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휴대폰 및 관련 핵심부품업체들이 한국에 R&D 센터를 잇달아 설립함에 따라 일단 국내 휴대폰 관련 산업은 양에서 질적인 변화 단계로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아날로그와 음성 중심의 2세대(2G)에 이르기까지 한국 휴대폰 산업은 생산기지 역할만 담당했을 뿐 핵심기술은 외국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하지만 3G를 거치면서 한국 휴대폰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한국은 단순한 제조기지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R&D 센터 집결지로 떠오르게 됐다.
‘메이드인코리아’ 휴대폰이 하이엔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데다 세계 시장의 25% 가량을 장악할 정도로 파워가 커졌다. 특히 한국 휴대폰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서비스와 소비자의 기호, 제품력으로 세계적인 테스트 마켓으로 자리매김해 휴대폰 관련 업체들이 반드시 거쳐가야 할 곳으로 명성이 높아졌다. 한국이 전략적 R&D 요충지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CDMA 종주국 ‘효과’=외국계 휴대폰업체들은 한국을 CDMA 휴대폰 R&D 센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모토로라와 오디오박스가 이미 한국 업체와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한국을 전략적인 CDMA 휴대폰 R&D 센터로 낙점했다. CDMA 휴대폰 종주국인 한국의 기술을 높이 산 데다, 세계 CDMA 휴대폰 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따라잡기 위해서도 한국에서의 R&D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과 대만의 휴대폰업체들도 한국 진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앞선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텔슨전자와 맥슨텔레콤 등이 표적이 되고 있다. 이들이 자금난에 봉착해 적지 않은 자금으로 회사나 R&D 부문만을 인수, R&D 기지로 활용할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텔슨전자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들이 중국과 미국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한 연구인력과 조직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며 “현재 중국과 대만의 몇몇 업체와 M&A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휴대폰업체 ‘약진’=휴대폰 핵심 부품업체들도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한국 휴대폰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최대 고객 중 하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기업들은 일단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의 제품 개발 지원 업무로 시작해 R&D 쪽으로 행보를 넓혀가고 있다.
버트란 캠보 스펜션 회장은 “한국의 R&D센터는 한국 내 고객뿐 아니라 자사 제품을 쓰는 세계 모든 업체를 지원할 것”이라며, “현재 한국 R&D센터에서 진행중인 휴대폰 시스템 솔루션 연구가 성공적일 경우, 공정기술 및 반도체 디자인 등도 한국이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R&D 기능과 생산기지 유치 등을 동시에 추진중이다. 애질런트는 싱가포르의 광부품 공장 이전을 포함한 휴대폰 부품 사업 전반의 사업장을 재배치하면서 R&D 기능과 생산 기능을 한국에 할당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유출 막고 제도 개선해야”=하지만 한국이 휴대폰 R&D 기지로 급부상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없지 않다. 휴대폰의 경우 외국계 업체들이 R&D 센터나 투자를 빙자해 핵심 기술을 빼돌릴 경우 국내 휴대폰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국내 휴대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일부 휴대폰 R&D업체들이 중국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관련 기술도 함께 넘겨줘 경쟁력을 상실한 적이 있었다”며 “외국계 업체와 국내 업체 간 M&A를 무턱대고 추진하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R&D 센터 설립을 위한 지원책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외국계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 시설을 설치할 때 부가세 등 관련 비용이 많이 나가고 시설 투자에도 장벽이 존재한다”며 “혹시라도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면 서류 보고 등 절차가 많아 업무가 지연되는 일이 많다”며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김익종·김규태기자@전자신문, ijkim·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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