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디지털]국내기업Ⅰ-삼성그룹: 삼성전자

 삼성전자(대표 윤종용 http://sec.co.kr) 앞에는 늘 ‘대표’, ‘글로벌’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동시에 세계시장을 리드해 나가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14조979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조7330억원, 순이익은 3조1331억원이나 올렸다. 상반기 전체로는 29조3931억원의 매출과 7조741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24.9%, 분기 최초로 100억달러 수출을 돌파했다. 이 같은 매출은 대부분 해외 마케팅에서의 성과다.

 삼성전자 직원은 국내 6만여명, 해외 4만여명 등 총 10만여명에 이른다. 이 중 연구개발 인력이 2만여명이다. 이 가운데 R&D부문 석사출신은 7000여명, 박사출신은 2000여명. 이들이 바로 오늘의 삼성전자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향후 5년이 지나면서 이들의 저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사람에 대한 욕심은 대단하다. 지난 99년부터 미국의 석박사 인재 확보를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구성, 상하반기 각 1회씩 학교를 직접 방문해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방문 대학 수만도 50여개.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에도 손을 뻗쳐 현지법인을 통한 우수인력 확보에 나서기도 한다. 이 작업은 인력 개발 담당자들의 몫만은 아니다. 실제 유능한 인재 선발에는 삼성전자 CEO들이 가진 인적네트워크가 동원된다. 삼성전자 CEO들의 경우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인재풀이 풍부한 국가를 중심으로 선별, 출장을 다닌다. 이곳에서 CEO들은 직접 헤드헌팅에 나선다. 비즈니스도 중요하지만 고급 핵심인력을 뽑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요한다. 비즈니스만을 위한 출장이 아니라 인재 확보를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면접하는 일 등이 일상 생활에 포함된다. 대학강연, 학회 참석 및 기조연설, 업체 방문 등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을 ‘우리’로 끌어들인다. 이렇게 끌어들인 인재와 매출액의 8.5%에 이르는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합쳐져 ‘삼성전자’를 만든다.

 삼성전자가 신제품 기획에서 출시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5개월에 불과하다. 공룡 같은 조직이지만 순발력은 벤처기업보다 빠르다. 6년 전 14개월이나 걸렸던 이 과정을 IMF 구제 금융 이후 바꿨다. 덕분에 개발·구매·생산·물류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프로세스까지 빨라졌다. 거기에 세계 59개 법인을 하나로 묶는 WTN 구축과 ‘1 contact 1 bill’ 물류체제, 6시그마 운동을 거치면서 ‘스피드’경영체제가 체질화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96년부터 7년간 경영정보네트워크 구축에 8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경영프로세스 혁신에도 적극 나섰다. 이 같은 투자는 결국 연구개발·제조·구매·물류·마케팅·생산관리 등 모든 부문의 생산시스템을 스피드 경영체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이건희 회장은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공식석상은 물론 비공식 석상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드러낸다. 디자인은 사용자 중심의 정보가전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바로 소비자와 디지털 가전기기를 엮는 휴먼인터페이스 기능을 갖기 때문이다.

 덕분에 삼성 내부에는 ‘글로벌 디자인 전략’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국내 기준이 아닌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글로벌 환경에 맞춘 디자인을 개발하자는 것이 그 목적이다. 삼성전자의 디자인 지상주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LA, 영국의 런던, 일본의 도쿄, 중국의 상하이 등 5개 거점에 걸쳐 해외디자인연구소(Global Design Network)를 만들었다. 여기에 디자인 산학연구 활동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는 ‘디자인멤버십’을 지난 93년부터 설립·운용중이다.

 전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 판매된 이건희폰(휴대폰 T100시리즈), 17인치 모니터, LCD모니터, 휴대형 DVD플레이어, LCD TV 등이 삼성전자 디자인 연구소의 작품이다. 디자인이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것을 믿고 실천한 결과다.

◆인터뷰-윤종용 부회장

 “가장 잘나갈 때가 가장 위험하며 그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경영자는 내일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부도나 화의 신청한 회사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의 말이다.

 분기별 수출액이 100억달러가 넘고 수익률이 25%를 넘는 기업의 CEO의 입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말이다. ‘내일 망할 수 있다’는 삼성전자의 위기의식은 여기서만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 업체들이 ‘타도(打倒) 삼성전자’를 외치기 시작했어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위기 의식은 삼성전자가 30여년 만에 ‘잘나가는’ 기업이 됐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일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사실 IMF 구제금융 사태가 벌어지기 전 삼성전자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는 바람에 곤란을 겪었던 적도 있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서울 잠실운동장에 직원과 가족, 심지어 삼성출신 직원들을 모아놓고 성대한 파티를 벌였다. 삼성의 성공을 자축하는 자리이자, 이제 글로벌 톱 기업으로 성장했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행사였다. 이 행사 이후 몇 달 뒤 IMF구제금융 사태가 발생했다. 세계적인 기업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후 삼성은 변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첫 번째는 삼성전자가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발견한 수준이라며 자세를 한결 낮췄다.

