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진흥법 초안` 주요 내용과 전망

 17일 초안이 공개된 ‘게임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가칭)’이 제정되면 무엇보다도 그동안 게임업계와 영상물등급위원회 간 첨예한 대립을 보여오던 ‘게임물 등급심의’가 일단락될 전망이다. 이 법률안은 아직 공청회와 국회입법의 절차를 남겨뒀지만 이번 정기국회 통과는 확실시된다. 문화관광부가 올 초부터 역점을 두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던 사업인데다, 정동채 장관의 의지도 강력해 입법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기존 ‘음반비디오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음비게법)’을 사실상 대체하는 새로운 산업 진흥법이다. 연관성이 떨어지는 광대한 산업을 아울러 왔던 음비게법은 그동안 시대적 상황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해 왔다. 따라서 ‘게임산업…법률’은 음비게법에서 게임분야를 주로 다루며 영화부문과 음악부문 역시 ‘영화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과 ‘음악산업진흥법’ 등으로 별도의 진흥법이 마련될 전망이다.

 ◇핵심은 등급분류 이원화=‘게임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 초안의 핵심은 기존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게임물 등급심의가 분리, 이전되는 것이다. 또 기존 연령별 4단계 등급으로 나뉜 영등위의 심의등급 분류가 ‘전체이용가’와 ‘청소년 이용불가’로 이원화되는 것 등이 주요 골자다. 게임물 등급심의는 지난해부터 업계와 영등위 간 기준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대표적인 쟁점 사안이었다.

 그동안 문화부가 업계와 영등위의 등급심의 갈등에 직접 개입하지 못했던 것은 영등위가 대통령령이 정한 별도기구로 문화부와는 별개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법 제정은 업계와 영등위 양자간 갈등의 매듭을 풀고 게임물 등급분류를 포함한 게임산업 진흥의 전권을 문화부가 움켜쥐게 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등급분류기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부 장관이 지정·운영(제4장 20조)하게 된다”며 “이는 민간 자율심의를 위한 과도기적 형태로 심의 성숙도를 고려해 궁극적으로 업계 자율심의로 이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 초안은 등급분류 이원화와 별도의 등급분류기관 운영을 제외하곤 그동안 진행돼온 게임산업 진흥의 일반적 사항을 모아 놓아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입법후 과제=‘게임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다고 하더라도 남은 문제는 많다. 먼저 등급분류기관의 선정 문제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부 장관이 지정·운영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객관성과 공정성을 가질 수 있는 기관을 어떻게 선정하느냐가 관건이다. 더욱이 업계 자율심의로의 점진적 이전을 목표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업체만을 옹호하는 기관이 선정될 경우 게임물의 사회적 악영향은 현재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게임을 산업적 측면에서 육성하려는 취지는 인정하지만 청소년 보호라는 대명제 역시 등급분류기관 선정의 큰 틀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그동안 업계와 영등위가 마찰을 빚어 온 세부적인 심의기준도 구체적으로 확립돼야 한다. 업계의 입장에선 게임 하나에 사활이 걸려 있는 만큼 등급심의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와 제작자가 공감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셋째,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법 제정이지만 소비자인 청소년과 학부모의 반발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등급분류가 이원화되는 만큼 청소년의 범위가 초등학생에서 일부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해진다. 등급분류의 연령대 범위가 포괄적이므로 등급심의 세부규정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초등학생과 18세 청소년의 수준은 분명 다르다. 자칫 학부모단체들의 반발과 함께 졸속 제정이라는 비난을 받을 우려도 있다. 입법후 운용의 묘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남아 있는 과제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