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해외 CEO에게 듣는다]MS 사령탑 스티브 발머

흔히들 마아크로소프트(MS) 하면 빌 게이츠 회장을 떠올린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현재 MS의 수석 개발자 및 회장으로 MS의 연구 개발을 총괄하고 기술 기반을 마련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권을 놓은 것이다. 현 MS를 이끌며 경영 전반의 정책 결정을 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스티브 발머 사장 겸 CEO다.

 커다란 몸, 호랑이 눈 그리고 거친 말투를 구사하는 스티브 발머 사장은 끊임없이 혁신하고 하이테크 산업에 관여하고 있는 MS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최근 다이어트로 50파운드나 감량한 그는 검소한 집에 살며, 자신의 아버지가 모는 포드 세단을 타고 출근한다. 골프를 좋아하고 아들과 시애틀 슈퍼소닉의 농구 경기를 자주 보러 간다. 매주 하루는 부인과 함께 외식을 하는 그는 매우 가정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변화와 혁신을 멈추는 그 날 MS의 존재 의미는 없어질 것이다.”

 그가 지난 2000년 1월 빌 게이츠 회장으로부터 CEO 자리를 물려받으면서 한 말이다.

 MS 반독점 소송이 한창 진행될 무렵 스티브 발머는 새삼 자신의 이 말을 떠올렸다. 당시 사업은 힘들었으며 한때 천정부지로 치솟던 주식은 추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같은 상황을 자기 반성의 기회로 이용한다. 경영진들에게 자기 반성을 부탁하고 직원들에게 기업 문화를 새로이 다지며 MS의 명예를 다시 세우는 기회로 사용하자고 역설한다.

 빌 게이츠 회장이 주로 앞으로 다가오는 디지털 10년의 새로운 기술에 대해 고심한다면 스티브 발머 사장은 지금의 위기들을 물리치고 향후 50년간 MS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근간을 구축하는 데 여념이 없다.

 본지 창간 22주년을 기념해 가진 인터넷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어떻게 MS를 변화시키려고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MS의 향후 전략은 물론 하이테크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솔직한 심정도 털어놨다.

 -스티브 발머 사장과 빌 게이츠 회장 간의 업무는 어떻게 구별이 됩니까.

 △빌 회장은 기술적 비전과 핵심 기술전략에 관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저는 지적재산과 특허권 그리고 제품 중심의 경영전반에 대해 주로 챙기고 있습니다.

 -사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더욱 성숙한(Kinder & Gentle) MS를 이야기하셨는데 무슨 의미인지 설명해주십시오.

 △법무성의 반독점 소송 등과 관련해 정부기관을 포함한 많은 관련 기관과의 접촉과정에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한발짝 물러서서 우리가 과연 누구인가를 알아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고객들을 포함한 우리 사회는 MS가 생각하고 있는 ‘우리의 책임’보다 훨씬 높은 잣대와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었고 우리가 MS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과 관계 없이 MS는 이제 더 이상 신생 벤처기업이 아니었습니다. 성장을 위해서 주변의 모든 것들과 부딪쳐가는 모습은 더 이상 우리의 고객들이, 업계의 파트너가 바라는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고 이러한 새로운 기대에 부응하려면 더 이상 우리가 생각했던 우리의 모습만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올해 한국 방문시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체결한 UP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MS는 83년부터 소프트웨어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을 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기부’가 대부분이어서 학교나 사회복지단체 등에서 요청하면 현금을 기부하거나 소프트웨어를 무상 제공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기부를 통한 이익의 사회 환원만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익을 사회에 돌려주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됐고 그 결과로 개발된 게 UP(Unlimited Potential) 입니다. UP는 IT로 사람들의 잠재적인 능력을 현실화하고 모든 사람들이 직업을 갖도록 해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빌 게이츠 회장의 경영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MS의 성장세가 과거와 대비해 가파르지 않은 게 사실인데요, 향후 성장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시죠.

 △MS의 비전과도 일맥 상통하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지금부터 10년 정도 후에도 ‘기술’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지금과 같을까요, 아니면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진화한 의미로 받아들여질까요? 제 생각에 정답은 후자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하게 되어 있고 새로운 가치는 언제나 더해지게 마련이죠. 그렇다면 그곳에는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MS는 언제나 미래를 위한 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만 그 모든 계획들이 모두 들어맞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탄생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잡기 위해 연 69억달러(약 8조3000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기존 MS의 사업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게임 사업이나 MSN 등에 투자하셨습니다. 이와 관련해 말들이 많습니다.

 △MS가 추진하는 사업에는 두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기술적 기준입니다. 또 다른 기준은 바로 우리의 고객들의 수요가 존재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PC로 가능한 모든 일이 우리의 사업 분야로 생각합니다. X박스와 MSN도 이러한 발상의 연장선으로 보면 될 겁니다.

 -차세대 운영시스템인 ‘롱혼’이 2006년 말 출시됩니다. 현재의 ‘윈도’와 어떻게 달라지는지요.

 △우선 PC를 다루는 고객들 입장에서 달라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컴퓨터는 아직까지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롱혼에는 PC를 보안적인 측면, 데이터의 백업 측면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두번째로 개발자가 롱혼을 통해 보다 쉽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종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정보를 검색하고 통합하고 새롭게 산출하는 과정에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혁신을 부여해 주게 될 것 입니다.

