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수출 200억달러 시대](3)구조조정 서둘러야

 국내 휴대폰업체는 줄잡아 100여곳. 명패만이라도 건 기업을 모두 합하면 200여개사에 달한다. 지난 2002년 중국 휴대폰이 개방되면서 우후죽순 생겨난 결과다. 당시 중국에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휴대폰 최강국인 한국 기업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연구원들은 너도나도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한 모델만 잘 개발해서 팔면 본전은 물론 미래까지 보장받는 듯한 분위기였다.

 휴대폰 연구개발(R&D) 업체 설립 붐이 인 것은 당연한 흐름이었다. 생산라인없이 모델만 개발해 중국에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이들은 중국 휴대폰업체와 대형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중견업체마저 위협했다. 중견업체들은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까지 설립하며, 대기업들과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글로벌 톱 10 달성을 목표로 중국 정벌에 나섰다. 모두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 했다.

 그러나 중국은 신기루에 불과했다. 한국 업체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익률이 크게 떨어졌고, 중국 로컬업체들은 독자개발에 나섰다. 게다가 지난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가 중국 전역을 휩쓸면서 휴대폰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게다가 세계적인 업체들 모두 나서는 바람에 공급과잉 현상마저 나타났다. 한국 업체들은 더 이상 중국에 발을 붙일 수가 없었다.

 후폭풍이 엄청났다. 국내 대표적인 중견 휴대폰업체인 세원텔레콤과 텔슨전자를 비롯해 스탠더드텔레콤·이론테크놀러지·모닷텔 등 부도를 내거나 파산 일보 직전으로 내몰렸다. 이것이 휴대폰 수출 200억달러 돌파를 눈 앞에 둔 국내 휴대폰업계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자의든 타의든 휴대폰업계의 구조조정은 시작됐다. 모두 살릴 수는 없다. 존속 가치보다 청산 가치가 높은 기업은 하루 빨리 퇴출시켜야 한다. 하지만 살릴 수 있는 하루 빨리 살려야 한다. 방법은 여러가지다. 자력갱생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자금도 없고 대외 신인도도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과의 인수합병(M&A)도 대안중 하나다. 하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어필텔레콤의 모델을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어필텔레콤은 모토로라의 자회사로 편입돼 모토로라의 CDMA 연구개발은 물론 생산기지 역할을 한다. 재무구조도 탄탄하고, 공급물량도 안정적이다. 휴대폰 기업은 아니지만 통신장비 업체인 다산네트웍스도 비슷한 경우다. 케이스가 다르기는 하지만 팬택도 모토로라에 매년 일정 물량을 공급하며 기반을 갖췄다.

 업계에서는 새롭게 휴대폰 시장에 진출하는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PC 시장에서 맹주인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통신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 국내 업체들의 경우 안정적인 자본주와 브랜드를 얻기 위해 이들의 전략적 제휴가 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기곤 벨웨이브 사장은 “세계 통신 시장은 짝짓기 파트너를 찾기 위해 합종연횡중”이라며 “기술력을 갖춘 휴대폰업체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 외국 기업과 국내 휴대폰업체의 결합은 국가적으로 연구개발(R&D) 센터 도입가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지만, 일단 살고 봐야 다음 기회도 노릴 수 있다. 휴대폰 수출 200억달러 시대의 개막을 앞둔 지금, 하루 빨리 국내 중견·중소 휴대폰업계의 연착륙을 끌어내지 못하면 외화내빈에 불과할 수도 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