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5시]게임판의 빛과 그림자

“이제 제 살길을 찾아야죠. 전에는 생활비가 없어도 미래를 내다보며 희망을 가졌지만 더 이상 비전이 안보이네요. 너무 힘들고요.” 3년여 간의 프로게이머 생활을 접고 뒤늦게 대학 입학을 결심한 22살 프로게이머의 하소연이다.

프로게이머들이 게임판을 떠나고 있다. 혹자는 ‘스타리그, 광한리 10만 관객 운집’을 떠올리며 e스포츠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데 무슨 말이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프로게이머의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직업을 찾아 떠나는 게이머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직업으로 프로게이머를 선택하기에는 미래가 너무나 불투명하다.” 지난달 29일 은퇴를 선언한 ‘낭만오크’ 이중헌 선수가 남긴 한마디는 국내 e스포츠의 빛과 그림자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올들어 e스포츠의 대표 종목인 ‘스타크래프트 게임리그(스타리그)’는 총상금을 포함해 행사 규모가 배 이상 커졌다. 우승 상금이 1000만원을 넘어 놀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보통 3000만원이다. 총상금 규모는 1억원에 육박한다.

개인 리그 뿐 아니라 팀 리그에 마이너리그까지 양대 방송리그만 합해 30개에 달한다.

덩달아 관객도 늘고 참여 열기도 뜨겁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젊은 청소년도 많아졌다.

하지만 스타리그 뿐이다. ‘워크래프트3’, ‘피파’, ‘카운터스트라이크’ 등 ‘스타크래프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의 절대 다수 선수들이 여전히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 후원 기업은 고사하고 대회는 줄거나 사라지는 형편이다.

‘워 3’의 경우 그나마 규모를 갖추고 상금을 주는 대회는 손락으로 꼽는다. ‘피파’나 ‘카스’의 경우 우승 상금이 100만원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회도 1년에 한 두차례가 전부다.

어느 분야이든 인기와 저변인구를 중심에 둔 시장 논리를 배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편식하지 않는 균형 발전의 논리 또한 e스포츠 전반의 질적 성장을 위해 중요하다.

e스포츠 협회는 물론 문화부와 게임방송사 등 e스포츠 관계 기관들이 “우리나라 e스포츠는 e스포츠가 아닌 ‘스타크래프트’로 불려야 마땅하다”고 호소하는 비 ‘스타크’ 프로게이머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