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포럼`왜 서두르나

‘와이브로(WiBro) 포럼’에 대한 논의가 물꼬를 튼 것은 정부의 기술규격 확정과 사업자 선정기준 마련 등에 이어 산업계 준비 과정에서 자연스런 수순이라 볼 수 있다. 장비 간 호환성 확보를 위해 상호 연동 규격을 만들거나 기술 로열티 이슈 등 다양한 현안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논의의 테이블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가 정한 기술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동 진출도 모색하는 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HPi 기술 세계화와 기술 표준 정립 과정에서 여러 이견이 표출된 상황이어서 ‘포럼’을 중심으로 대동단결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더욱이 HPi 개발을 주도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자칫 잘못하면 선후발업체 간 포럼이 양분화될 수도 있어 여전히 조심스럽기만 하다.

 ◇포럼 왜 나왔나=‘포럼’을 만들자는 의견은 휴대인터넷 표준화그룹 TTA PG302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멤버들과 LG전자·포스데이타 등 후발 장비업체들에서 비롯됐다. 정부 기술규격이 정해지면 산업체들이 관련 협의체를 만들어 세부 논의를 하고 국제화하는 방안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것. 그러나 내면에는 정부의 휴대인터넷 기술규격이 IEEE 802.16와 연계한 TDD방식으로 나오면서 굳이 삼성전자와 ETRI가 주축이 된 기존 HPi 협의체가 대표가 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포럼이라는 형식이 상용화를 용이하게 하고 세계화할 수 있는 일련 선상에 있지만 결국은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음을 예고한다.

 ◇엇갈리는 의견들=문제는 포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 앞선 이유들로 쉽게 추진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TTA PG302 홍대형 의장은 “포럼을 굳이 표준화그룹 내에서 추진해야 하는지는 아직 판단이 안 선다”면서 어려운 입장을 피력했다.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성공적으로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세력 규합이 분명 필요한데 누가 나서는 게 좋은지는 자신이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참여 여부에 대해 “일단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를 되풀이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HPi를 세계화하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갖고 있는데다 그동안 애써 개발해온 노력을 굳이 후발업체들과 나눠 갖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KT 측은 “협력사들과 휴대인터넷이니셔티브(PII)를 결성해 여러 방면에서 준비중”이라면서 “포럼의 참여 여부와는 상관없이 PII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도적으로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쟁점과 전망=이 같은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당초 ETRI와 삼성전자 등이 와이브로를 세계화하겠다는 취지로 HPi를 개발했지만 기술규격이 IEEE802.16으로 정해지면서 주도권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TTA 역시 표준화 그룹을 통해 표준화했지만 굳이 이 표준을 그대로 따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힘이 떨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HPi가 통상마찰 등을 우려해 상당히 변질된 것이 결국은 이 같은 주도권 경쟁으로 나타나게 됐다”면서도 “삼성전자만이 아니라 다양한 참여업체의 문호는 개방됐지만 향후 포럼이 어떻게 꾸며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