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WOW` 총판 경쟁 점입가경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온라인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국내 PC방 총판 선정을 앞두고 국내 게임 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그러나 외국 게임사에 휘둘리며 속내를 모두 보여주고는 결국 찬밥 신세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블리자드측이 ‘WOW’ 서비스 업체를 모집한다며 국내 업체들의 노하우를 모두 빼 낸 뒤 결국 ‘독자 서비스’를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많은 업체들이 닭 쫒던 개 꼴이 됐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는 벌써부터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WOW’를 서비스할 비벤디코리아측이 느긋한 반면 국내 업체들이 과열경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비벤디측에 따르면 이 회사에 제안서를 제출한 회사는 무려 30여개사. 국내에 어지간한 총판은 다라고 보면 되는 셈이다. 비벤디 관계자의 표현에 따르면 비벤디의 직원들 조차도 총판 업체들의 폭발적인 관심에 스스로 놀랐을 정도다.

 

 온라인 게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리니지’ 이후 가장 돈 될만한 게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WOW’의 총판권 향방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손오공, 한빛소프트, 웹젠 등 전국망을 갖춘 대형 업체를 비롯해 지역 총판 등 전국 대부분의 PC방 총판은 비벤디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몸이 달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11월 중 상용화를 공언하고 있는 비벤디는 정작 느긋한 입장으로 아직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조차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손오공, 한빛소프트 등을 비롯해 상당수의 업체들이 비벤디에 제안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듣기로는 국내에 PC방 총판은 대부분 다 제안서를 넣었다고 들었다”며 “이는 ‘WOW’가 리니지 이후 가장 돈이 될만한 게임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WOW’ 열풍에도 불구하고 정작 제안 내용은 완전히 베일에 가려진 상황이다. ‘WOW’ 측에서 비즈니스 모델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각 총판에서도 잘못 입을 열었다가 눈 밖에 날 수도 있다고 판단,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 언제 누가 될까

현재 업계에서는 4~5군데 업체가 손꼽히는 가운데 손오공이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손오공이 ‘워크래프트’ 확장판을 배급, 비벤디와 이미 파트너십을 1년 이상 유지해 오고 있는데다 비록 비벤디가 단수 체제로 갈지 복수 체제로 갈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하나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국적 시스템 갖춘 1~2개 업체를 선택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손오공측은 일부 매체에 이 회사가 유력시된다는 기사가 나간데 대해 비벤디측에서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내심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실제 손오공은 최근 3억원 가량을 들여 한 총판 업체를 인수, 전국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이와 관련,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인수한 회사의 이름은 밝힐 수 없으나 비벤디측에서도 괜찮다고 여기고 있는 총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사 총판권을 따내지 못해도 인수한 조직을 현재 사내 3개 온라인 게임 개발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온라인게임에 활용하면 된다”며 인수 건을 ‘WOW’와 연결시킬 수 없다고 말했으나 이번 총판 업체 인수가 ‘WOW’ 총판권 확보를 확신한 데 따른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손오공과 함께 물망에 오르고 있는 한빛소프트측은 전국 규모의 총판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자격이 충분한데다 비벤디로부터 ‘워크래프트’ 오리지널을 받아 배급하면서 상당한 손실을 봤기 때문에 자사를 선정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특히 기존에 남아 있는 ‘워크래프트’ 재고를 ‘WOW’와 묶어서 프로모션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빛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한빛이 손오공에 비해 역량이 뒤질 것이 없다”며 “비벤디의 총판 담당조직인 CBD(Customer Business Developer)가 ‘모든 평가와 선정에 공정성 기하겠으며 결과에 대한 리뷰 원하면 공개한다’고 밝힌 만큼 공정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11개 지사로 구성된 전국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는데 총판권을 따낼 경우 15명 이상 규모의 전담팀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비벤디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복수체제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 일정 차질 없나

비벤디측은 ‘WOW’의 오픈베타 테스트를 가능한한 짧게 하고 빠르면 오는 11월, 늦어도 연말까지는 상용화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으로 9월초 총판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벤디는 아직 수수료, 요금제 등 총판과 관련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아무 것도 결정한 것이 없다. 이에 따라 총판에 선정된 업체가 조직을 갖추고 해당조직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등의 모든 작업이 두달 정도 만에 마무리 돼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의 상용화 일정대로면 총판이 미리 사전에 영업에 나서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안요청서(RFP)에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가 없어서 역량을 보여주는 제안서 밖에 못만들었다”다며 “하루빨리 선정하겠다고 했는데 한달 하고도 보름이 흘러갔다”고 우려했다.

상용화 일정과 함께 과당경쟁 때문에 총판 업체들이 큰 모험을 무릅쓴 계약을 체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업계 일각에서는 모회사가 총판권을 따내려고 30억~50억원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제안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