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투자기업 경영지배 가능해진다

이르면 내달부터 창투사(벤처캐피털업체)가 인수합병(M&A), 구조조정, 회생지원 등의 목적에 한해 투자기업의 경영지배를 할 수 있게 된다.

 21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업계·학계의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내용의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개정안은 현재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받고 있으며 조만간 법제처를 거쳐 산업자원부를 통해 최종 확정·공포될 예정이다.

 그동안 벤처캐피털업체의 경우 △투자기업의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거나 △경영권을 지배하는 것이 금지돼 있었으나 이번 시행규칙 개정으로 투자기업에 50% 이상 투자할 수 있고 이사회 등을 통해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왜 경영지배 허용하나=이번 시행규칙 개정으로 가장 기대되는 것은 벤처기업 M&A시장의 활성화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벤처기업 구조조정 필요성으로 관련 법규정을 대폭 손질했지만 상당수 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M&A에 반대해 성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학근 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일부 벤처업체의 경우 자금만 지원하고 경영에는 손을 대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자금을 지원하고 망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 벤처캐피털업체의 고위 관계자도 “M&A 성사단계에서 벤처기업 사장의 갑작스런 심경변화로 M&A가 깨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토로했다.

 ◇초기단계 벤처투자 확대 기대=특히 이번 개정은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초기단계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벤처캐피털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코스닥이 상장요건을 대폭 강화한 이후 기업공개(IPO) 직전 기업 위주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LG벤처투자 김윤권 부장은 “우량 벤처기업의 경우 기업가치가 1000억원을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 사실상 초기단계의 벤처기업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벤처캐피털이 경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투자기업의 사업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부작용 우려도=벤처캐피털이 경영지배 과정에서 투자기업과의 경영권 분쟁 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는 상당수 벤처기업의 오너가 엔지니어 출신으로 수익성만을 고려하는 벤처캐피털업체와는 경영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벤처캐피털의 ‘머니게임’으로 흐를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벤처캐피털이 경영지배를 함으로써 보다 수익성 위주 경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자칫 옳지 않은 기업에 경영권을 넘겨 우량한 기술이 사장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