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우리은행(은행장 황영기)이 오는 30일 차세대 시스템 가동에 들어간다. 국내 은행권에서 계정계·정보계 전체를 개편한 차세대 시스템이 개통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기업은행이 지난 6일 차세대 시스템을 개통했지만 여·수신 등 계정계 시스템(NBS)을 중심으로 구현됐다. 반면 우리은행의 차세대 시스템은 전사데이터웨어하우스(EDW)·고객관계관리(CRM)·여신종합관리시스템(CRMS) 등 정보계, 방카슈랑스, 업무프로세스혁신(BPR) 등을 아우르고 있다. 구 시스템으로부터 데이터 이식에 필요한 시간만 70시간에 달하는 대규모 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06년 말을 목표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국민은행, 신한·조흥은행 등 은행권과 금융IT 업계가 우리은행 차세대 시스템의 성공적인 개통에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구축됐다=우리은행과 우리금융정보시스템(WFIS)은 24일 밤 10시부터 추석연휴 기간에 대부분의 은행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고 차세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우리은행은 25일부터 27일 자정까지 데이터 이식 작업을 진행하고 28일부터 이틀 동안 정식 개통에 앞선 최종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차세대 시스템은 한국IBM이 참여해 지난 2년여 동안 총 4기의 메인프레임으로 구성된 병렬처리(시스플렉스) 환경으로 구현됐다. 특히 지난 2002년 10월부터 NBS, 고객정보의 관리·통합을 위한 EDW, 여신 업무를 개선한 CRMS 등을 연계한 구축에 나서 계정계와 정보계 간 시너지 극대화를 꾀했다.
또 금융그룹 자회사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웹 기반 방카슈랑스 시스템을 구현, 은행 창구는 물론 인터넷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전 영업점에서 가동중인 BPR와 CRM 시스템을 연계, 업무 프로세스와 고객 서비스의 일원화를 꾀했다.
우리은행은 시스템 이전에 앞서 지난 5월부터 네차례의 전 영업점 테스트를 거쳐 오류를 수정하고 영업점 직원들의 단말기 조작 능력 배양에 힘써 왔다.
◇이렇게 달라진다=금융상품 개발시 기존에는 별도로 전산개발 부서에 요청해야 했지만 차세대 시스템이 개통되면 상품 기획 담당자의 직접 개발이 가능하다. 기간도 한달에서 일주일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리·기간 등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는 맞춤형 상품개발이 쉬워져 대고객 마케팅력이 강화될 것으로 우리은행 측은 기대하고 있다.
또 문서와 개인 경험에 의존해 온 2800여개 업무처리 화면을 워크플로 방식의 시나리오 거래와 도움말 기능을 탑재한 환경으로 개선, 누구나 손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기존 시스템에서는 계정계와 정보계 단말 환경이 이원화돼 개별 접속과 조작이 필요했지만 신 시스템에서는 하나의 단말에서 모든 거래가 가능해진다.
또 영업점별로 분산된 고객번호 체계를 전행 차원에서 통합, 평생계좌번호 체계를 구현함으로써 통합 고객관리체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곧 일주일 이상 소요되던 고객 데이터 추출과 분석이 1∼2일 만에 가능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 CRMS를 통해 여신 관련 정보와 거래를 통합, 심사·실행·사후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고 신용리스크 관리까지 가능하도록 해 바젤Ⅱ등에도 적극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전망=우리은행의 차세대 시스템은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맞춤형 대고객 서비스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한 유연한 대응 체계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그룹 내 자회사들의 은행거래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허브 인프라로서 금융그룹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우리은행 차세대 시스템의 성공적인 가동은 은행권 초미의 관심사”라면서 “30일 시스템 개통 이후 약 3개월의 안정화 기간이 실질적인 성패를 가름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표삼수 WFIS 사장은 “우리은행과 WFIS 직원들이 흘려온 땀과 노력이 성공적인 신시스템 가동으로 가시화될 것”이라며 “우리은행이 글로벌 종합금융시대를 겨냥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