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와 전자신문사는 21일 프심위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 4회 SW지적재산권 정책논단 토론회’를 개최했다. ‘SW불법복제 유통 근절방안’이란 주제로 개최된 토론회에서는 정부, 업계, 학계, 법조계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국내 SW불법복제의 현황과 대책에 대해 토론했다.
특히 최근 국회와 정부에서 SW지적재산권의 친고죄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윤원창(사회 전자신문사 수석논설위원)=정책논단은 정보통신부,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전자신문 3개 기관이 소프트웨어지적재산권에 대한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정품 SW사용마인드 확산을 위해 실시하고 있다. 오늘은 불법 유통근절에 대해 얘기해보자. 프심위가 최근 표본 조사한 자료를 보면 주요 기업과 공공기관의 정품 사용률이 80%에 이른다. 결국 20%는 불법 소프트웨어라는 얘기다. 프심위에서 국내 불법복제SW에 대한 유통실태에 대해 얘기해 달라.
◇최승열(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연구실장)=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올해 2월부터 8월까지의 단속실적을 비교해보자. 지난해 단속한 기관 수는 1240곳이며 이 가운데 적발된 기관은 810곳이다. 총 2만2875대의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 12만 5099카피 가운데 불법SW는 1만4530건으로 11.61%를 차지한다. 올해 단속에서는 1409곳을 단속해 1072개 기관을 적발했다. 불법SW수는 2만3276카피로 27.08%를 차지했다.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하면 15.47%라는 불법복제SW 증가율이 나타나고 이는 단속의 효과로 설명된다.
◇사회=불법 근절하기 위해서는 유통형식을 알아야 할 것이다. 불법복제SW가 어떤 형태로 유통되는지 알아보자.
◇정완(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청소년보호위원회 인터넷분과위원회에 따르면 과거에는 디스켓 형태로 불법복제SW가 거래되다가 이것이 CD에 담겨지는 형태로 변환됐다. CD는 디스켓 보다 용량이 커져 담기는 내용물도 커졌다. 최근에 두드러진 현상은 인터넷을 통한 거래다. 각 가정마다 인터넷설비가 고도화되면서 기존에 CD에 담던 내용물도 1∼2시간 정도면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정진섭(서울지검 전문부 부장검사)=현재 불법복제SW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바로 인터넷을 통한 불법전송이다. 특히 와레즈사이트와 같은 것은 인터넷 상에서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하는 개념에 대해 혼란을 가중시킨다.
최근 의원입법으로 친고죄 폐지조항을 발의하고 정통부와 프심위도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친고죄를 폐지하면서까지 무리한 단속에 나설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 친고죄 조항을 없애 무한단속을 요구하고 있지만 누가 그 단속을 할 것인가. 정통부에서 특별사법경찰관리 권한을 받아 60여명이 활약하고 있는데 상당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 팀에 인력과 예산을 추가 지원하는 것이 좋다. 전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성행하는 불법복제SW유통을 60명이 감당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사회= 저작권자들은 국내 불법복제SW 유통실태를 파악하고 있을 것 같은데.
◇이호욱(한국어도비 대표)= 구체적인 수치는 없다. 우리도 BSA 맴버 중에 하나며 BSA나 SPC 등에서 발표한 자료를 인용한다. 최근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돼 하드카피 형태의 불법복제 SW유통은 줄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P2P 방식의 유통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스트리밍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스트리밍 방식은 불법SW사용을 줄일 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회= 유통형태와 단속과정, 그리고 단속 실적에 대해 알아봤다.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복제SW 유통은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용자가 보는 관점은 어떤가.
◇이기현(전국대학전산기관장협의회 회장)=소프트웨어 사용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대학의 입장에서 상황을 보겠다. 우선 대학을 일반 이용자와 동일하게 보지말라. 대학은 장사하는 곳이 아니다. 대학은 정품사용을 위해 누구보다도 앞장섰다. 총장 회의에서 정품사용을 결의했으며 이를 위해 별도의 협의회도 설립했다. 협의회를 통해 대학 불법을 사전에 단속하는 ‘클린 캠퍼스’ SPC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윤리교육을 시험종목에 넣어 학생에 대해 정보화의 윤리경영도 강화하고 있다.
대학에서 불법복제SW 근절이 쉽지 않은 것은 일부 제품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대학 재정으로는 전공이 수 십개인데 SW하나가 6000만 원 또는 1억 원이나 된다면 대학으로서는 감당할 수가 없다.
◇정진섭= 일반소비자와는 다르고 교육을 해준다는데 대해 공감한다. 개발 업체들도 더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업체에서 대학에는 혜택을 주고 있다.
