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맥` 클러스터]충청권-충남

 충남도는 크리스털 밸리를 중심 축으로 한 4대 권역별 클러스터 조성에 ‘올인’하고 나섰다.

경부고속도로 서울-대전의 중심에 위치한 천안·아산 산업단지를 참여정부 신성장 동력엔진의 한 축인 디스플레이 산업의 메카로 일으켜 세우겠다는 복안이다.

인근 공주지역엔 행정수도가 내려올 예정이고 대전방향으로 30∼40분만 내려가면 대덕연구단지가 맞닿는, 지리적 여건으로는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는 천안·아산 지방산업단지는 현재 1단계 조성을 위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내년부터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세계최고의 LCD집적단지를 지향하는 천안·아산 제2지방산업단지 조성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지역 전체가 들떠있는 분위기이다.

◇세계최대 크리스털 밸리 조성=삼성전자는 아산 탕정의 제2지방산업단지에 64만 평 규모로 디스플레이 제조시설을 추가 조성하기 위해 오는 2010년까지 무려 20조 원의 자금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1단계 사업으로 탕정 테크노콤플렉스 산업단지 61만 평의 부지에 LCD 제조 공장동을 모두 완공하고 제7라인 설비를 반입중이다. 내년 초부터는 1870×2200㎜크기의 글라스 6만 매를 매월 생산하기 위한 시험가동에 들어간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글라스 규모만으로 따져 볼 때 유리기판 한 장당 40인치짜리 8매를 만들 수 있어 수율을 감안할 때 연간 600만 매의 생산 규모를 예상할 수 있다. 올해 세계 LCD TV 시장에 필요한 인치별 글라스가 총 900만 매 정도로 추산되는 것만 봐도 그 엄청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삼성전자 LCD총괄 이승호 기획그룹부장(42)은 “LCD단지 조성 작업에 매일 3000∼5000여 명이 투입되고 있다”며 “내년부터 시작될 2단계 단지 조성사업을 위해 터 닦기 등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충남 4대 클러스터조성 ‘올인’=충남도는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전략 산업으로 △전자정보기기△자동차·부품△첨단문화△농·축산 바이오 등 4대 전략 산업 육성을 통해 오는 2011년 2백만 명이 거주하는 47조 원의 경제 규모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충남도는 충남 서산지역의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및 기아자동차 서산공장을 중심으로 ‘제2의 울산 오토밸리’를 꿈꾸며 자동차 전문단지로 자동차·부품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이곳에는 현대파워텍과 다이모스, 동희오토 등 자동차관련 업체들이 입주해 있으며 오는 2010년까지 속속 자동차산업 관련 협력업체들이 들어 올 예정이다.

첨단문화 클러스터에는 공주와 연기·천안 지역을 중심으로 게임과 영상, 애니메이션 등의 산업화가 중점 추진된다. 특히 천안밸리의 중심축인 충남테크노파크는 내년까지 5만5000평 규모에 기술혁신종합지원센터와 영상미디어사업화 센터·디스플레이산업지원센터 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전자정보기기 산업 육성 전략에는 천안·아산의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심이 되고 있다. 또 농·축산 바이오 클러스터는 논산·금산 및 예산·홍성·청양을 BT의 과학혁신 거점으로 육성한다.

충남테크노파크 김재강 경영기획팀장은 “충남TP가 보육한 기업들이 코스닥 등록을 바라볼 정도여서 창업지원 등도 정착단계에 들어갔다”며 “충남지역이 동북아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러스터 성공의 조건과 과제=그러나 4대 광역 클러스터 추진이 반드시 순탄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이를 추진하고 있는 충남도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충남도나 천안·아산시 등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 조성된 천안밸리의 경우 일부 도로는 4차선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지만 출·퇴근 시간만 되면 공단으로 몰려들거나 빠져나가는 차량 행렬이 2∼3㎞씩 줄지어 늘어서는 병목현상을 겪고 있다.

R&D 연구기관의 뒷받침도 풀어야할 숙제이다. 천안밸리에는 전자부품연구원 분원이 둥지를 틀고 디스플레이 산업지원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한국의 IT를 이끌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같은 국책연구기관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당장 학교 등 교육시설과 주거시설, 문화시설 등이 빈약해 수도권의 고급인력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속전철이 개통돼 서울-천안을 20∼30분 거리로 단축해 놓긴 했지만 여전히 고급인력을 유인할 인프라는 낙후되어 있다.

