌 마케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삼성과 LG로 대변되는 철옹성 같은 내수시장에 진출 1년만에 빅 3로 자리매김한 것은 송사장의 결단과 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팬택 이성규 사장은 박병엽 부회장이 삼고초려끝에 영입한 인물. 그는 과감하게 중국에 현지 합작사를 설립하고, PANTECH 자체브랜드로 휴대폰을 수출했다. 상품기획에서부터 소비자에게까지 노키아나 모토로라가 12∼14개월 정도씩 소비되는 반면, 팬택계열은 이 기간을 7∼8개월로 단축시킴으로써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이 사장이 강조하는 스피드 경영의 성과물이다.
팬택계열이 출시한 주요 제품으로는 세계최초 33프레임, 33만화소 카메라폰(02년 11월), 세계최초 2중 비화(秘話)휴대폰(03년 2월), 세계최초 심리치료폰(03년 8월), 세계최초 CMOS방식 130만화소 카메라폰(03년 10월), 세계최초 광학줌 카메라폰(04년 7월), 공중파 방송수신이 가능한 310만화소 카메라폰(04년 7월) 등이며, 세계 휴대폰 기술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팬택계열은 ‘존경받는 기업’이란 기업비전 아래 경영·기술·인재·문화·조직 등 경영활동 부분에서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며, 내부는 물론 외부 고객이 인정하고 본받을 만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추진·발전시키고 있다.
◆인터뷰-박병엽 부회장
팬택계열의 성장은 놀랍다. 지난 91년 종자돈 4000만원으로 출발한 회사가 연매출 수조원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3년만에 이룬 성과다. 주력제품인 휴대폰이 때마침 `뜨는 아이템`이었지만, 휴대폰을 만드는 모든 회사가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몇몇 초창기 라이벌 기업들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화의를 신청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팬택계열은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중에서 2003년 세계 8위, 2004년 세계 6위권 도약을 목표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60·70년대 고도 성장기에는 단시일 내에 급성장한 기업이 많았지만, 팬택은 경제 성장의 속도가 떨어진 90년대에 시작해 이뤄낸 성공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세계 휴대폰 시장은 세계 대표기업간의 경쟁이며, 제품·기술·브랜드 등 하나라도 떨어지면 곧바로 추락한다. 그래서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 “새로운 1등”을 주문한다. 자기 혁신과 개발을 통해 세계 1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팬택계열의 목표점이다.
박 부회장이 새로운 1등 구현을 내건 것은 지난해 9월. 당시 팬택계열은 내수를 시작한지 채 1년도 안돼 시장점유율 15%대를 기록했고, 해외시장 역시 중국 사스 여파의 진정세와 북미 수출 물량의 확대 등으로 매우 낙관적인 시대를 맞았다.
팬택계열의 위상도 크게 높아져 벤처, 중소단말기, 중견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국내 휴대폰 3강 이미지와 함께 대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팬택계열이 도약과 성장의 달콤함만에 취할 없다고 판단했다. 일시적인 성공에 취해 회사의 구성원들이 극복해야 할 거대한 경쟁 상대들이 첩첩산중으로 가로막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안주하면 팬택계열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새로운 1등을 이렇게 설명한다. “현재의 1등을 인정하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1등이 되기 위해, 어떠한 환경에서도 이기고 승리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가야 한다.”
그는 지난 8월말 차장급 이상 간부사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팬택계열 새로운 1등 전진대회에서 새로운 1등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박 부회장은 “사내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외형적 성장과 함께 이익률을 제고해야 한다”며 “철저한 완벽주의와 제품의 물결점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행보는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박 부회장은 최근 대우종합기계 인수를 추진해 메카트로닉스라는 전통기계산업과 정보산업의 융합을 통한 신산업분야를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기술, 제조 및 수출’이라는 자신의 경영철학에 따른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사업의 초장기부터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며 성장해온 박부회장으로서는 대우종합기계 인수를 통해 경쟁력 확보가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우종합기계 우리사주조합도 팬택컨소시엄에 합류했다. 박 부회장은 대우종합기계 인수를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새로운 1등 기업 탄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업전략
팬택계열(대표 박병엽 http://www.pantech.co.kr)은 메가픽셀 카메라폰, 지문인식폰, 세계최장 3시간50분 녹화 캠코더폰, 공중파TV수신이 가능한 310화소 컨버전스폰 등 고기능 휴대폰을 앞세워 국내와 중국·북미·중남미·러시아 뿐만 아니라 중동·서유럽·동남아 등 50여개국으로 수출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Pantech’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을 본격 전개해 동남아·러시아·중동·중남미·중국 등 27여개 국가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연초 6%였던 팬택 자체브랜드 수출 비중이 2분기 15%(판매대수 기준)를 기록, 최근에는 30%대까지 증가했다. 올 4분기에는 40%까지 증가시킬 계획이다.
팬택계열은 올 상반기에만 1조514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하반기 들어 미주 최대이동통신사업자 버라이존에 카메라폰을 추가로 공급, 미주시장 연초 수출목표인 600만대를 초과달성할 전망이다. 홍콩 대만 등에서 팬택 휴대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러시아 및 중남미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팬택계열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중국 의존도를 차츰 낮춰가는 수출다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팬택계열은 중국 현지생산 강화를 위해 지난해 대련에 현지 합작사인 대현팬택통신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 연말까지 총 200만대의 휴대폰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 현지 합작사와 별도로 하반기부터 독자 브랜드도 선보인다. 그 일환으로 중국 내 라이선스를 획득한 업체를 찾아 하반기 중 독자브랜드 제품을 출시해 시장지배력을 한층 강화키로 했다.
팬택은 올해초 러시아의 기호에 맞는 팬택브랜드 GSM 휴대폰 4종 수출을 시작으로 블루투스폰과 지문인식폰 등 고기능 컨버전스폰 등 10종의 고기능 휴대폰을 지속적으로 출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러시아 시장에만 10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며 2005년까지 러시아시장점유율 15%, 러시아시장 3위권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동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동의 경제 중심인 아랍 에미리트 시장에 GSM 방식 휴대폰 판매를 시작으로 여러 아랍 국가로 판매망을 넓혀가고 있다. 이란 중앙일간지인 샤르즈 보도에 따르면, 이란 휴대폰 시장은 노키아(1위 36%), 삼성(2위 25%), 팬택(3위, 7%), 소니에릭슨(4위 4%)순으로 나타났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중동 경제의 중심지인 아랍에미레이트는 연간 500만대의 휴대폰 시장으로 잠재력이 크다"며 "팬택은 올해 30만대 이상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팬택계열은 중남미 최대의 사업자인 텔셀(Telcel)과 손잡고 중남미 시장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남미 휴대폰시장은 2400만대 규모로 국내외 휴대폰업체들의 관심 대상이다. 팬택계열은 멕시코를 전략적 요충지로 삼아 브라질, 콜롬비아 등으로 시장을 단계적으로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팬택 영업본부 전현수 상무는 "보수적인 라틴 휴대폰 시장에서 팬택의 앞선 제품력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앞으로 팬택의 브랜드 파워를 크게 높여 중남미 전체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팬택은 뛰어난 제품력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동남아 7개국 등 전체 아시아 지역 12개 이상 국가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고부가 제품위주의 판매를 실현, 고급 제품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올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에서 시장점유율 3∼4%를 달성할 전망이다.
팬택은 홍콩과 대만시장에서 고기능 휴대폰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기타 동남아 시장에는 고가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특히, 3D사운드폰인 `GF200`모델은 홍콩의 유력매체인 넥스트매거진에 ‘소비자선정 베스트선택’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