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챔버스 회장은 “국내 중소기업에 5000만달러 규모의 IT 기금을 조성,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중소기업이 첨단 네트워크 장비를 구매할 경우 장기 저리로 지원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인 시스코시스템즈캐피털코리아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이 시스코 장비를 구매할 경우 임대 및 할부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 업무효율화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국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이 같은 장기 할부 및 리스프로그램은 도움이 된다. 더구나 장기 저리로 지원할 예정이다.
그동안 시스코는 지난 99년부터 시스코시스템즈캐피털코리아를 통해 통신사업자, 대기업 등에 총 2억5000만달러의 구매대금을 리스나 할부판매 등의 형식으로 지원해 왔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조성·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챔버스 회장은 이날 힐튼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동북아 허브 전략과 관련, “한국은 좋은 기회를 갖고 있으며 민간과 공공이 공통된 목표를 갖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챔버스 회장은 “12년 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정부인사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되질 않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2년 만에 다시 왔을 때는 오히려 그들로부터 많은 교육을 받았고,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한국은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와 교육 수준, 생산성 면에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는 배울 것이 많은 시장”이라며 “정부 또한 새로운 변화를 지원할 충분한 의사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리스크를 떠 안고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챔버스 회장은 이어 IT산업의 중장기 전망에 대해 “장기적으로 볼 때 IT산업은 낙관적이며 GDP 성장의 필수 요인으로 기여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IT산업 전체가 잘 된다는 말은 아니고 시장의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는 기업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 고 말했다.
챔버스 회장은 또 “한국의 IT산업이 몇몇 디바이스 분야에서 앞서 있지만, 한 국가가 모든 디바이스를 혼자 주도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며 “우선 중요한 것은 어떤 파트너십을 갖고 시장에 진출할 것인가를 잘 판단하고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챔버스 회장은 10년 전 시스코가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를 되돌아 보며 “한국은 성장 시장일 뿐 아니라 배울 것도 있는 나라”라면서 “당시 한국에 대한 투자 결정이 옳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향후 IT의 진화에 대해 그는 “미래의 IT는 네트워크에 지능이 들어가 완전히 투명한 상태로 발전할 것”이라면서 “이는 IT산업에 구조조정이 다시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내다봤다.
챔버스는 “앞으로 IT 분야에서는 네트워크가 모든 변화의 핵심이 되며 고객의 말을 경청하고 신속히 움직이는 기업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효율적인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앞으로 IT(테크놀러지) 수요는 중소기업과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일어날 것”이라며 “이같은 변화에 맞춰 시스코는 이 분야에서 매년 30개 이상의 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주도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중소기업을 위한 5000만달러의 기금 조성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방한기간 중 챔버스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특별 조찬강연, 정보통신부, 하나로텔레콤 방문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한 뒤 22일 아침 출국한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