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스트라이크’ 클랜 ‘아키텍트’는 카스 게임계의 ‘외인구단’ 같은 존재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오직 ‘카스’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뭉쳐 운영되는 곳이다. 물론 만화 속 외인구단만큼 실력이 탄탄하다. ‘카스에서 만큼은 반드시 이긴다’는 팀 내부의 목표와 치열한 승부 근성에 다른 여러 클랜들이 만나기를 가장 두려워하는 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98년 이정국 등 카스에 심취한 몇몇 동국대 건축과 학생들이 주축이 돼 결성됐다. 그래서 클랜 이름이 ‘아키텍트’다. 결성 연도로만 치면 가장 오래된 클랜이다. 이를 반영하듯 클랜원 나이는 많게는 원년 멤버인 27세부터 19세까지 다양하다. 결성 이후 해를 거듭하면서 전국 클랜으로 성장해 현재 주전 멤버는 물론 클랜원 대부분이 서울을 비롯, 인천, 대구, 부산에서 김천과 의정부까지 포진해 있다.
평소에는 학생은 학교에, 직장인은 회사에 다니며 ‘아키텍트’ 클랜원들은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지낸다. 이때 지역마다 열리는 소규모 ‘카스’ 대회는 바로 ‘아키텍트’ 클랜원들의 독무대가 된다. 각 지방에 포진한 클랜원 대부분이 해당 지역의 ‘카스’ 게임계의 이름난 실력자들이기 때문이다.
전국 규모의 덩치 큰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되면 대회 시작 2주에서 한 달 정도 앞서 대회가 열리는 장소 부근에 집결한다. 클랜 운영비에 여유가 있으면 짧은 기간 합숙하면서 팀 웍을 다지고, 그렇지 못할 때는 PC방에 모여 연습한다.
‘아키텍트’는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클랜원을 뽑는다. 가입을 원하는 게이머가 나타나면 보통 1년간을 지켜본 뒤 동료로 인정한다. 검증 기간도 기간이지만 뽑은 후에는 기존 클랜원 개개인의 숨은 장점과 노하우를 모두 전수해 다시 최고의 선수로 키운다.
현재 선수로 활동하는 20여명의 클랜원 중 무작위로 대표를 뽑아 카스리그에 출전시켜도 강력한 우승 후보일 것이라 자신할 정도다. 그만큼 클랜원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돼 있다.
지난 7월에 열린 ‘온게임넷 웨이코스배 컨디션제로 리그’는 상금이나 규모에서 가장 큰 대회다. 이 대회 챔피언이 ‘아키텍트’다. 지난해에는 ‘KSGA 아레나 CS 3차대회’와 ‘오렌지PC대회’에서 우승했다. 지난 8월에 열린 ‘WCG 2004 한국국가대표선발전’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였으나 결승전에서 메이븐에 아쉽게 패하며 국가대표권을 넘기고 말았다.
WCG 대회를 마지막으로 ‘아키텍트’ 클랜원들은 다시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흩어졌다. 다가 오는 대회는 10월에 열릴 예정인 ‘온게임넷 컨디션제로 2차 리그’다. 클랜원들은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다시 한번 무서운 실력을 보이기 위해 각지에서 맹연습을 하며 ‘소집령’이 떨어지만을 기다리고 있다.현재 아키텍트에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 모여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른 클랜과 달리 지방에 살고 있는 클랜원이 많다 보니 서울에 적당한 연습 장소를 찾기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지난 5월부터 열악한 경제 여건이지만 싸구려 여관방 수준의 월셋방에서 처음으로 합숙을 하며 버텨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져 현재 각자 사는 지역으로 흩어진 상태다.
클랜 리더 이정국 씨(27)는 “웨이코스배 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어떻게 해서든 월세 보증금이라도 마련해 보려고 했다”며 “개개인의 실력은 최상급이라 합숙 훈련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대회서도 우승할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온게임넷 2대 대회 준비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합숙 장소를 마련해야 할 처지다. 최근 합숙훈련하는 클랜이 많이 늘어 이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같이 합숙 훈련을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카스’ 게임의 특성상 오프라인에서 모여 대화를 나눠가며 팀웍을 키우는 연습이 대회 성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정국씨는 “어떤 공간이라도 좋다. 제대로 된 합숙소에는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연습해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