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인하우스(자체 개발 및 운용), 제2 금융권은 아웃소싱.
금융권의 차세대 전산 시스템 방식을 놓고 은행은 자체 개발 비중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반면 증권 등 제2 금융권은 IT아웃소싱 방식의 도입이 확산되면서 양극화 양상을 띠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모두 ‘비용절감’이라는 같은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은행은 자체 IT 인력구조의 안정성 및 활용도 제고, 은행 업무에 최적화된 시스템 구현이라는 두마리 토끼 사냥을 겨냥하고 있다. 제2 금융권은 자체 시스템 개발 및 운용에 따른 고비용구조 개선 차원에서 아웃소싱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금융권 IT 수요를 겨냥하고 있는 솔루션, 시스템통합(SI) 등 금융IT 업계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지고 있다.
◇은행권, 자체개발 확대=최근 들어 국민은행, 신한·조흥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은 향후 구축될 차세대 전산시스템에 자체 개발 인력의 투입을 크게 늘리고 SI 외주용역과 솔루션 패키지 도입 등을 점차 줄여 간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즉 도입 솔루션의 사상과 비즈니스 로직, 구축 노하우만을 흡수하고 보유 전산인력의 기술력을 배양해 중장기적인 시스템 개발 및 운용에 대한 자체 조정력을 배가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차세대 프로젝트에 돛을 올린 국민은행은 전체 프로젝트에서 외주영역의 비중을 30% 수준으로 내려 잡았다. 코어뱅킹 시스템과 관련해 솔루션 패키지 도입의 타당성 검토작업을 진행한 국민은행은 최근 일부 모듈을 채용하고 전체적인 시스템은 자체 개발키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이같은 맥락에서 국민은행은 전산 인력의 기술력 강화에 나서 기술교육, 해외 금융기관 파견, 전문가 영입 등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회사도 최근 신한·조흥은행의 차세대 코어뱅킹 시스템에 참여할 솔루션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패키지의 전면 도입보다는 자사 현실에 맞는 모듈과 사상을 도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비중을 높여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제2 금융권, 아웃소싱 고개=은행들과 달리 증권사를 비롯한 제2 금융권은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차원에서 아웃소싱 방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당초 결정했던 자체 차세대 시스템 개발 방식을 뒤집고 IT아웃소싱 방식으로 돌아선 경우도 나타나 주목된다. 신영증권은 지난달 말 증권업계에서 처음으로 한국HP와 향후 5년 동안 토털 IT 아웃소싱 서비스 계약을 했다. 이에 따라 신영증권은 한국HP를 통해 이달부터 하드웨어를 포함한 1단계 인프라 아웃소싱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신영증권 측은 “장치 산업화되고 있는 금융IT 환경의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하드웨어, 네트워크 등 시스템 운용의 아웃소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중견 증권사인 세종증권은 상반기에 유닉스 기반 차세대 시스템 개발방침을 정했다가 최근 자사 구조조정 작업과 맞물리면서 IT아웃소싱을 새로운 시스템 구현방안으로 상정, 4개 서비스 사업자를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전망=비록 해외 사례지만 세계적인 은행인 JP모건 체이스가 최근 다국적 컴퓨팅 기업과 지난 2002년부터 약 7년을 기한으로 맺은 아웃소싱 계약(약 50억달러 규모)의 파기를 발표했다. 파기 사유는 서비스의 질이나 만족도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뱅크원)과 합병으로 자체 서비스 인프라를 갖게 된 데 따른 것으로 밝혔다.
이처럼 금융권의 아웃소싱은 경영환경의 변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인수합병(M&A), 구조조정, 경영합리화 등의 경영전략에 따라 아웃소싱 논의는 잦은 변곡점을 맞고 있다.
국내도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재편과 통합 프레임워크 적용 등으로 IT자회사를 제외한 외부업체를 통한 토털 아웃소싱은 아직 활성화 단계로 보기는 힘들다. 다만 중견·중소 증권사와 보험사 등과 일부 외국자본계 은행권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 대형 은행권에서도 영업점PC·자동화기기(CD/ATM) 등 비핵심 IT부문과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외부 아웃소싱은 점차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