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아라시’. 일본식 이름이라 매우 생소한 이름이지만 모바일 게임업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이름이다. ‘백귀야행’이란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요괴로 기억하겠지만 모바일 게임판에서는 흥행의 성패를 결정하는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다음의 모바일 게임 커뮤니티(GVM, http:cafe.daum.netGVM) 운영자인 이주환(25)씨는 자신의 이름 보다는 사이트 아이디인 ‘아오아라시’로 잘 알려져 있다. 순수 아마추어 카페임에도 회원이 14만명을 돌파한 GVM는 명실공히 모바일 분야 국내 최대 커뮤니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 리뷰가 어떻게 올라왔느냐에 따라 게임 다운로드수가 파도를 탈 정도. GVM을 이끄는 핵심 운영자인 이주환씨는 최근 동료 운영자들과 함께 ‘핸디게임(www.handygame.co.kr)’이라는 독자 커뮤니티 사이트까지 오픈했다. 이제는 포털사이트에서 더부살이 하는 아마추어 커뮤니티에서 벗어나 당당히 프로세계에 도전장을 던진 것. 모바일 게임계 미다스 손으로 통하는 아오아라시를 만나 그의 엄지족 게임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바일 게임 전문가답게 이주환씨는 항상 3개 이상의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 이통사에서 출시하는 모바일 게임을 다 경험하기 위해서는 SKT, KTF, LGT용 휴대폰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머니에 다 넣고 다닐 수 없다보니 특별한 일이 없어도 가방을 항상 휴대해야 할 정도. 한달에 지출하는 통신요금만도 25만원선. 일반인들에게는 큰 부담이지만 주환씨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 데 이 정도 투자쯤이야”
모바일 게임에 대한 집착 만큼 그의 이력도 특이하다. 아오아라시가 모바일 게임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교 4학년 2학기. 졸업을 앞둔 학생이 게임에 빠지다니. 그것도 국내 최고 명문 대학인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을 앞둔 학생의 경험이라곤 매우 별나다고 볼 수 있다.
거기다 졸업 후 군 문제도 다 미뤄둔 채 커뮤니티 활동에 빠져있는 모습은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당연히 부모님이나 주변사람의 원성도 자자했다. 거기다 그 많은 통신 요금까지. 하지만 GVM을 통해 이름이 알려지고 더게임스를 통해 칼럼이 나가자 부모님들도 주환씨의 일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활동에 빠지자 졸업 후 진로나 군 문제 때문에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시더군요. 하지만 신문에 칼럼이 나가자 제가 그래도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것을 이해해주시더군요. 제가 워낙 하나에 빠지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저를 많이 믿어주시는 편입니다”
# 모바일 게임은 GVM으로 통한다
아오아라시가 이끄는 GVM은 최근 회원 14만명을 돌파했다. GVM의 최대 지지층은 중·고등학생층. 용돈의 한계가 있다보니 게임 하나를 다운받으려 해도 꼼꼼히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카페에 와서 리뷰도 읽어 보고 사용자들의 평가도 살핀 후에야 안심하고 게임 하나를 다운받는다. 커뮤니티 최대의 힘은 바로 ‘빅마우스 효과’. 한 사람의 입소문을 타고 게임에 대한 평가가 일파만파로 전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주환씨같은 마니아들이 남긴 리뷰는 그들에게는 바이블에 가깝다. 그렇다고 회원들이 운영자들의 평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유저들은 게임을 깊숙한 곳까지 파다 보니 개발사 조차 찾지 못한 숱한 버그를 찾아낸다.
회원 14만명이 넘는 커뮤니티를 이끌다 보니 많은 어려움도 따른다. 유저들의 간의 논쟁이 붙었을 때 이를 적절히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자칫 하다간 개인간 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GVM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개발사들이 흥행을 위해 장난을 치는 경우도 많아 이를 저지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딱히 마케팅 수단이 없는 모바일 게임업체들이 GVM에 들어와 자기 우호적인 글을 많이 남기는 것은 물론 타사 게임을 고의적으로 비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모바일 업체 사람이라면 GVM 회원이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또 학생들이 주 회원층이다보니 매년 초 고3 수험생이 된 오래된 회원들이 떨어져 나갈 때 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저희 카페는 토론에서는 예의를 절대 강조합니다. 이때문에 각종 규제도 많이 둘 수 밖에 없더라구요. 그리고 개발사들의 작업 흔적이 보일 때도 초기 진화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의 생명력은 스스로 움직이는 자생력에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 문화를 이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이젠 프로라구요
최근 ‘핸디게임’을 오픈한 주환씨는 하루 일과가 종전 보다 두배는 바빠졌다. 남들이 보면 직업 없는 백수가 뭐가 바쁘냐고 하겠지만 GVM과 핸디게임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GVM 설립 멤버인 백세현씨 등과 함께 일을 나눠하고 있지만 그래도 눈 코 뜰 새가 없다. 회원들의 궁금증에 일일이 답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개발사의 작업, 유저 간 분쟁에도 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좋은 리뷰를 쓰기 위해서는 그 주에 출시되는 각종 게임을 마스터해야 하다보니 하루 24시간을 쪼개 사용해도 부족한 상황. 거기다 ‘핸디게임’은 따로 서버를 두고 운영해야 하는 만큼 프로의식도 필요하다. 사업계획도 짜야 하고 영업문제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에 빠지면 끝을 볼 때까지 해야 성미가 풀리는 타입이었습니다. 모바일게임도 이렇게 시작한 이상 이곳에서 뭔가 승부를 보고 싶습니다. 모바일 게임의 유저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핸디게임’이 수백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사이트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