충남도 송석두 경제통상국장은 “아산 탕정지역을 대단위 기업도시로 육성하려던 계획이 다소 축소돼 아쉬움은 남지만 그런 대로 충남도가 고민했던 모양새는 나올 것 같다”며 “지역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견인차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천안=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주요업체

◇스피닉스

 충남테크노파크가 산학협력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꼽고 있는 천안밸리의 스피닉스(대표 김팔곤 http://www.spinix.co.kr)는 창업 3년째인 올해 매출 120억 원을 바라보는 중견업체이다.

지난 2002년 벤처 붐이 사그라들기 시작할 즈음 직원 8명으로 창업했다.

김 대표는 반도체, LCD 장비제조 업체인 KDMS에서 근무하다 스피닉스에 합류했다.

스피닉스의 성공 뒤엔 충남테크노파크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인력 및 장비 지원이 밑거름이 됐다. 특히 호서대 등 지역대학과 공동연구 및 기술 사업화도 스피닉스가 급성장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최근에는 시장 확대를 위해 평판 디스플레이용 식각기를 개발하는 등 제품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기판 위에 세정제 등을 사용해 자연산화막, 이온, 유기물, 금속, 불순물을 제거하는 클리너 △포토레지스트(감광성수지)를 기판 위에 균일한 두께로 도포하는 코터 △현상액을 이용해 노광된 감광액을 제거하는 디벨로퍼 △포토공정에서 형성된 패턴을 마스크로 하부막을 가공하는 에처 등 다양하다.

스피닉스는 최근 천안밸리 내에 부지 1200여 평, 건평 670평의 번듯한 공장도 건립했다.

지금은 간접 수출을 하고 있지만 회사 규모가 좀 더 커지면 직접적인 해외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조만간 대만업체에 식각기 5대를 납품 예정”이라며 “우선 국내시장부터 장악한 뒤 기업이 일정 규모에 달하면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버테크노

“눈코 뜰 새 없이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자본금 5000만 원에 직원 5명으로 출발한 회사가 올해 매출 500억 원을 바라보게 되기까지 남모를 눈물도 많이 흘렸지요.”

충남 테크노파크의 창업보육 우수사례로 유일하게 선정된 천안밸리의 에버테크노(http://: www.evertechno.co.kr) 정백운 대표(48)의 창업 5년 회상기이다.

올해 코스닥 등록 심사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에버테크노는 △LCD 원판을 핸들링하는 로봇 시스템 LCD인덱서 △물류시스템 모듈 인라인 △비전검사장비 외에도 휴대폰 IMT-2000 생산 자동화 장비 10여 종을 대기업에 주로 납품하고 있다.

창업 초기 기반을 다지는 데는 충남테크노파크의 전폭적인 지원과 충남벤처투자조합 2호에서 받은 1억9800만 원의 자금이 시드머니(종자돈)가 됐다.

정 대표는 에버테크노의 급성장에 대해 한마디로 “철저한 인력관리에 있다”고 강조한다.

“벤처의 성공은 인력 관리가 좌우합니다. 인력선발이 엄격하긴 하지만 일단 ‘우리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면 인센티브든 복지든 지역에서 최고 대우를 한다고 자부합니다.”

정 대표는 매년 연봉협상에 들어가면 언제나 본인 요구액보다 훨씬 더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열심히 일하면 일한 만큼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이 기본 경영철학이기 때문이다.

에버테크노는 지난 2000년 창업했다. 그동안 직원수도 135명으로 27배나 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회사에 불만이 있어 퇴사한 경우는 없다는 것이 정대표의 설명이다.

에버테크노 성공의 또 다른 특징은 영업조직이 없는 대신 R&D인력이 거의 절반인 70여 명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정대표는 “실무에 능한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보니 지금까지는 굳이 제품을 알릴 필요가 없었다”며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소문 듣고 주문하는 오더도 다 소화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성공까지는 정대표의 이력도 크게 한몫했다. 정대표는 LG전자와 삼성전자, 미래산업 등에서 20여 년을 근무하며 수요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손바닥 들여다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대표는 “차장급 이상이 전부 삼성 출신일 정도로 직원 수준이 높다”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버테크노는 올해 천안밸리 내에 공장을 신축했다. 부지만 1만 2000평에 건평이 3000평이나 된다. 이곳에는 벤처기업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의 수백 평의 클린 룸을 비롯한 직원 및 방문객을 위한 레스토랑과 헬스룸, 테니스장, 수면실 등 다양한 복지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