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칼럼]죽 쒀서 개 줄 것인가

웹젠은 국내 게임회사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합작법인을 세우는 전략을 선택했다. 당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많은 말들이 쏟아졌다. 로열티를 못 가져 오니까 아예 중국에 법인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에서부터 중국에 투자해도 괜찮은가 하는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 보면 합작법인을 만드는 수 많은 이유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많은 이유가 귀결되는 곳에는 단 하나 목표인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길이었다.

웹젠은 중국 합작 법인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것은 단지 이사회를 중국 파트너에 맡겨놓고 예전의 한국 게임 회사들처럼 서버나 구축해주고 매월 로열티만 챙겨오는 것이 주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 것 같으면 라이선스 계약이나 하지 왜 복잡하게 고민하면서 합작 법인을 만들고 이사회에 참여해서 합작법인의 경영을 하겠다고 했겠는가. 즉 원래의 주 목적은 합작법인을 발판으로 중국 및 그 어렵다는 북미시장을 향한 글로벌 사업을 전개 하겠다는 것이었다.

글로벌 시장을 생각한다면 중국과 미국시장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이 강력한 두개의 시장에서 살아 남으려고 연연해 하기보다 이 두 시장을 리드해 갈 수 있는 타이밍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물론 이 타이밍도 놓치면 다시 올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중국을 막연히 두려워 하는 미국 게임 회사들의 성향과 중국시장의 미래 성장성, 그리고 그 사이에 한국 게임회사가 가진 우위성이라는 기가 막힌 타이밍을 보았기 때문에 중국에 합작법인을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웹젠은 이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사업을 하기위해 합작법인을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한 것은 중국 파트너로부터 로열티만 받아온 것 밖에는 없다.

진짜 게임사업은 웹젠과의 합작 법인이 아닌, 중국 파트너가 자신들의 사업체에서 독식하고 있다. 웹젠이 준 기회를 이용해서 중국 파트너가 글로벌 기업으로 게임시장에서 위상을 가져가려 하고 있다.

원래의 의도대로라면 중국합작법인 자체가 중국 내의 최고의 게임회사가 되고 비단 ‘뮤"’뿐만 아니라 ‘뮤’를 첫 단추로 해서 다른 게임도 서비스하면서 웹젠은 간접적으로 다양한 게임 서비스의 경험을 직접 쌓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을 중국내에 서비스하면서 전세계적인 게임회사와 언제, 어디에서나 협상할 수 있는 파워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합작법인과의 공동 경영으로 한국이 아닌 나라에서 경영참여를 하면서 글로벌한 기업의 마인드를 배우기를 바랬다. 정말 한국에서는 몇 십년 안에 나올까 말까 한 기회였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 웹젠의 합작법인이 아닌, 중국 파트너사가 나스닥에 등록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 아찔 할 수 밖에 없었다. 죽 쒀서 개 준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왜 한국에서는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없을까. 필자는 여전히 갑갑할 뿐이다.

<이젠 사장 saralee@e-ze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