 “초일류의 가능성은 발견했다. 초일류가 되려면 종전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일하는 방법으로는 안 된다. 삼성전자는 아직도 본사 중심, 제조 중심, 그리고 앞선 기술과 제품을 뒤쫓아가는 ‘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 머물러 있다. 이를 바꾸어 모든 분야에서 앞장서고 개척하는 경영체질을 갖추어야 한다.”

 윤 부회장이 말하는 삼성전자의 현주소는 ‘재빠른 추격자’다. 추격자는 앞서 가는 사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초일류’는 반면교사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초일류’와 ‘재빠른 추격자’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초일류로 가기 위한 길은 ‘혁신’밖에 없다. 윤 부회장이 그리는 삼성전자의 올해 목표는 초일류 기업에 진입하는 것이다.

 초일류 기업의 목표는 ‘스스로 시장과 고객을 창출해내는 회사’다. 이미 존재하는 시장과 고객을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시장과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핵심기술과 고급 인재가 많아야 하고, 특히 전략가를 확보’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략가가 없으면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없다. 디지털 컨버전스와 브로드밴드 시장을 주도, 프리미엄급을 선점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운명이 된 것도 윤 부회장의 이 같은 경영철학에서 나온다.

 윤 부회장은 일본 전자업체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고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 업체도 유럽의 TV·휴대폰 업체를 인수하는 등 성장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주변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바로 윤 부회장에게는 위기와 기회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 근본 이유다.

 삼성전자의 포트폴리오는 매우 다양하다. 전자부품에서부터 가전, 디스플레이, 정보통신부문 등 미래 정보가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 사업군을 총 망라한다. 삼성전자는 이런 다양한 사업군을 수직 계열화로 통합, 가공할 만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통합과 분산을 적절하게 배치한 사업구조다.

 

◆사업전략

삼성전자의 향후 사업전략은 모바일과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 중심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의 주도권 확보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연성, 도전과 창의력, 스피드 등 핵심 경쟁요소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세부전략은 초일류 사업역량 강화와 고수익 차별화 사업구조 구축이다. 여기에 절대 우위의 기술선도 및 원가경쟁력 확보를 통해 경쟁시대를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사업부문=먼저 반도체 신화를 만든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살펴보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전체시장에서 105억달러를 달성했다. 시장 점유율은 5.9%로 세계 2위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메모리업계 11년 연속 1위, D램업계 12년 연속 1위, S램업계 9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플래시메모리 부문은 지난해 22억5500만달러로 19.4%의 시장을 점유하며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이 밖에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60%, 디스플레이 구동칩 부문에서 25%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LCD사업부문=삼성전자는 LCD 부문에서 98년 이후 세계 1위를 지켜왔다. LCD 매출은 53억8000만달러로 LCD 전체 매출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10인치 이상 대형 LCD 부문에서도 지난해 12월부터 세계 1위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 LCD 매출의 원동력은 역시 연구개발이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크기인 TV용 57인치 대형 LCD 모듈을 개발해 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며, 중소형 LCD 사업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2006년부터 노트북PC·모니터·TV·모바일 부문에 대한 공략을 강화, 전 부문에서 1위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소니와 합작, 7세대 LCD 패널을 생산할 ‘S-LCD’는 내년 상반기 중 가동에 들어가 세계 LCD 시장의 표준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미디어=주력품목은 40인치 대역의 PDP·LCD TV다.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는 프리미엄급 TV 등을 선두로 공략에 나선다. 그간 쌓아놓은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상승효과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차세대 시장으로 떠오른 브릭스 시장도 주요 목표다. 최근 현지에 구축한 TV 및 가전 공장을 기반으로 현지화에 성공할 경우 기대 이상의 성과도 거둘 전망이다. 목표는 초일류. 이미 프리미엄급 시장에서는 세계 최고의 입지를 굳혔다고 판단, 새로운 제품을 기획해 소비자 사로잡기에 나서기로 했다.

 ◇정보통신부문=국내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시작된 번호이동성제도와 함께, MP3카메라폰·200만화소 카메라폰·300만화소 카메라폰·모바일 3D게임폰·진동스피커 채택 메가픽셀 슬라이드폰·가로화면 메가픽셀VOD폰 등 다양한 트렌드의 제품을 쏟아냈다. 향후 MP3카메라폰 등의 화소수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며, 캠코더 기능을 한층 강화한 TV out 기능의 캠코더폰을 필두로 ‘모바일 레저’를 이끌어 낸다는 전략이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