문제는 공정사용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작자의 권리가 박탈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 설령 그것이 대학이라 하더라도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단속할 수밖에 없다.
◇사회=불법복제SW 근절방안이 무엇인가.
◇이호욱=저작권자 입장에서 시장을 구분하면 커머셜, 교육, 정부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도 가장 중심적인 시장이 교육시장이다. 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바로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예산이 매년 배정되는 것도 장점이다.
가격인하는 교육용뿐만 아니라 3개 시장 모두에 같이 적용돼야 한다. 현재 교육용은 상업용의 25%정도의 가격으로 공급된다. 특정대학에 대한 기부도 있는데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하기는 어렵다. 다른 대학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정완= 불법이 많은 개인정보저장공간 서비스 업체를 검색해봤다. 웬만한 SW를 모두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이를 보면서 느낀 것은 단속공무원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친고죄를 폐지할 경우 수사할 내용이 더 많아진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그냥 두는 것은 이익단체인 SPC직원들에게 마치 사법경찰권을 주는 형식이 된다. 이런 면을 본다면 친고죄를 폐지하는 것이 좋다.
◇최승열=친고죄 폐지와 관련해 프심위는 완전폐지가 아닌 절충형을 고려 중이다. 즉 영리목적과 인터넷을 통한 불법SW 유통은 친고죄 대상에서 제외하고 나머지는 현행 그대로 두는 것이다. 프심위는 특히 문제가 커지고 있는 온라인 상의 단속을 위해 단속공무원이 단속에서 시정요구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센터설립을 추진 중이다.
◇사회= 수사를 하면서 현장에서 찾은 효율적인 불법복제SW 근절방안이 있나.
◇정진섭= 단속주체로서 검찰이나 정통부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점이 안타깝다.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피해신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단속 때문에 갈팡질팡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당장 법개정에 의해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고 내부적인 팀웍이 중요하다. 사실상 친고죄는 유지하거나 폐지해도 그만이다. 다만 법 풍토가 서양에는 친고죄가 없어도 형사고소보다는 민사에 의해 해결하는데 우리는 모든 범법행위를 수사기관의 손아귀에서 처리하는 데 이는 서로가 괴로운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프심위의 절충안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사회=이용자 입장에서 좋은 묘안이 있으면 말해달라.
◇이기현=대학 사용자들이 바라는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저작권자들은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적용해 온 ‘하나의 PC에 하나의 카피’를 적용하는 라이선스 정책을 버려달라. 새로운 기술발전에 따른 기술을 수용해 달라. 또 아카데미 버전을 최저가로 확대 공급해 달라. 모두 다 줄 수 없겠지만 좀더 폭을 넓혀 달라. 이와 함께 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정품사용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후원해 달라.
◇어도비=네트웍버전에 대한 라이선스 마련에 대해 노력하겠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불법SW 문제는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소비자와 이를 팔려는 생산자와 갈등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SW유통에도 문제가 있다. 전제 SW업계의 자본이 겨우 1조 5000억 정도다. 선진화된 생산, 제작, 공급이 필요하다.
◇정완= 어도비와 SPSS 등은 미국시장에 비해 국내시장에서 훨씬 높은 가격을 받는다. 업체들은 노력을 통해 본사와의 가격과 큰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속공무원도 인원과 예산타령말고 단속대상이 자체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압수수색 대상을 전자데이터까지 확대하자.
◇최승열=단속예고제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단속을 하지 않기 위한 모양으로 보일 수 있어 도입이 부담스럽다. 형사 소송법을 개정하는 것은 검토를 하겠다.
◇정진섭= 저작자와 소비자와의 관계를 원만히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검찰의 역할은 심판의 역할이다. 뒷받침하고 힘을 북돋는 것보다는 호루라기를 불고 옐로카드를 주는 것이다. 형평과 정의를 논할 때 현행 저작권법은 형평에 가까운 개념이다. 척결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검찰이나 수사기관은 무한개입의 가능성보다는 발톱을 감추는 시스템이 오히려 성숙한 시스템으로 본다.
◇사회= 소프트웨어는 우리의 향후 먹거리라고 말한다. 사용자들은 SW가 공짜라는 인식을 벗어나 개발회사의 땀과 노력, 그리고 가치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저작권사들도 새로운 기술에 따른 사용자들의 요구, 특수한 시장에 대한 지원에 대해 고려하는 것이 불법SW를 줄이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본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참가자
윤원창 전자신문 수석논설위원
정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정진섭 서울지검 전문부 부장검사
이호욱 한국어도비 대표
이기현 전국대학전산기관장협의회 회장
최승열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