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러닝 "미운 오리서 백조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e러닝에는 관심도 없는 부처였는데….’

 산학을 막론하고 국내 e러닝 분야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한 전문가가 요즘 교육인적자원부의 행보를 보며 건넨 말이다. 그는 “지난해 e러닝 활성화를 위해 교육부에 협조를 요청하러 갔을 때만 해도 e러닝이 뭔지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고 문전박대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요즘 교육부는 180도 변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전문가의 말처럼 e러닝을 대하는 교육부의 행보가 요즘 심상치 않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4월부터 실시된 EBS 수능강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정책적 수단 외에도 e러닝을 통해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적극 개척하려는 듯한 인상이 짙다.

 ◇다양한 e러닝 정책=교육부의 발빠른 e러닝 행보는 그동안 발표한 정책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4월 EBS의 수능강의를 온라인으로 제공한 지 한 달 뒤인 5월 말, 방과 후 온라인에서 교사의 무료 과외를 받을 수 있는 사이버 가정학습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사이버 가정학습 체제는 이달 중순부터 대구, 경북, 광주 교육청 3곳에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교사·학생·학부모가 필요한 교수학습자료를 구할 수 있는 교육정보유통시스템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통합했다.

 교육부가 지금껏 이들 정책에 투입했거나 투입할 예산을 따져보면 EBS 260억원, 사이버 가정학습 체제 등에 221억원으로 올해만 500억원에 가깝다. 이 때문에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투자나 노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교육부의 이러한 정책 추진은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EBS 정책이 정부의 성공 정책으로 평가를 받으면서 더욱 탄력이 붙는 모습이다.

 ◇달라진 교육부=교육부가 달라졌다는 평가는 내부의 변화에서도 기인하고 있다. 교육부가 EBS 정책을 시행할 때만 해도 사설 학원 또는 온라인 교육업체 등을 사교육 폐해의 원인으로 보고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적어도 e러닝 분야에서는 이 같은 시각이 동반자적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교육부 실무자들도 EBS 정책 시행 이후 최근 e러닝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면서 e러닝을 국가 교육정책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4일에는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직접 학계 및 업계의 대표적인 인사들과 조찬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모임에서 안 부총리는 e러닝 업계와 전문인력 양성 및 산학협력을 공동추진하는 방안과 함께 초·중등 분야에서 평생·직업교육 분야까지 아우르는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e러닝 종합발전방안’수립 계획 등을 밝힐 방침이다. 또 ‘교육부=교육’ ‘산업자원부=산업’이라는 목표아래 부처간 e러닝 관련 교육 및 훈련을 총괄·조정하게 될 국가체계 계획도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e러닝, 핵심 교육정책 될까=교육부는 지난 8월부터 ‘e러닝 정책 포럼’을 개최해 e러닝 기본법을 제정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 e러닝 기본법이 제정된다면 사교육비 경감의 일환으로 e러닝을 교육에 활용한다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국가차원의 인적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e러닝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파생 효과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BS 정책으로 온라인 교육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달라졌듯 막대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다.

 한 e러닝기업 대표는 “e러닝 분야는 교육사업이어서 교육적 효과나 검증을 받지 않고서는 기업으로서 이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교육부가 e러닝을 국가 정책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은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이 같은 적극적인 모습에 e러닝 업계는 산자부의 ‘e러닝산업발전법’에 이은 산업 발전의 호재로 여기는 모습이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