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위기를 기회로`

`턴어라운드`형 中企 잇따라 등장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으로’

 경기가 여전히 침체 국면이지만 사업 다각화, 인수합병(M&A), 구조조정 등을 통해 위기를 탈출한 ‘턴어라운드’형 IT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위기일수록 경기 탓, 시장 탓 하지 않고 적극적인 변신 노력으로 불황을 탈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주성엔지니어링·하나로텔레콤·데이콤 등 흑자전환이나 업황 개선으로 주목받아 온 업체 이외에도 ‘턴어라운드’하는 중소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중견 중계기업체 영우통신은 국내 시장 포화로 지난 수년간 연간 매출액이 300억원대에서 정체되며 위기에 몰렸지만 지난해 뛰어든 휴대폰 부품 사업의 호조로 올해는 600억원대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미 상반기 매출과 순이익은 작년 대비 각각 90.2%, 310.5%씩 크게 늘어났다.

 이 회사는 휴대폰 부품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엿보이자 지난 3월 부품업체 디엔와이를 인수, 기반을 다졌다. 그 결과 올 상반기 휴대폰 부품 매출비중이 40%를 넘어서 중계기 부문(54%)과 함께 회사 성장의 양대 축으로 올라섰다.

 전자재료업체 네패스(옛 크린크리에티브)는 지난해 말 반도체사업 확대를 위해 씨큐브디지털과 합병한 데 힘입어 올해 매출이 두 배 이상 신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 96년 반도체 클린룸사업부를 씨큐브디지털로 분사했으나 전자재료 사업과 반도체 부문 사업의 시너지효과가 크다고 판단, 과감하게 재흡수를 단행했다. 백승대 상무는 “시너지가 기대되는 두 개 사업을 합병하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3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두 회사 매출 합계액인 2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고 말했다.

 반도체장비업체 코닉시스템(옛 앤콤정보시스템)은 부실 기업을 통한 우회등록이라는 오명을 씻는 데 성공한 경우다. 이 회사는 등록 이후 지속적인 사업강화를 통해 지난해 영업손실 67억원이라는 악재를 극복, 올 상반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코닉시스템의 상반기 매출은 작년 대비 800% 이상 증가했다.

 키오스크 전문업체였던 아이디씨텍은 올해 초 티컴앤디티비로에 인수된 후 홈네트워크 시장을 겨냥한 셋톱박스 분야에 진출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사 임광석 상무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키오스크 사업부가 흑자를 내도록 했고 신규 사업인 셋톱박스 부문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디씨텍은 최근 하나로텔레콤과 브로드밴드 TV사업 계약을 하고 아랍에미리트 위성방송 사업자와 제품 공동 개발 계약을 하는 등 대형 공급계약을 따내기 시작했다.

 브이케이는 간판 사업을 ‘이차 전지’에서 ‘휴대폰’으로 바꾼 후 중국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최근 브이케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등 증권가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최범진 한국기술투자 이사는 “어려운 경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과 새로운 사업 시도, M&A를 통해 실적 호전을 나타내고 있는 회사들이 있다”며 “이들의 성과는 경기와 시장 탓만 하지 않고 적극적인 대응과 노력을 했기에 가능했다”고 진단했다.

  김승규·이호준기자@전자신문, seung·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