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온라인롤플레잉게임 ‘리니지’가 지난 1일로 6주년을 맞았다. ‘리니지’는 지난 1998년 9월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한국 온라인게임 역사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해 온 게임이다.
온라인게임으로서는 최초로 ‘공성전’ 개념을 도입해 게임 내에서 공통의 목적을 지닌 거대 커뮤니티를 탄생케 했으며, 게이머들이 직접 아이템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한 ‘인챈트’ 시스템은 이후 개발되는 거의 모든 온라인게임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6개월마다 실시해온 ‘에피소드 업데이트 시스템’은 ‘리니지’가 무려 6년 간이나 한국 온라인게임의 선두 자리를 지키게 해준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이같은 시스템은 국내 게임업계에 ‘온라인게임은 리니지 같은 것’이라는 공식을 만들낼 정도로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리니지’는 이같은 특성을 바탕으로 온라인 게임의 가능성을 전세계에 알렸다.북미와 유럽,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각국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온라인게임’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이로서 ‘리니지’는 한국이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 자리매김 하는데 견인차의 역할을 한다. 42개의 서버가 존재하고 월 접속자수만도 300만명에 이르는 ‘리니지’. 게임마스터(GM)의 숫자도 150명에 달한다. ‘리니지’와 역사를 함께한 GM들이 선정한 지난 6년 간의 ‘리니지 사건 베스트 6’을 소개한다.‘리니지’ 월드에서 지난 6년간 유저들의 관심을 가장 크게 불러 일으켰던 사건은 ‘다크엘프’라는 새로운 종족의 등장이었다. ‘다크엘프’는 2003년 7월2일 테스트서버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유저들은 새로 추가될 종족이 무엇이냐를 놓고 많은 추측과 분석을 내놓을 정도로 화제가 됐었다.
특히 ‘다크엘프’는 4개 종족으로 구성되었던 ‘리니지’ 월드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공개된 이후 3개의 테스트서버에서 2주간 37만개의 다크엘프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등 인기를 구가했으며, ‘리니지’ 전체 스토리에 있어서도 인간과 다크엘프간의 갈등과 대립이 본격화 되는 ‘리니지’의 두번째 시리즈 ‘크로스랭커’가 본격화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2003년 4월부터 5월까지 진행된 ‘전국 6개도시 순회 간담회’는 ‘리니지’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행사였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부천, 서울 등 6대 도시를 돌며 진행한 이 행사에 참여한 유저 수는 총 800여명에 달했다.
행사에서 직접 모습을 보인 GM의 수도 30여명. ‘리니지’ 개발자와 지역 총판들이 참여해 유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 듣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로 ‘리니지’의 향후 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진지하게 오갔다. 규모는 물론이고 유저 관심도 면에서도 최고의 행사였다.1999년 9월 4번째 에피소드 ‘마법의 미스터리’를 통해 등장한 새로운 직업인 ‘마법사’는 당시 유저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 동안 기사·요정·군주 등 3개 직업만 선택할 수 있었던 유저들은 마법사의 등장으로 마법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로인해 ‘리니지’는 근접공격 캐릭터인 기사와 원거리 보조공격 캐릭터인 요정(궁수), 간접공격 및 치료 성향을 지닌 캐릭터인 마법사 등 가운데 자신의 플레이 성향과 특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온라인게임의 캐릭터 간 밸런스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동시에 ‘외산 롤플레잉 게임만이 제대로 된 롤플레잉게임이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던 온라인게임 유저들에게 ‘리니지’가 정통 롤플레잉게임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2001년 8월 31일 오전 11시경 ‘리니지’ 게임상에서 수혈자를 구한다는 희귀한 채팅글이 올라 왔다. 당시에는 36개의 서버가 있었는데 ‘오웬 서버’ 채팅창에 ‘인천지역 병원에서 산모 수술 중, RH(-) O형 수혈자를찾는다’는 메시지가 뜬 것. RH(-) O형은 동양인에게는 200명 가운데 한명꼴인 희귀 혈액형이다.
당시 당직근무를 서던 GM은 채팅장에 글을 올린사람의 휴대전화번호와 수혈을 원한다는 공지사항을 다른 2개의 서버에 올렸고, 그 뒤 5분도 되지 않아 인천에 사는 박영재군이 헌혈을 하겠다고 나섰다.
무사히 출산을 마친 산모와 아기는 지금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엔씨소프트에서는 박영재 군에게 감사의 뜻으로 ‘생명의 검’이라는 특별 아이템을 제작해 증정했다.2002년 4월 29일부터 시작한 리니지 41개 전서버 대항전은 캐스톨서버의 우승으로 5월 3일 막을 내렸다.
‘리니지토너먼트 전서버 대항전’은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만 상품이 돌아 가는 여느 대회와는 달리 우승한 서버의 전체 유저들에게 상품이 돌아 가는 대회였고, GM과 유저들이 한 팀이 되어 경기를 벌인 만큼 그 어느 대회보다도 열띤 리니지의 축제로 기억된다.
자신이 속한 서버가 승리를 거두었을 때에는 환호를, 패배를 했을 때에는 아낌없는 격려와 위로를 받았던 GM들은 당시의 흥분과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GM들은 최근에도 ‘2회 리니지토너먼트 전서버 대항전’을 개최하자고 사내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있을 정도다.2002년 12월 18일부터 19일까지 1박 2일간 치루어 졌던 ‘리니지와 함께 떠나는 가족여행’ 행사는 100쌍의 가족(약 300여명)이 GM과 함께하며 ‘리니지’의 인기를 실감케 해준 대규모 캠프였다.
가족단위로 운영자들과 유저들이 함께 여행을 떠난 것으로는 전무후무 했던 이 행사는 서로에게 많은 것을 알게 해준 뜻깊은 행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너무나도 가까우면서도 먼 사이였던 유저들과 GM. 그리고 유저와 유저가 어울려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 행사였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