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석학대담: 김종환 KAIST교수vs매튜 메이슨 카네기멜론대 교수

 로봇이 21세기 과학기술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우리보다 20여년 이상이나 앞서 산업용 로봇 등에 대단위 투자를 해오고 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 정부도 지능형 로봇 분야를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의 성장동력엔진으로 정해 R&D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로봇이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과학기술의 대중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종환 교수는 지난 한달간 미국 카네기멜론대 매튜 메이슨 교수와 e메일을 통해 ‘로봇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로봇산업, 그리고 로봇의 현재와 미래, 특히 지능로봇에 대해 깊은 의견을 교환했다. 이를 요약 정리한다.

 

 ◇김종환 교수(KAIST 전자전산학과 교수)=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CMU) 로봇공과대학원(RI)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로봇 연구는 뭔가.

 ◇매튜 메이슨 교수(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과학·로봇공학과 교수)=기계가 인간 또는 동물이 하는 것처럼 보거나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탐구중이다. 어떤 물체를 손을 사용해 잡지 않고 어떻게 조작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연구한다.

 ◇김종환=로봇공학대학원의 원장으로서 대학원생들을 위한 심화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 또는 연구 프로그램이 있나.

 ◇매튜 메이슨=‘로봇공학은 인식과 행동의 지능적 결합’이라는 일반적인 정의를 따르고 있다. 로봇에서는 인식, 지능, 행동 등 세가지 분야를 중시한다. 네 번째로는 ‘수학적 기초’를 중시한다. 박사과정 학생들은 이 네가지 핵심 분야를 이수해야 한다. 한국 학생들도 이곳에서 유학하고 있다.

 ◇김종환=한국에서는 지난 4월 청소년 3000명이 참여하는 ‘스페이스 로봇 챌린지’라는 체험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CMU에서도 로봇교육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는데.

 ◇매튜 메이슨=올해 여름 과학기술 분야에 소질이 있는 14∼18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간단한 로봇들을 설계하고 제작했다. 레고 키트를 사용한 수업도 있었고 이미 만들어 놓은 로봇들을 그냥 프로그래밍해 보는 수업도 있었다.

 ◇김종환=현재 로봇산업은 산업용 로봇에서 가사용 로봇, 오락용 홈로봇과 같은 지능형 로봇으로 발전하고 있다. 로봇은 방위 로봇, 우주 로봇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국제로봇협회 보고서에 의하면 향후 2020년에 지능형 로봇 시장은 4000억달러(4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의하나.

 ◇매튜 메이슨=480조원이라면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로봇산업이 매우 빠르게 발전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그러한 천문학적 금액의 로봇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로봇산업을 아주 명확하게 단지 로봇이라는 생산품 자체에 한정된 것으로 본다면 시장 규모가 작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시장일 것은 분명하다.

 ◇김종환=일본은 인간형 로봇이나 보행 구조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고, 미국은 로봇의 지능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차이점에 대해서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매튜 메이슨=만약 로봇의 지능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면 그것은 장기적인 전략이라기보다는 당장의 필요에 의한 현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미국의 로봇 과학자들이 인간형 로봇에 관한 연구에 대해 부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CMU에 일본의 유명한 인간형 로봇 연구기관들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도 인간형 로봇 연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김종환=한국은 세계 4위의 로봇 생산국이다. 향후 10년 이내에 지능로봇이 자동차나 반도체 산업 수준의 중요 산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환경에서의 로봇, 즉 유비쿼터스 로봇을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매튜 메이슨=‘유비쿼터스 환경’이란 용어가 생경하다. 미국에서는 주로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ubiquitous computing environments)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있다. 원하는 곳 어디에든지 컴퓨터와 센서 기능이 작동하는 때가 곧 올 것이다. 기계들이 자신들이 보고, 들은 것에 관해 이해할 수 있다면, 정말로 재미있는 일들이 발생할 것이다. 유비쿼터스 환경은 총체적으로 큰 부가가치를 가지고 올 것이다.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미래에 엄청난 배당금을 약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종환=개인용 컴퓨터의 발전 속도를 고려해 봤을 때, 10년 내에 ‘1가구 1로봇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까운 미래에는 로봇이 우리 라이프 스타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또한, 우리 일상생활에서 로봇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오리라고 생각하나.

 ◇매튜 메이슨=우선 로봇이란 단어의 정의부터 따져 봐야 한다. 공상과학 영화 속의 로봇처럼 생기진 않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봤을 땐 이미 현대가정엔 로봇들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자레인지의 경우 수분상태를 감지하고 이에 따라 요리시간을 스스로 결정한다. 두번째 질문은 이렇게 바꿔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하인처럼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로봇을 가지는 데는 얼마나 걸릴 것인가?” 라고 말이다. 나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로봇은 굉장한 것이긴 하지만, 인간은 그보다 훨씬 놀라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종환=많은 로봇연구자들이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사람과 똑같이 생긴 로봇, 이른바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가.

 ◇매튜 메이슨=로봇을 연구하는 주된 이유는 우리 자신에 관해서 배우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인간이 걷는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인간형 로봇이 사람들이 겪는 것과 똑같은 문제를 겪으면서 인간 자신을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내 줄 것이다.

