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존]신세대 이색게임 총출동 3-영 제로

‘영 제로’는 테크모에서 제작한 호러 게임이라는 것과 구형 카메라가 유일한 무기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테크모는 대전 격투 게임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는데, 바스트 맵핑 시스템으로 여성 캐릭터의 가슴이 동작에 따라 흔들거리는 모션이 인기의 요인이었다.

 그리고 이 기술을 이용해 ‘데드 오어 얼라이브 :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을 만들어 쭉쭉빵빵 미녀들의 비니키를 전면에 내걸고 숱한 남성 유저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던 것이다. 이런 테크모에서 호러 게임을 개발했다는 것 자체가 게임계의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가슴 사이즈가 36인치 여인은 커녕 20살 이상 여인네의 머리카락 한 올도 나오지 않아 실망스러운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곧 장르에 충실한 완성도 높은 호러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고 세계적으로 많은 판매가 이뤄졌다.이 게임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카메라가 무기다. 여리고 연약한 여중생이 원혼들과 맞써 싸우기 위해서는 어떤 무기가 필요하다. 타 호러 게임들은 활이나 총, 칼, 마법 등을 주로 사용했지만 여중생에게는 왠지 어색하다. 무거운 둔기류나 다루기 어려운 총기류 보다 일상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도구가 적합했고 ‘영혼을 담아낸다’라는 기본 개념에 맞춰 탄생한 것이 바로 ‘사영기(카메라)’다.

 이것은 주위를 떠도는 원혼들의 모습을 사진 촬영하듯 찍으면 저절로 발동돼 복잡한 조작은 없다. 필름에 따라 성능의 차이가 있지만 이것 하나로 모든 원령들을 처치해야 하는데 평소에는 영이 보이지 않다가 사영기를 통해 보면 귀신이 보인다.

이것이 없을 때 우측 하단에 표시되어 있는 영의 표시나 듀얼 쇼크 패드 2의 진동으로 귀신을 감지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귀신, 진동과 소리로만 느끼는 것은 동양적인 공포 표현 방법이며 무서움의 극대화를 이루게 하는 장치다. 그러나 사영기 모드로 들어가 귀신을 볼 수 있어도 바이오 하자드식 대학살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사영기 모드는 1인칭이기 때문에 유저의 기동성이 3인칭일 때 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유저는 능숙하지 움직이지 못한다. 당장 없애야 할 귀신은 눈앞에 있는데 1인칭 조작은 유저에게 당혹감을 주고 시야가 또한 제한돼 있어 공포감은 더욱 가중된다. 사영기는 자신을 보호하는 무기인 동시에 공포를 배가시키는 도구인 것이다.여러 가지 이유에서 ‘영 제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최근 출시된 2탄 ‘영 제로 : 붉은 나비’는 쌍둥이를 출연시켜 전작보다 더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 게임들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데 ‘학살’로 연결되기 쉬운 구조를 가진 호러 게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캡콤의 ‘바이오 하자드’는 대표적인 학살 게임으로, 분명 호러 게임이지만 총기류를 사용한 좀비의 사지절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성향은 FPS에도 잘 나타나 있어 가장 최근작인 ‘둠 3’도 일종의 호러 게임이다.

 하지만 이를 과감히 탈피해 굳이 피칠갑을 하지 않고도 공포에 충실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게임이 바로 ‘영 제로’다. 고정 관념을 깨고 카메라를 무기로 등장시켜 인간이 느끼는 공포의 근원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귀신잡는 해병대가 아니라 귀신잡는 카메라라니, 개발자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타이틀이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