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첫 경기를 모두 마친 ‘에버컵 스타리그’ 16강전. ‘테란의 황제’ 임요환과 ‘불꽃테란’ 변길섭이 나란히 첫승을 따 내며 노장의 투혼을 발휘했다. 임요환은 ‘황제의 컴백’을 변길섭은 ‘불꽃의 부활’을 예고하는 한판이었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SK텔레콤T1)이 오랫만테 컴백한 스타리그 본선무대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다.
상대는 챌린지리그에서 임요환에게 패배를 안겨줬던 GO팀의 저그 유저 이주영. 맵이 테란에게 다소 불리한 ‘펠레노르 에버’라 불안했지만 임요환은 입구 조이기로 실마리를 풀었다. 이주영의 진영 앞에 벙커와 팩토리를 건설하며 살림을 차린 것.
이주영은 럴커 2기로 조이기 라인을 뚫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조이기 라인을 지나쳐 임요환의 본진을 노렸던 럴커 1기와 저글링 부대는 큰 피해를 주지 못하고 전멸했다.
이후부터는 완전히 임요환의 페이스 였다. 입구 해처리를 파괴한 임요환의 마린·메딕 부대가 이주영의 본진에 난입해 드론을 잡아낸데 이어 탱크를 동반한 마린부대가 이주영의 마지막 저항군인 럴커를 모두 잡아내며 GG를 받아냈다.
임요환으로서는 지난 1월 최수범에게 이긴 이후 무려 238일만에 스타리그 본선에서 따낸 귀중한 1승이자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승리를 하고 난 임요환의 첫마디는 “그동안 몸이 근질거려 혼났다”는 것. “3개월간의 공백을 딛고 다시 돌아온 스타리그 본선무대인 만큼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해 기억에 남는 멋진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는 ‘황제’의 각오가 듬직해 보인다.
‘불꽃테란’ 변길섭(KTF)이 작정을 하고 나서면 성큰 숫자는 문제가 아니었다. 변길섭은 지난 3일 변은종(Soul)과의 ‘에버컵 스타리그’ 본선 첫경기에서 마린·메딕·파이어뱃 등 바이오닉 부대만으로 무려 6개의 성큰을 뚫어내며 승리, ‘불꽃 테란’의 진수를 보여줬다.
스타리그 본선에서는 지난 2002년 12월 이후 무려 1년8개월만의 스타리그 승전보다.
머큐리에서 벌어진 이날 경기는 변길섭의 창과 변은종의 방패간의 대결이었다. 변길섭은 처음부터 자신의 주특기인 ‘불꽃테란’으로 나섰고 변은종은 저글링보다는 다수의 성큰으로 방어한 후, 멀티를 바탕으로 한 물량으로 몰아부칠 계획이었다.
변은종은 본진에 무려 9개의 성큰을, 멀티에는 6개의 성큰을 촘촘하게 건설했다. “설마 이렇게 많은 성큰밭을 탱크도 없이…” 성큰이 뚫리면 경기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하지만 설마하던 것이 현실로 바뀌었고, 변길섭은 16강 첫 경기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갔다. 경기후 그의 소감은 “5년동안 성큰만 뚫었다. 딱 보면 돌파할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이 내려진다”는 것. 최근 온게임넷 스타리그와 MSL은 물론 프리미어리그까지 3개의 메이저 대회 본선에 오른 변길섭의 ‘불꽃테란’이 다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