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진출, 나만의 노하우 가져라

“중국 시장에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나만의 노하우를 갖추라.”

 중국 상하이 중심가에서 푸둥공항으로 이동하는 ‘상하이 자기부상열차’는 초당 최고속도 432㎞를 기록하며 차량으로 40여 분이나 소요되는 거리를 7분 만에 돌파한다. 현재 중국 경제도 이 같은 초스피드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긴축경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미 탄력을 받은 성장세는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 규모가 커지면서 중국 시장은 글로벌기업들의 각축장이 됐으며 현지 기업들도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추면서 급성장하면서 국내기업들의 진출이 점차 힘겨워지고 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한·중 수교가 이뤄진 12년 전부터 중국에서 힘겹게 시장을 개척해온 몇몇의 국내 기업들은 철저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지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동안 중국 시장을 안다하는 사람들 간에 오가던 ‘관시를 이용하라’든가 ‘탈세기법을 익혀라’ 등의 비법(?)과는 달리 이들은 ‘정공법’을 위주로 한 기법을 갖출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신뢰가 최고의 방책이다=지난 1993년 LG전자가 첫발을 내딛으면서 선발대로 중국에 들어온 이후 현재 LG필립스디스플레이 베이징 법인을 맡고 있는 방계지 법인장은 “많은 국내기업이 중국에서 관시가 부족해 공무원들을 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10여 년간 기업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관공서 관계자들한테 지원을 받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 요령은 적법한 기업 운영. 특히, 세금을 제대로 신고할 경우 중국 세무서에서 ‘절세’ 기법을 가르쳐줄 정도라고 밝혔다.

 방 법인장은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의료보험·양로보험·주택공적금 등 사회보장을 위한 투자를 전혀 안하는 데다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필수적인 노동조합 결성도 안 하는 경우가 많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헝그리정신과 차별화로 무장하라=중국 시장은 공략이 쉬울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20여년전부터 진출해 나름대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중국 시장에서 단순한 전략만으로는 자리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하이에 신세계 이마트 1호점을 개설한 이후 지난 6월 2호점인 루이홍점 개설을 지휘한 김선민 지점장은 “상하이에만 월마트, 까루프 등 세계적인 대형할인점이 78개에 달하며 중국 현지 기업들의 거대화도 큰 위협”이라며 “뒤늦게 진출한 이마트가 이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힘의 집중과 기동력’이며 우리 고유의 ‘싸움닭’ 정신으로 무장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기본틀을 바꾸기 어려운 글로벌기업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또다른 묘책은 차별화”라며 “현지인 기호에 맞춰 인테리어도 1호점과 차별화시키고 올해 말에 개장할 3호점도 중국화에 초점을 맞춰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출 전 확고한 기반을 갖춰라=유수의 미국과 일본 기업들 제치고 중국 전체 굴삭기 시장 점유율 25%를 달성하면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대우종합기계는 중국 시장 전체를 공략하려면 우선 철저한 기반 갖추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제 경험으로 증명하고 있다. 12년 전 당시 대우중공업의 중국 공략 선발대로 첫 파견됐던 대우종합기계 이종욱 상하이지부 지사장은 “중국시장 진출 2년 전부터 AS망과 판매망 구축을 위해 1년에 비행기를 500번 탔을 정도로 바쁘게 돌아다녔다”며 “이와 동시에 베이징에 10여 명의 직원이 어학연수를 시작했으며 중국 진출이 시작되면서 전국 지점에 이들을 배치시켰다”고 말했다. 현재도 외국기업들이 전국망을 갖추지 못하고 있을 정도이니 10여년전 이들의 피나는 노력을 짐작케한다. 이 지사장은 “손쉽게 외국기업 인프라를 이용하려고 하거나 관시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실패하기 쉽다”고 충고했다.

  베이징·상하이=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