 ◇김종환=로봇 제작자들은 더욱 지능적이고 인간에 친밀한 로봇을 만들려고 한다. 이런 휴머노이드 로봇의 제작이 결국 로봇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보는가.

 ◇매튜 메이슨=연구자들은 기계가 정말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지에 관해 논쟁을 벌이겠지만, 긍정적으로 본다.

 ◇김종환=사람들은 로봇영화를 보면서 더욱 로봇에 매료되고 미래의 로봇세상을 예측한다. 최근 상영되었던 영화 ‘아이, 로봇(I, Robot)’의 배경은 2035년 시카고다. 30년 후엔 어떤 종류의 로봇들이 나타나리라고 예상하나.

 ◇매튜 메이슨=내 생각에는 센서, 연산기능,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대단한 능력을 보게 될 것이다. 다만, 행동에 관해선 그렇게 장담을 하진 못하겠다. 인식 기술이 행동구현 기술보다는 앞서 나갈 것이다. 센서는 적은 힘으로도 작동할 수 있을 것이며, 작동장치는 매우 많은 진보를 이룰 것이다. 물론 ‘지각’에 관해선 불확실성이 아직 존재한다. 또한, 센서기술이 계속 발달하고 있지만 단지 센서기능을 하는 것에서 실제 감각기능을 하는 쪽으로 발전하려면 많은 과학기술적 진보가 필요하다.

 ◇김종환=앞으로 엄청난 기술진보가 이뤄질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 극복해야 하는 기술적 한계도 계속 많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한다. 이외에 안전성, 내구성, 기능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감각기능을 통해서 로봇이 인간과 감정을 교류할 수 있고 스스로 배워가는 능력을 갖게 된다면 사람의 모습을 한 로봇배우·로봇가수·로봇스포츠맨이 활동하게 될 것이고 스타로봇도 탄생할 것이다. 영화 ‘아이.로봇’에 등장하는 ‘NS-5(Nestor Series 5)’라는 로봇은 자유 의지가 있고 아시모프의 세가지 로봇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또한, 그들은 자기진화 시스템이 있고 심지어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는 능력이 있다. 그러한 시스템을 갖춘 로봇을 만들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매튜 메이슨=그 누구도 그에 대한 정답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다. 이를 테면 감성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문제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김종환=어떤 사람들은 컴퓨터 사회를 지향하는 기술적 진보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팩봇(Pack Bot)’은 적진의 동굴을 탐사하고 폭발물을 제거하는 등의 군사 목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로봇이 전쟁에 사용되는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매튜 메이슨=전쟁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러나 공상과학영화의 로봇에서 시선을 돌려 주의 깊게 살펴본다면, 로봇은 인명을 구하기 위한 굉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김종환=로봇이 인간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과학기술을 악용하는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쁜 목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매튜 메이슨=동의한다. 로봇은 선과 악 모두를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기술이다. 우리 모두가 좋은 쪽으로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솔직히 어떻게 하면 될지는 모르겠다.

 ◇김종환=결론 삼아 말한다면 로봇은 이미 우리의 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다. 유비쿼터스 로봇이 등장할 때가 곧 올 것이다. 로봇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맞이하기 위해 한국의 경우 지금부터 로봇공학자뿐 아니라 정부, 기업, 일반인 모두가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

 ◇매튜 메이슨=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로봇 연구가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이해다. 우리는 로봇을 통해 우리 자신에 대해 배우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인터뷰가 전자신문 독자들이 미래 로봇공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정리=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etnews.co.kr

*김종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전산학과 교수(48·johkim@rit.kaist.ac.kr)는 서울대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KAIST 로봇공학 학제전공 책임교수와 세계로봇축구연맹(FIRA) 및 국제로봇올림피아드위원회(IROC) 회장, 정통부 KAIST ITRC-지능로봇센터 소장, 산업자원부 KAIST 마이크로로봇 설계교육센터 소장 등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95년 처음으로 다개체 로봇시스템을 응용한 로봇축구대회를 창안했고 98년 IROC를 창설했다. ‘자랑스런 신한국인’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김종환 교수의 로봇축구이야기’ 등이 있다.

*매튜 메이슨 미국 카네기멜론대(CMU) 컴퓨터과학 및 로봇공학과 교수(52, Matthew T. Mason, jean@cs.cmu.edu)는 미국 MIT에서 ‘컴퓨터 사이언스와 인공지능’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메이슨 교수는 카네기멜론대 로봇공과 대학원장과 CMU 조작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미국 로봇교육연구소(Robotics Education Lab)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메이슨 교수의 연구분야는 사람처럼 사물을 인식하고 조작할 수 있는 지능로봇 분야다. 지금까지 총 79편의 논문을 출간했다. 저서로는 ‘로봇손과 조작의 메커니즘(1985년, MIT출판부)’과 ‘로봇조작의 메커니즘(2001년, MIT출판부)’ ‘로봇모션-계획과 제어(1982년, MIT출판부)’ 등이 있다. IEEE(국제전기전자공학회)의 ‘시스템개발기초’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