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그는 ‘고래’를 삼킬 기세였다.
‘구멍가게’로 대변되던 모바일게임 업체를 유력 퍼블리싱업체로 키울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프트맥스, 위자드소프트 등 메이저 퍼블리셔업체들이 ‘곁가지’로 모바일게임 사업 진출을 타진하던 때라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한다’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
이오리스 최종호 사장(36). 그는 2년 사이 많이 변했다. 평사원으로 시작했던 이오리스의 대표가 된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는 2년 전처럼 여전히 당당했다. 그가 호언했던 퍼블리싱 사업은 해외에서 조금씩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한동안 중단했던 온라인게임 퍼블리싱도 다시 재개할 태세다.
“확실한 전략만 있다면 승산이 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의욕이 앞서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모바일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퍼블리셔의 꿈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최 사장은 이오리스 초기 맴버 가운데 한명이다. 일본 히토츠바시대(동경상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한 그는 98년 전주영 이오리스 전 사장과의 친분 때문에 게임판에 발을 들여놓았다.
국산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한다며 좌충우돌하던 이오리스는 당시 빚만 100억원 대에 달했다. 기획조정실 과장이라는 직책이 부여됐지만 한 달 월급이 겨우 100만원을 넘는 연봉 1300만원이었다.
“전사장님과 개인적인 친분도 친분이지만 게임산업이 무척 매력적이었요. 제대로 만든 게임으로 세계를 한번 제패해 보자는 생각에 모든 것을 올인하기로 결심했죠.”
방만한 조직 재정비와 관리에 주력한 그는 99년 이오리스 마케팅 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해외영업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마침 이오리스가 내놓은 게임들이 히트를 치면서 매출은 성장가도로 달렸다. 게임업체로는 처음으로 2000년 1월 코스닥 등록 심사를 통과하면서 이오리스의 도약은 한마디로 ‘파죽지세’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 사장은 이오리스가 코스닥 심사를 통과하자 돌연 회사를 박차고 나와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전사장님이 말렸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이 정도라고 설득했어요. 그리고 스스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더이상 누를 수 없었죠.”
2000년 2월, 모바일게임업체 엠드림 설립은 이렇게 시작됐다.
# 모바일게임 ‘1등 신화’
최 사장은 당시 불모지였던 모바일게임 시장에 뛰어들어 막막한 생활에 시달렸다. 그러나 2년이 지나자 그가 장담한 대로 엠드림은 모바일게임 매출 1위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엠드림이 만든 모바일게임 ‘갤러그’의 히트는 모바일게임도 돈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놓는 계기를 마련했다.
“초기 시장은 아무래도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게임을 컨버전하는 것이 주효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모바일게임 업체로는 처음으로 월 매출 3억원을 돌파하며서 메이저 게임업체들이 속속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 시작했죠.”
그는 여세를 몰아 PC게임과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으로도 사업영역을 넓히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게임 퍼블리싱사업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급기야 2002년말 ‘테트리스’ 독점판권을 경쟁업체 컴투스에 뺏기면서 작년에는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위 자리까지 내주는 처지로 내몰렸다.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몰락하면서 위기에 놓인 이오리스와 합병은 그 하나의 탈출구였어요.”
최 사장은 작년 말 결국 ‘고향’과도 마찬가지인 이오리스와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아케이드 게임업체였던 이오리스가 모바일게임업체로 탈바꿈한 것도 이 때부터다.
# 게임포털·해외사업으로 재도약
“어쩌면 이오리스와는 악연일 수도 있어요. 처음 이오리스 기획조정실 과장을 맡았을 때 첫번째 임무에요. 그리고 올해초 대표이사가 되면서 엄청난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니까요.”
사실 그는 직원의 50% 이상을 구조조정하면서까지 이오리스 살리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 덕택에 올 상반기 45억원의 저조한 매출에도 영업이익이 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그는 요즘 제2 창업의 슬로건을 내걸고 이오리스의 비전을 밝히고 있다. 한동안 중단했던 온라인게임사업과 올해부터 결실을 맺고 있는 해외사업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베타서비스에 들어간 게임포털 ‘와게임’은 이오리스의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정말 중요한 승부수다.
“게임포털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또 게임포털이냐고 우려하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차별화된 콘텐츠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봐요.”
최 사장은 ‘퍼즐 버블’ ‘갤러그’ ‘미스터 드릴러’ 등 한때 오락실에서 즐기던 추억의 게임을 주축으로 ‘와게임’을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수백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지만 아직 게임사업에 뛰어들지 않은 인터넷업체와 제휴 비즈니스도 활발히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엠드림차이나를 통한 모바일게임 중국 퍼블리싱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도 자신감을 보태고 있다. 올해 20억원으로 예상되는 해외 로열티 수입이 내년이면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 가을 출시할 모바일게임 대작 ‘히어로즈’를 비롯해 탄탄한 모바일게임 라인업은 이오리스의 캐시카우가 될 거에요. 중국 로열티 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 내년이면 모바일게임시장 정상 탈환도 시간 문제라고 봐요.”
그는 2년전 처음 깃발을 올린 퍼블리싱 사업이 이제서야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엔 좀 서두른 측면이 없지 않았어요. 게임포털 ‘와게임’의 경우 해외시장에서는 지금 당장 유명 게임포털과도 경쟁할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국내에서 자리잡는 데는 적어도 2년 정도는 걸릴 거라고 봐요. 좀 늦어도 한발 한발 다부지게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중요해요. 가랑비에 속옷이 젖듯이 말이에요.”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