 -리눅스로 대변되는 오픈소스 진영이 상당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만.

 △우리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존재와 선의의 경쟁을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오픈소스는 매우 특이하고 게다가 사실과는 다르게 ‘무료’라고까지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인정하더라도 윈도는 단지 가격 측면에서 조금 불리한 것 뿐입니다. 예를 들어 PC업체들은 윈도가 50달러 정도 한다고 말합니다. 오픈소스가 무료라고 가정할 때 ‘윈도우가 50달러 비싸다’가 되는 거지요. 결국 1년에 12달러 정도만 지불하면 검증받은 애플리케이션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죠. MS가 경쟁에서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팸 방지에 관해서 많은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팸의 공격으로부터 완벽히 보호될 수는 없는 건가요.

 △완벽은 아니어도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보다는 훨씬 좋아지리라고 믿습니다. 단 , 바이러스를 유포하고 스팸을 유포하는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업계의 노력과 법적인 조치사항이 실행돼야 합니다. 스팸방지 기술과 관련해서 MS는 새로운 오피스 제품과 아웃룩에 스팸을 막기 위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추가로 보강을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경기 불황으로 연구개발(R&D)비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MS는 계속 그 비율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R&D비는 전체 매출에서 어느 정도 비율이고 또 왜 이렇게 투자를 하는 건가요.

 △앞서도 언급했지만 우리는 보다 나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는 계속해서 성장해 간다고 믿습니다. 즉 언제나 기회는 존재하는 것이고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그 기회를 위해서 MS는 연 69억달러에 달하는 R&D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따질 문제가 못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R&D비를 확충함으로서 기술적 혁신에 의해서 고객과 시장에 접근하는 그런 회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정보기술(IT)경기는 언제쯤 어떤 계기로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보통신산업은 헬스케어, 교육 등과 함께 오늘날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요 원동력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앞으로의 10년이 과거 10년보다 더욱 적극적인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혁신의 주요 범주는 △자연수의 언어 △향상된 검색기술 △이동성 △상호 운용성 등이 그 대상이 될 것입니다. 또 정보통신의 디지털 네트워크 중심축은 두 갈래로 나뉘어 한쪽은 휴대폰, 다른 한쪽은 개인용 PC로 발전되리라 믿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정보통신 경기는 휴대폰과 PC가 양대 허브 역할을 해나가면서 디지털 네트워크가 강화되는 과정에서의 점진적 경기 회복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사장님은 특유의 거친 말투와 호랑이 눈으로 유명합니다. 좀 더 친절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고민하지 않으십니까.

 △물론 고민합니다. 제가 아직은 모든 일에서 너무 열정적이고 모든 일을 상승궤도에 올려 놓도록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조직의 구성원들이 열정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내부에서는 나름대로 온순한 CEO로 보고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etnews.co.kr

*스티브 발머는...

 스티브 발머는 1956년생으로 입사 20년 만에 세계 최대 하이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겸 CEO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빌 게이츠 회장이 고용한 최초의 비즈니스 매니저였던 그는 넘치는 열정과 리더십으로 오늘의 MS를 일군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스위스계 고졸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부친이 포드자동차 매니저로 근무하던 디트로이트 근교에서 성장했다. 수학과 경제학 학사를 받은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학원에서 줄곧 장학금을 받은 수재였다. 대학 재학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빌 게이츠 밑에서 2인자로서 20년을 보내고 마침내 빌 게이츠 회장으로부터 ‘회사 1인자는 너다’라는 말을 들었다.

 ‘IT계의 패튼장군’이라는 별명을 지닌 발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패튼 장군처럼 치밀한 영업전략으로 회사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회사를 위협하는 상대는 그 누구를 막론하고 무자비한 조직을 동원해 군대식 전술로 초토화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가 그를 두고 ‘광적이고 무자비한 기동력을 갖춘 화력지원부대 같으며 야비하고 사납기 이를 데 없다’고 평한 것은 두고 두고 회자되고 있다.

*스티브 발머 어록...

 “미래의 환자는 병원 대신 웹(컴퓨터)으로 달려갈 것입니다.”-2001년 4월

 “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팅 세계의 신뢰할 만한 기업이 되길 원한다고 직원들에게 자주 말하곤 합니다. 우리는 업계에서 책임있는 리더가 되고자 합니다. 우리는 공손하고, 열려있고, 정정당당한 경쟁자가 돼야 합니다.”-2002년 3월

 “정말 힘들게 만드는 군요. 이걸 먹으면 300㎉가 바로 얻어진단 말입니다.”-2003년 라스베이거스 개발자회의 만찬장에서 후식으로 올라 온 땅콩볼을 물리치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세계 어느 회사보다 최대의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2004년 8월 주주들에게 특별 배당금 지급을 공표하고 나서.

 “미국에서도 이렇게 많은 기자단을 본 적이 없습니다.”-2004년 7월 방한시 정보통신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국 기자단의 관심에 감사한다며.

 “98년 이전에는 자주 내한했지만 그 이후 자주 방문하지 못했기에 한국의 시장상황을 듣는 것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보고 말하기 위해 왔습니다.”-2004년 7월 방한시 방한 목적을 묻는 질문에.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무엇이든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검색사업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2004년 3월 검색사업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