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민간 소형항공기 ‘보라호’ 개발에 참여했던 두 교수가 시험비행 도중 추락,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소형항공기 개발 사업이 전면 중단 위기에 내몰렸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일단 자체 개발한 4인승 소형비행기 보라호의 추락 원인 규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며 실상 원인이 나오더라고 R&D가 계속 될지는 판단 자체가 보류되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원인이 나오더라도 해당 연구원들도 이미 큰 심적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또 다른 위험을 감수하고 과제를 계속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보라호 개발 과제 책임자 이종원 단장은 “보라호에 관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라며 “R&D여부는 상급기관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항공기 개발 두려움 증폭=보라호 추락 사건과 함께 세계 처음으로 남·북극점 종단에 나섰던 항우연의 단발 비행기 ‘반디호’ 연구진도 다시 비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남극 횡단에 나섰다 연료계통 이상으로 아르헨티나에 비상 착륙한 이후 아직까지 재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보라호 사건으로 충격받은 반디호 연구진은 “다시 종단에 나설 것인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R&D가 마무리된 상태에서 상용화까지 책임지고 나서기가 어렵지 않으냐”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연구 시스템 전환과 안전체계 마련 절실=소형 항공기 개발에 참여해온 연구진들은 항우연의 프로젝트를 받아서 연구를 수행하는 하청 방식 연구개발 형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수들은 하청업체처럼 항우연에서 내려온 연구만 하게 되는 현재의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시험비행을 할 수 있는 자격, 장소, 방법, 안전장치, 사고 후 보상 제도 등을 포함해 포괄적인 시험비행에 대한 규정을 마련 없이는 누구도 비행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홍창선 열린우리당의원은 “보라호 사건 후 어떤 연구자도 이런 시험을 다시 하려하지 않고 있다”며 “사고시 적합한 연구원 보상체계 마련 등 연구위험에 따른 과학자 보상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항우연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이 수십 번의 우주 왕복선과 로켓 발사 등을 거치며 기술력을 다져온 반면 우리는 단 한 번 쏴 올릴 기회를 주면서 100%의 성공을 요구하는 풍토도 문제”라며 “지금 포기한다면 우리나라는 영원히 항공기 기술을 가질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지나치게 꽉 짜인 기술개발 일정과 모든 과제의 성과 중심의 R&D접근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희범·김인순기자@전자신문, hbpark·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