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풀이 G세대의 새로운 문화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주요 프로게임 경기가 열리는 현장에서 치어풀을 앞에 놓고 경기를 벌이는 선수, 또 직접 만든 치어풀을 들고 나와 열띤 응원을 벌이는 팬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코엑스몰에 자리잡은 온게임넷과 MBC게임 스튜디오. 이곳에서 프로게임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합성사진 등으로 만든 G세대 응원도구인 ‘치어풀’이 등장한다. 방청객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위해 만든 치어풀을 들고 나와 응원도 하고 솜씨도 자랑하는 것.
응원현장에서 만난 회사원 김민석씨(27)는 “야구나 축구장에서는 응원 막대나 기껏해야 선수 사진을 담은 피켓을 들고 응원하는 것이 고작인데 비해 이곳에서는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담긴 치어풀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치어풀이 G세대의 문화코드로 자리잡으면서 프로게이머 팬카페에는 ‘임요환님의 드랍쉽이닷-_-’ 등 대부분의 프로게이머 팬카페에는 치어풀 코너가 별도로 만들어졌고 게임 전문방송인 온게임넷은 아예 매주 치어풀 공모전을 열고 있다. 특히 온게임넷은 메인 페이지에 치어풀 게시판까지 만들어 놓았을 정도다.
또 치어풀을 만들고 싶어하는 게이머들이 늘어나면서 다음 등의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치어풀 관련 카페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블로그에는 치어풀을 주제로 한 블로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보통 프로선수 팬카페나 게임방송사 등에서 여는 공모전에는 응모작이 수백 편에 이른다.
치어풀은 막강한 기능을 갖춘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제작하는 만큼 응원막대와 같은 기존 응원도구와는 비교할 수 없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경기 현장에서 제작자의 개성이 톡톡 묻어나는 치어풀을 감상하는 재미가 선수들의 현란한 솜씨를 보는 것 못지 않게 재미를 주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치어풀은 임요환과 강민의 경기 때 등장한 영화 ‘내사랑 싸가지’를 패러디한 치어풀처럼 영화의 포스터, 드라마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홍진호의 결승전 때에는 이미 우승을 기정사실화한 신문 형식으로 꾸민 치어풀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히 선수 책상 앞에 놓이는 치어풀은 보통 방송사나 팬카페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이 올라오는데 이중에는 웬만한 전문 광고물을 뺨치는 수준 높은 작품들이 등장한다.
포토샵과 같은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다룰줄 아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디지털 카메라와 컬러 프린터도 일반화 돼 앞으로 치어풀 문화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치어풀(Cheerful)은 한마디로 프로게이머를 위해 합성사진 등으로 꾸민 응원판. 하지만 이에 열광하는 게이머가 늘어나면서 치어풀은 G세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홍진호 선수의 팬인 김승현씨가 처음 만들었는데 주변에서 이것이 뭐냐고 묻자 ‘치어풀’이라고 대답한데서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치어풀의 특별한 표준 규격이나 제한은 없지만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다룰줄 알아야 하고 남들 눈에 띄는 치어풀을 만들기 위해서는 치밀한 기획력도 갖춰야 한다.
보통 치어풀은 영화 포스터의 주인공들을 프로게이머로 대체하고 포스터의 카피를 바꿔 만드는 것이 일반적.
하지만 최근 들어 광고나 만화, 심지어는 시조 등을 패러디한 치어풀이나 신문 형식을 빌어 만든 치어풀이 등장하는 등 보다 다양하고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례로 최근 온게임넷이 8월26일 ~ 9월1일 베스트 치어풀 선정작을 보면 김정민 선수의 다양한 사진 여러 개를 모아 다시 김 선수의 얼굴을 만들어낸 장원작을 비롯해 대부분의 입상작이 단순한 응원도구의 수준을 넘은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