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공계 출신의 반도체 도사 맹활약

“나도 이제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도사!”

 비이공계 출신이면서 드물게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벤처업체를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200여 개 되는 국내 비메모리 업체 대표 중에 전자공학과 등 이공계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로 희귀한 존재들.

 하지만 엔지니어가 아니면서도 엔지니어 사회에서 무난하게 회사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주목된다. 위즈네트의 이윤봉 사장(52), 실리콘화일의 신백규 사장(36), 플래닛82의 윤상조 사장(44) 등이 대표적인 주자들이다. 이윤봉 사장과 신백규 사장은 경제학과 출신으로 경영 일반에 대해서 폭넓은 경험을 갖춘 사람이고 윤상조 사장은 사진학과를 졸업, 영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들은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를 경영하면서 엔지니어들이 사용하는 용어, 엔지니어 사회의 독특함 등으로 인해 처음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엔지니어 못지 않은 면모를 갖추고 있다.

 위즈네트 이윤봉 사장은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듯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제 어느 정도 반도체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으며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용감하게 공부한다”고 말했다.

 비엔지니어이기 때문에 오는 장점도 많다. 전자공학이 아닌 자신의 전공이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플래닛82의 윤상조 사장은 중앙대 사진학과 출신으로 카메라 모듈의 핵심 부품인 CMOS 이미지 센서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 윤 사장은 “CMOS 이미지 센서의 공학적 이론엔 약하지만 사진학을 전공한 덕분에 센서를 통해 디스플레이되는 이미지의 질을 엔지니어보다 더욱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처음부터 전문 경영 체제로 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기술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경영 부문과 기술 개발 부문이 분리된다.

 신백규 사장이 이끄는 실리콘화일의 경우 창업부터 신 사장이 경영을 전담하고 공동창업자가 기술 부문을 총괄했다. 신 사장은 “처음부터 전문 경영 체제로 가기로 했고 과거 창투사 등의 근무 경험을 살려 자금조달과 기술개발 간의 시너지를 높이도록 했다”고 전했다.

안수민·김규태기자@전자신문, smahn·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